[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우리는 청춘을 아름답다 말한다. 푸름을 찬미하고 젊음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청춘은 짧다. 생애 아름다운 순간이 오직 청춘뿐이라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하지만 윤종신과 유희열은 갈색의 멋을 알려줬다.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47세와 45세. 인생의 가을 즈음을 지나고 있다, 젊음은 지나가고 푸름도 예전만 못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서는 헤드라이너 김연우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가 있다. 바로 윤종신과 유희열이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4월 토이 콘서트 이후 약 반 년 간. 그 전에는 수년 동안 둘의 합동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윤종신의 설명에 따르면 외모 비교를 우려한 그의 배려였단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무려 문민의 정부 시절이다. 당시 윤종신은 무명이었던 유희열을 앨범의 공동프로듀서로 발탁해 5집 ‘우(愚)’를 완성했다. 이듬해 발매한 6집 ‘육년’에도 유희열의 활약은 빛났다. 윤종신은 유희열을 대중음악계로 이끌었고 유희열은 윤종신에게 새로운 색깔을 더해주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은 서로의 은인이요, 환상의 짝꿍인 것이다.
이날 윤종신과 유희열의 협주는 사뭇 과감했다. 히트곡 ‘환생’은 레게버전으로 재편곡됐고 오랜 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 법한 ‘일년’과 ‘오늘’을 선곡했다. 마지막곡은 ‘2012 월간 윤종신’ 12월호 ‘메리크리스마스 온리유(Merry Christmas Only You)’.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낭만적이라도 하지만, 9월의 크리스마스는 어딘가 애매하다. 확실히, 페스티벌의 묘미인 떼창을 노린 선곡은 아니었다.하지만 무척 좋았다. 윤종신이 아니면, 누가 이런 90년대 발라드를 자신 있게 부를까. 또 유희열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세련된 편곡과 연주를 들려줄까. 해는 천천히 지고 있었고, 윤종신은 참으로 청승맞게 노래를 불렀다. 투박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떤 껍질 하나가 벗겨지는 듯 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의 무대가 끝난 뒤, 유희열은 “워낙 좋은 곡이 많잖아요. 그런데 오늘 이 때에, 꼭 20년 전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운을 뗐다. 곧 윤종신이 말을 이어받았다. “이 노래는 많이 안 불렀던 것 같아요. 공연 때 두어 번? 무모하게도, 이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유희열과…” 그리고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희열과 윤종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20년 간 쌓아온 대중과의 신뢰. 무슨 말이 더 필요했을까.
봄의 푸름을 지나 갈색의 가을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청춘을 지난 중년의 두 남자도 그러하다. 윤종신과 유희열의 나이 먹음을 응원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우리는 청춘을 아름답다 말한다. 푸름을 찬미하고 젊음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청춘은 짧다. 생애 아름다운 순간이 오직 청춘뿐이라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하지만 윤종신과 유희열은 갈색의 멋을 알려줬다.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47세와 45세. 인생의 가을 즈음을 지나고 있다, 젊음은 지나가고 푸름도 예전만 못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서는 헤드라이너 김연우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가 있다. 바로 윤종신과 유희열이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4월 토이 콘서트 이후 약 반 년 간. 그 전에는 수년 동안 둘의 합동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윤종신의 설명에 따르면 외모 비교를 우려한 그의 배려였단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무려 문민의 정부 시절이다. 당시 윤종신은 무명이었던 유희열을 앨범의 공동프로듀서로 발탁해 5집 ‘우(愚)’를 완성했다. 이듬해 발매한 6집 ‘육년’에도 유희열의 활약은 빛났다. 윤종신은 유희열을 대중음악계로 이끌었고 유희열은 윤종신에게 새로운 색깔을 더해주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은 서로의 은인이요, 환상의 짝꿍인 것이다.
이날 윤종신과 유희열의 협주는 사뭇 과감했다. 히트곡 ‘환생’은 레게버전으로 재편곡됐고 오랜 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 법한 ‘일년’과 ‘오늘’을 선곡했다. 마지막곡은 ‘2012 월간 윤종신’ 12월호 ‘메리크리스마스 온리유(Merry Christmas Only You)’.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낭만적이라도 하지만, 9월의 크리스마스는 어딘가 애매하다. 확실히, 페스티벌의 묘미인 떼창을 노린 선곡은 아니었다.하지만 무척 좋았다. 윤종신이 아니면, 누가 이런 90년대 발라드를 자신 있게 부를까. 또 유희열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세련된 편곡과 연주를 들려줄까. 해는 천천히 지고 있었고, 윤종신은 참으로 청승맞게 노래를 불렀다. 투박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떤 껍질 하나가 벗겨지는 듯 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의 무대가 끝난 뒤, 유희열은 “워낙 좋은 곡이 많잖아요. 그런데 오늘 이 때에, 꼭 20년 전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운을 뗐다. 곧 윤종신이 말을 이어받았다. “이 노래는 많이 안 불렀던 것 같아요. 공연 때 두어 번? 무모하게도, 이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유희열과…” 그리고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희열과 윤종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20년 간 쌓아온 대중과의 신뢰. 무슨 말이 더 필요했을까.
봄의 푸름을 지나 갈색의 가을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청춘을 지난 중년의 두 남자도 그러하다. 윤종신과 유희열의 나이 먹음을 응원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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