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샤이니 종현의 감성은 어디까지일까. 종현은 지난 7일 자신의 첫 소품집 ‘이야기 Op. 1’를 발표했다. 소품집에는 종현이 MBC FM4U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프로젝트 코너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자작곡들을 새롭게 재편곡한 9개의 곡을 담았다.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종현은 사전에 청취자의 사연을 받아 그 사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감성이 담긴 곡을 만들었다.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시즌4까지 열린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종현이 갖고 있는 감성의 세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청취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종현의 노력도 느껴진다.

종현은 소통왕이다. 지난 18~19일에는 서울 일대에서 깜짝 라이브 버스킹을 하며 직접 시민을 만났고, 이제는 솔로 콘서트로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다. 단순히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음악으로 진짜 교감을 하려는 종현의 모습이다. 종현은 오는 10월 2~4일, 8~11일, 16~18일 총 12회에 걸쳐 삼성동 SMTOWN 코엑스 아티움에 첫 솔로 콘서트 ‘더 스토리 바이 종현(THE STORY by JONGHYUN)‘을 개최해 소품집에 담긴 노래를 들려준다.

소품집에는 라디오와 청취자를 향한 종현의 애정과 더불어 인생, 사랑, 우정을 생각하는 종현의 통찰력도 엿볼 수 있다. 어떤 사연을 바탕으로, 종현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담았는지 알게 된다면, 소품집을 감상하는 감동도 더 커진다. 종현이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을 통해서 들려줬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종현의 세계를 탐구했다. 라디오와 종현의 만남이 멋진 음악,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시즌1]

# ‘라이크 유(Like You)’, 2014년 7월 8일 공개가장 처음으로 공개된 노래. 짝사랑을 하고 있는 남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완성된 노래다. 종현은 사연을 처음 읽었을 때 “짝사랑을 아직 고백 못한 설렘이 너무 좋다”고 전했다. 사연 속에는 여자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이 담겼다. 남자는 우연히 여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만 확대돼 보였다며 여자의 마음이 예상되지 않지만 고백할 것이라 전했다.

종현은 혼자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 작사했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혼자 고민해도 답은 없잖아’, ‘너도 웃으면 난 어떻게 하라는 걸까’, ‘넌 짐작이 안 돼 네 맘 예상이 안 돼’라며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담은 가사가 이어지다가 결국 “나를 받아줘”라며 고백한다. 사연 속 짝사랑의 공감 포인트를 잘 짚었다. 사운드는 초반부터 흘러나오는 달달한 건반 소리가 짝사랑의 설렘을 담았다. 종현이 화음, 코러스 모두 참여해 ‘오~ 갓’ 같이 익살맞은 코러스만 골라 듣는 재미도 있다.

# ‘미안해’, 2014년 7월 10일 공개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온 메일 한 통에 흔들렸지만, 답장을 하지 않은 한 여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옛 연인의 연락. 사랑했을 때 미안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괴로워한 사람들의 마음을 종현이 대신 표현했다.

종현은 이 곡을 소개하면서 “(헤어진 후)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에 막연히 미안한 마음들이 들 때가 있다. 사연 주신 분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 이런 곡이 탄생이 됐다”고 전했다. 피아노 반주와 현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슬프고 애절한 사운드가 탄생됐다. 종현의 가성이 어우러져 더욱 아픈 고백이 됐다. 종현은 방송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가성으로 이루어진 곡들을 좋아한다. 한 번쯤은 발라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싹 다 가성으로 부르는 곡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미안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 ‘유앤아이(U&I), 2014년 7월 11일 공개‘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의 테마송이다. 사연을 통해서 이뤄진 노래가 아니라 종현이 청취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가사다. U는 청취자, I는 종현으로 ‘나와 넌 떨어질 수 없어’라는 가사가 라디오에 대한 종현의 애정이 느껴지는 노래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라디오에 대해 종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자랑거리든 무슨 이야기든 네 이야기 좀 해줘 항상 나만 말했잖아’, ‘나 항상 너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 등 청취자와 소통하려는 종현의 마음이 느껴진다.

종현은 “사연 쓰는 것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푸른밤을 일기장처럼 생각을 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곡의 의도를 설명했다. 팝스타일의 세련된 사운드가 편안하면서 설레는 분위기를 만든다. 도입부 ‘OK, GO’로 노래를 여는 종현의 내레이션이 청취자들에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종현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시즌2]# ‘하루의 끝’, 2014년 11월 10일 공개

소품집 타이틀곡.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라는 종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코끝이 찡해온다. ‘푸른밤’이 방송되는 시간은 모두가 잠이 들 준비를 하는 자정 넘은 밤. 종현의 목소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에게 “수고했어요”라며 토닥이는 말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칭얼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종현은 이 모든 감성을 이해했던 것일까. 종현은 방송에서 이 곡을 소개하며 “’왜 이렇게까지 내가 고생을 하면서 늦게 집에 오나’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런다. 내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는데 누군가가 날 기다려주고 이런 나마저도 자랑거리로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으로 써봤다”고 말했다. 연인으로 생각하기 쉬운 가사지만, 종현은 자신의 반려견 별루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나의 자랑이죠’를 가장 좋아하는 가사로 꼽았다.

‘하루의 끝’을 자세히 들으면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기 전 종현은 한숨으로 지친 하루를 표현한다. ‘하루의 끝’은 가사 속 ‘욕조의 물처럼 따뜻하게’라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다. 피아노만 사용됐지만, 곡의 빈틈을 막힘없이 채우는 연주와 그 위에 살포시 얹혀 부드럽게 위로하는 종현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뜨거운 물속에서 “아~시원하다”고 말하듯 힐링을 선사하는 곡이다.

# ‘해피 벌스데이(Happy Birthday)’, 2014년 11월 12일

재즈 풍의 곡으로, 느릿하게 또는 끈적하게 이어가는 종현의 보컬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버린다. 혼자 보내는 생일날, 홀로 와인을 마시며 들으면 좋을 느낌이다. 생일을 축하하는 곡인데 슬픈 이유는 뭘까.

종현은 “슬픔, 서운함 등 여러 가지 어두운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생일 축하곡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슬픈 사연들도 있고 하니까 그런 분들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개된 사연 속에는 혼자 쓸쓸히 생일을 보낸 사람, 축하하고 싶지만 함께 살지 않거나 세상을 떠난 슬픈 이야기도 있었다. 종현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목소리로 ‘생일 축하한다’는 것뿐이지만, 이 목소리라도 여러분에게 힘이 됐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8~19일 게릴라 콘서트를 개최한 종현

[푸른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시즌3]

# ‘내일쯤’, 2015년 4월 7일

발상이 특이하다. ‘내일쯤 힘내면 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이 많고, 하루쯤 놀자고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도 많지만, 힘내라는 것을 내일로 미루라니. 종현은 ‘한 달쯤 너 우울우울해도 난 여기 서 있을 거야’라며 응원메시지를 전한다. ‘힘내세요’라는 상투적인 응원 대신 내일 힘내라며 토닥인다.

종현은 “’남들이 다 힘내라고 하는데 힘이 안 나요’란 사연을 자주 만난다”며 “내일쯤 힘내도 되고 다음 주 아니면 한 달 정도 좀 지치고 힘들게 우울하게 지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종현은 “최면 걸듯이 ‘힘내’ 말보다 ‘지금은 좀 힘들고 우울해도 마음이 내킬 때 다시 돌아와’는 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내일쯤’은 곡 초반 등장하는 여자와 종현의 대화가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종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작업을 함께한 위프리키(소진)와 나눈 대화를 담았다. 마이크가 아닌 휴대폰 녹음 기능을 사용해 진짜 대화를 그대로 담은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소품집 1번 트랙 ‘하루의 끝’을 듣고 눈물을 흘리다 마지막 9번 트랙 ‘내일쯤’으로 으샤으샤 기운을 내면 된다.

# ‘산하엽(Diphylleia grayi)’, 2015년 4월 10일

종현의 어휘력은 어디까지일까. ‘산하엽’을 찾아낸 종현에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산하엽은 이슬이나 비에 젖으면 꽃잎이 투명해지는 작고 하얀꽃. “우리 인생을 꽃과 시간으로 표현해 달라”는 사회초년생의 사연에 종현은 멋진 답을 제시했다.

종현은 “우리 인생에는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것도 있다. 이 꽃의 꽃잎처럼”이라며 “삶이라는 건 감정에 촉촉이 젖어가고, 서서히 물들고, 다시 말라가고, 그런 거 아니겠나. 세상은 언제나 요동치고 있으니 가장 크게 변하는 건 나의 마음뿐인 것 같다. 그 변화를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행복의 기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상 도서의 한 단락을 보는 듯한 종현의 통찰력과 깊은 마음에 놀랐다.

‘산하엽’은 웅장하면서 슬픈 사운드에 가성을 사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산하엽’의 사운드는 종현이 원래 사극 OST를 쓰고 싶어서 만들어뒀던 곡.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올 것 같은 신기한 꽃, 산하엽을 만난 종현이 명곡을 탄생시켰다.

[푸른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시즌4]

# ‘02:34’, 2015년 7월 8일

종현의 사연이 담긴 노래다.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현은 “‘푸른밤’ 끝나고 친구들에게 가면, 도착하면 두 시 삼십사분이 된다”며 노래 제목의 의미를 밝힌 뒤, “이미 친구들은 술을 좀 많이 마셨고, 저는 그런 친구들과 옛날 추억들을 나누는, 그런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봤다”고 말했다.

종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재도 흥미롭고, ‘푸른밤’ 끝나고 친구들 만나는 시간을 제목으로 정한 것도 재미있다. 노래 곳곳에는 재미 요소가 가득하다. 빗소리가 들리는 도입부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친구와 통화하는 종현의 연기 같은 내레이션, 종현의 깜짝 랩,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 현장을 그대로 담아낸 소리까지, 유쾌하게 공감하며 들을 수 있다.

# ‘그래도 되지 않아?’, 2015년 7월 13일

섹시하다. ‘오늘은 네 맘 숨기지마 하고픈 대로 해, 그래도 되지 않아?’, ‘난 슬슬 입 맞출게, 그래도 되지 않아?’라는 툭 던지는 질문 속에 저돌적인 남자의 고백이 담겼다. 종현이 풀어내는 ‘썸’의 방식이다. 현악기 편곡과 피아노, 기타의 리드미컬한 연주가 감각적으로 편곡됐다.

종현은 “남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정적인 순간은 둘이 남겨졌을 때다. 그만큼 단 둘이라는 상황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라디오라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단 둘이 있는 기분, 느끼게 한다”고 곡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폰을 끼고 “그래도 되지 않아?”라고 묻는 종현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섹시함에 녹아버릴 수도. 매일밤 라디오 ‘푸른밤’을 듣고 종현과의 데이트를 즐기는 청취자들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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