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을 걷는 선비’ 14회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성열(이준기)은 흡혈귀가 된 노학영(여의주)로부터 겨우 양선(이유비)을 구해낸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양선은 십년 전 아버지가 죽던 날의 기억을 회복한다. 성열은 양선에게 자기를 떠나라며 흡혈귀로 사는 참혹한 일상을 드러낸다. 주상의 자리에 오른 세손(심창민)은 유일한 비책은 ‘서진’이라는 생각에 양선-서진을 찾는 일에 더욱 매달린다. 수향(장희진)은 귀(이수혁)의 지하궁에서 가야금 연주까지 들려주는 등 귀의 마음을 얻어간다. 혜령(김소은)은 명희인 듯 가장하여 성열의 검은 도포를 손에 넣는다.리뷰
강직한 충신의 삶은 귀의 농간으로 비참함 그 자체가 된다. 세손을 위해 ‘음란서생’임을 자처했다 고문당하는가 하면 실패한 귀 사냥의 주동자라는 죄목으로 죽은 노학영은 죽음 이후에 더 비참해진다. 흡혈귀가 되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결국 수호귀 김성열의 손에 다시 죽음을 당한다. 그 충성심과 강직함은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고, 스스로 제물이 됐으나 아무도 구하지 못한 모양새다.
성열은 흡혈귀가 돼 날뛰는 학영을 물리치고 양선을 가까스로 화양각에서 구한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양선은, 어린 시절 성열이 아버지를 죽이던 날의 기억이 다 떠올라 오히려 신열을 앓는다. 충격 속에서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양선을 두고, 성열은 떠나보내는 게 도리라는 결심을 굳힌다. 양선에게 피를 일상적으로 마셔야만 사는 존재임을 다 드러낸 뒤 “내가 무섭지 않느냐. 이제 내 진짜 모습이 뭔지 너도 알 것 아니냐. 난 네가 쓰던 소설에 나오는 밤선비와는 다르다”고 못을 박는다. ‘함께 지낼 수 없는 사이’임을 강조하는 성열은, 피를 마시고 전율하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양선에게 보여준다. 자신을 떼어내려 지나치게 애쓰는 성열의 모습에 양선은 눈물을 흘린다. “그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세손의 즉위로 중전이 된 혜령은, 귀의 지하궁에서 가야금까지 연주하며 귀의 신임을 얻어가는 수향을 본다. 어찌 아직 살려두었느냐는 혜령의 질문에, 귀는 혜령의 목에 이빨 자국을 남기며 김성열의 검은 도포를 손에 넣어 오라고 시킨다. 이빨 자국까지 난 혜령은 영락없이 환생한 명희의 모습처럼 보인다. 양선을 떠나보내기 위해, 그럼에도 어떻게든 양선을 지켜야만 한다는 이중고로 숲속을 헤매며 괴로워하던 성열은 꿈결인 듯 멀리서 걸어오는 쓰개치마의 여인을 본다. 명희인가. 이것은 꿈인가 악몽인가. 성열은 눈앞에 ‘명희’의 모습을 보면서도 “너는 명희가 아니다”면서 뿌리치려 하지만, 목에 선명한 피의 이빨 자국을 보고서는 풀썩 쓰러지고 만다. 비탄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와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혜령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여인이 실은 ‘명희’이고, 흡혈귀로서의 삶을 120년간 지탱해 왔다고 믿은 성열은 그저 용서만을 빈다. 너 또한 이 금수만도 못한 삶을 이어온 것이냐며 풀썩 쓰러진다. “미안하다. 너는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거늘 나는 다른 여인을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너를 잃었듯이 그 애를 잃을 순 없다.”는 말을 겨우 뱉고는 혼절한다. 명희인지 혜령인지 헷갈리는 이 여인은, 성열이 정신을 잃자 그의 검은 도포를 챙기고 숲 그늘에 성열을 두고 돌아선다. 혜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녀는 돌아와 이 도포를 귀가 아닌 주상에게 전하며 ‘거사’에 대한 의지를 독려하기까지 한다. 검은 도포를 잃은 성열은 낮에 힘을 쓸 수가 없으니, 어서 그를 찾아내 도포를 주라는 말까지 전한다.
주상으로 즉위한 세손은 오직 ‘서진을 귀에게 바치는 것’으로 세상을 구할 생각뿐이다. 양선-서진을 찾는 데 혈안이 되다시피 한다. 세손은 마침내 성열이 그토록 숨기려 애쓰던 양선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양선을 보고 “진아”라고 부르며 어릴 적 둘이 나눠 가진 필갑의 기억마저 일깨우는 주상. 그러나 주상은 양선에게 “네가 비를 없앨 유일한 비책”임을 말한다. “너의 두 아비가 그토록 숨기려 한 것은 정현세자의 비망록이 아니라 너의 목숨”이라며 하지만 자신은 귀에게 이 비책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비정하지만, 주상이 된 세손의 현실이다. 그때 거의 허깨비가 된 성열이 나타나 양선을 데려갈 수 없다면서 주상과 맞선다. 주상과 성열, 누가 진짜 공생의 계획을 가진 것이며 누가 진짜 허깨비일까.
수다 포인트
-양선을 단념시키기 위해 일부러 피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던 성열. 잔인하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지만, 아무리 사발에 담겼어도 피는 피여서 잔인하더이다.
-수향이 귀에게 “밤의 제왕으로 마음껏 호령하는 것으로 머무심이 어떠하냐”고 하자 흔들리던 귀의 표정이 묘했어요. 수향을 진정한 전략가로 인정합니다.
-완벽한 혜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따뜻하게 “오라버니”를 부르던 혜령, 그게 다 모종의 계략이고 연기일지라도 너무나 고와서 애틋했어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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