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슬옹 ‘노멀’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그룹 출신 솔로 가수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혼자서 4분을 채우기가 어려웠다”는 것. 2AM의 임슬옹은 어떨까. 지난 22일 디지털싱글 ‘노멀(Normal)’을 발표한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작사, 작곡은 물론 앨범의 전체적인 디렉팅부터 뮤직비디오 콘셉트, 의상과 스타일링까지 전부 참여해 솔로 가수로서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혹 임슬옹이 첫 술부터 배불리려는 듯 보이는가? 걱정하지 마시라. ‘솔로 가수’ 임슬옹의 저력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으니.

2AM 데뷔 당시, 임슬옹은 팀 내에서 크게 돋보이는 멤버는 아니었다. 서브보컬이라는 포지션은 그에게 적당한 수준의 파트, 적당한 수준의 가창력을 요구했다. 이후 임슬옹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오가며 얼굴을 알렸으나 ‘한 방’은 없었다. 그러나 화제의 중심을 살짝 비껴난 곳에서 임슬옹은 탄탄하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임슬옹의 영역, 그 저변엔 알앤비가 있다. 2009년으로 돌아가 보자. 임슬옹은 그 해 6월 개최된 2AM의 첫 팬미팅 현장에서 정엽의 ‘낫싱 베러(Nothing Better)’를 열창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무대가 유의미한 것은 알앤비 보컬로서 임슬옹의 지피지기 전략이 돋보였기 때문. 그는 세련되고 깔끔한 목소리로 ‘낫싱 베러’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달콤하게 살려냈다.

이후 임슬옹은 아이유와 함께 한 ‘잔소리’나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여름, 밤’과 같은 발라드에서부터 클래지 ‘우리 변한거잖아’, 스웨덴 출신의 DJ 아비치(Avicii) ‘레벨스(Levels)’ 등의 일렉트로닉까지, 폭 넓은 영역을 경험하며 목소리 사용법을 터득했다. 지난해 발표된 월간 윤종신 5월 호 ‘뉴 유(New You)’에서는 임슬옹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뉴 유’는 윤종신 특유의 90년대 발라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곡이지만, 임슬옹의 보컬은 여기에 새로운 결을 부여했다. 그는 원작자의 감성과 본인의 보컬을 모두 살려내며 노련함이 뽐냈다.

임슬옹은 같은 해 10월 발매된 2AM 3집 ‘렛츠 톡(Let’s talk)’에 솔로곡 ‘러브스킨(Loveskin)’을 수록하며 자신의 지향점을 알렸다. 그간 주로 발라드에서 빛을 발하던 임슬옹의 미성이 알앤비 리듬을 만나 깔끔하면서도 그루비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임슬옹의 재발견. 다양한 수련을 통해 맺은 결실이었다.지난 22일 발매된 임슬옹의 솔로 앨범 ‘노멀’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 첫 번째 트랙 ‘말을 해줘(7E77 ME, B43Y)’는 심플한 알앤비 곡으로 악기를 최소화해 보컬의 메인 라인이 부각시켰다. 두 번째 트랙 ‘무드 스윙(Mood Swing)’은 어쿠스틱 기반 사운드에 일렉트로닉 기법이 더해지며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을 예고한다. 임슬옹의 미성은 묵직한 비트와 블랙넛의 랩을 어우르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임슬옹은 이번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2AM 활동 당시, 임슬옹은 “주체가 우리 쪽으로 바뀌는 느낌이 든다. 초반에는 회사에서 무대 구성이나 뮤직비디오, 재킷, 플랜 등을 정해줬는데 이제는 우리가 풀어내고 생각하는 방식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슬옹은 ‘노멀’의 전체적인 디렉팅부터 뮤직비디오 콘셉트, 의상과 스타일링까지 앨범 제작 전반에 참여하며 8년 차 가수의 내공을 뽐냈다.

이제 임슬옹은 ‘혼자서 4분’이 아니라 ‘혼자서 1시간’을 채워야 할지도 모른다. 멤버들의 공백은 그에게 두려움이 될 수도 있을 터. 허나 그간의 성장으로 보건대 솔로 가수 임슬옹에게는 4분, 1시간이 아니라 ‘24시간이 모자라’는 수도 있겠다. 임슬옹의 솔로 앨범 ‘노멀’은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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