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조진옹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사람 인생 이름 따라간다더니, 영화 제목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이후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던 ‘끝까지 간다’가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다시 한 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정말 ‘끝 모를 질주’를 보여줬다.

이번 백상에서 이슈가 된 것은 단연 남우주연상이다. 이선균과 조진웅의 공동수상은 분명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 ‘파격이다’ ‘이변이다’ ‘반전이다’라는 말들이 나오는 건 그래서일 게다. 하지만 파격이고, 이변이고, 반전이라는 말은 있어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왜 그럴까. 눈여겨 볼 부분이다.사실, 영화제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게’ 바로 공동수상이다. 공동수상만큼 영화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없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영화제들이 트로피 나눠주기로 스스로의 변별력을 떨어뜨렸다. 인기 배우 모시기의 일환, 영화계와 가까운 인적 네트워크 챙기기가 낳은 폐해였다.
실제로 2009년 열린 춘사대상영화제는 공동수상이 낳은 최악의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당시 춘사는 남녀조연상과 신인남우상 등 총 3개 부문에서 두 배우에게 트로피를 안겼고, ‘국가대표’ 출연진에게는 공동연기상까지 신설해 수여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였다. 시상식 이후 혹평이 따랐다. 받는 사람도 결코 행복하지 않은 상이었다. 지난 2013년 대종상영화제에서 류승룡과 송강호가 각각 ‘7번방의 선물’과 ‘관상’으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을 때에도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들이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인 것은 분명했지만, 함께 똑같은 트로피를 받고 웃는 모습은 뭔가 어색했다. 그 날의 공동수상은 대중의 납득을 얻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이상하다. 왜 이선균과 조진웅의 공동수상에는 박수가 쏟아질까. 일단 영화 ‘끝까지 간다’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앙상블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간다’는 장르적으로 신선하고, 이야기적으로 새로운데, 오락영화로서도 ‘제맛’인 웰메이드 영화다. 이 작품이 1년 동안 장기질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후 절치부심한 김성훈 감독의 뚝심도 있었지만, 이선균-조진웅 두 러닝메이트의 찰진 호흡이 있었다. 악과 깡으로 승부하는 형사로 변신한 이선균과 자신만의 방식대로 위협을 가하는 의문의 목격자로 분한 조진웅의 극과 극 모습이 팽팽한 긴장구도를 형성하며 영화에 재미를 선사했다. 실로, 한국 장르영화가 아직 펄펄 끓어오르고 있음을 보여준 기분 좋은 사례였다.

이선균, 연기력에 비해 상복 없었던 배우이번 공동수상은 이선균-조진웅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선균은 연기력과 스타성에 비해 상복이 없는 배우였다. 상이 다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가혹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화차’에서 함께한 김민희가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도,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호흡을 맞춘 임수정과 류승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은 이선균의 몫이었다. ‘끝까지 간다’가 앞선 영화제들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그에게 특별하다. 오랜 시간 쏟은 노력에 대한 달콤한 선물이자 응원이니 말이다.


조진웅, 주조연에 대한 편견 앞에서

조진웅의 경우 (미안하지만) 조연이라는 꼬리표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끝까지 간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는 것. 당시 그는 “홍보할 때는 주연배우라고 하더니 상은 조연상”이라며 웃으며 농담을 던진바 있는데, 어디 그것이 완전무결한 농담이었을까. 그 말에는 주조연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벽과, 자신에 대한 어떤 편견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게다. 이번 수상은 그러한 편견의 벽을 넘게 했다는 것에 이의가 있다.이날 백상에서 공동수상자로 호명된 이선균과 조진웅은 예기치 못했다는 듯 한참을 서로 끌어안고 어리둥절해 했다. 이선균은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떨린다. 큰 상을 받아도 될까 죄송스럽고 많이 부끄러운데 진웅이가 옆에 있어 듬직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진웅은 “이 상은 앞으로 더 똑바로 관객들과 소통해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시 다잡았다. 이날 이들의 포옹은 그 무엇보다 뜨거웠다.

상이라는 것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안았을 때 비로소 빛나는 법이다. 올해 백상의 남우주연상이 그랬다. 이선균과 조진웅의 진짜 질주는 어쩌면 이제부터일지도. 이들의 공동수상에 이의 있습니까?

정시우 siwoorain@
팽현준 pangpang@ , JTBC ‘백상예술대상’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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