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벳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한 때 모바일 리듬게임 ‘탭소X’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많은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대신 몇 곡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어 무료곡을 무한반복하며 즐겼다. 그중 하나가 달샤벳의 ‘수파 두파 디바’였다. ‘수파 두파 디바’는 독특한 사운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지루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수파 두파 디바’를 들어도 게임을 했던 엄지손가락이 절로 움직일 정도로 중독성을 지녔다. 통통 튀는 리듬감이 달샤벳의 매력과 닮았다. 달샤벳은 데뷔곡 ‘수파 두파 디바’ 이후 ‘미스터 뱅뱅’, ‘있기 없기’, ‘내 다리를 봐’ 등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색깔의 노래를 들려줬다. ‘달샤벳=달콤한 사운드’라는 색깔이 자리잡혀갔다.

그런데 달샤벳은 지난해 ‘B.B.B’로 달콤함 대신 물 오른 성숙함을 강조했다. 몸의 라인을 강조하고 시크한 느낌을 자아내는 패션으로 섹시 걸그룹 전쟁에 당당히 출사표를 냈다. 변화와 성숙을 강조한 앨범이었지만, 달샤벳의 색깔이었던 달콤함이 사라졌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대로 달샤벳은 ‘흔한 걸그룹의 섹시 변신’에서 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새 앨범 ‘조커 이즈 어라이브(JOKER IS ALIVE)’로 돌아온 달샤벳은 그 걱정이 기우란 것을 증명했다. ‘걸그룹 멤버 최초 앨범 프로듀싱’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선보인 것. 그룹이 자신의 색깔을 정하는 데 있어 ‘셀프 프로듀싱’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멤버 수빈이 전곡 작사, 작곡을 비롯해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달샤벳의 옅어진 색깔을 진하게 색칠했다.

타이틀곡 ‘조커’는 스윙재즈를 바탕으로 흥겨우면서 세련된 느낌을 자아내는 신스와 브라스 사운드로 달샤벳의 달콤한 매력을 표현했다. 동시에 이전보다는 이미지의 톤을 다운시켰고, 하의실종 패션과 살구색 의상으로 섹시함을 표현했다. 수빈은 달샤벳의 매력을 두고 “달샤벳 이름처럼 달콤한 매력도 있고 샤베트처럼 시원하고 차가운 모습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조커’에는 기존 달샤벳의 달콤함과 5년차 걸그룹의 성숙함이 모두 담겼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난 것도 특징이다. 프로듀서 수빈은 누구보다 멤버들의 매력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수빈은 “아영 언니의 경우, 항상 내가 막내인데 막내로 오해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이번 곡에서 표출됐다. 귀여운 멜로디랩을 맡게 됐다. 가은 언니는 랩과 노래를 모두 잘한다. 이번 앨범에서 그런 면을 많이 보여줘야겠다. 세리 언니는 포인트가 되는 훅이 있고, 훅이 끝나면 정리되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세리 언니의 특이한 음색과 잘 어울린다. 지율 언니는 지적이고 차분한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다. 우희 언니는 내가 달샤벳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다. 가장 하이라이트 되는 부분과 브릿지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빈의 설명을 듣고 ‘조커’를 무대를 본다면, 멤버들의 색깔이 더 확실히 다가온다.

아이돌에게 있어 대표할 수 있는 색깔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청순돌, 콘셉트돌, 힙합돌 등 다양한 수식어가 존재하는 것도 색깔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달샤벳은 ‘걸그룹 최초 앨범 프로듀싱’이라는 수식어를 따내며 달샤벳 색깔 찾기에 성공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 성장도 증명했다. 앞으로 달콤함과 성숙함을 어떻게 달샤벳의 매력을 표현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겼다. 달샤벳 아영은 “‘봄에도 꽃이 피고 겨울에도 꽃이 핀다. 꽃이 피는 계절은 다르기 때문에 너의 꽃은 아직 그 계절이 안 온 것’가 내 좌우명이 됐다. 우리가 이제 그 계절이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빈의 프로듀싱이 흙이 되고 여섯 멤버가 지닌 매력의 시너지가 물과 거름이 되고 있다. 달샤벳의 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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