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텐아시아=이정화 기자]My Name is 김민재. 한자는 하늘 민(旻)에 실을 재(載)를 쓴다. ‘하늘의 뜻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친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이 이름을 꼭 해야겠다고 하셔서, (웃음) 김민재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중3 때, ‘앞으로 뭘 해야 되지’라고 생각을 하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실용음악학원에 다녔다. 거기에서 갑자기 오디션 기회가 생겨서 보게 됐고, CJ에 캐스팅되어 고1이 되는 해 1월에 회사로 들어갔다. 노래를 좋아하긴 했지만 춤은 안 춰 봤던지라, 트레이너 선생님이 “네가 춤을 잘 추는 건 기적”이라고 하셨다. 원래 내가 작곡 파트를 공부해서 피아노만 치고 그랬거든. 그래도 ‘해내겠다!’는 의지로 온종일 연습실에서 살았다. 가수 연습생이긴 했지만, 연기에도 욕심이 있어서 연기 레슨도 받으며 다방면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칠전팔기 구해라(이하 칠전팔기)’는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극중 사기준 역할을 위해 3차 오디션까지 봤다. 감독님이 춤을 하루 동안 완성해 와라, 어떤 연기를 준비해 와라, 하시며 과제를 주셨다. 하루라는 시간이 짧긴 했지만 이 드라마가 너무 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다 해 갔다. 그 모습에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첫 방송은 숙소에서 같이 사는 멤버들(드라마에 임팩트의 멤버 하이, 라이, 큐로 함께 출연했다)과 같이 봤는데, 어찌나 긴장되던지 ‘저게 나인가? 내가 저렇게 나오나?’ 했다. 그래도 즐겁게, 웃으면서 봤다.

내가 맡았던 사기준은 애정을 많이 필요로 하는 친구였다. 황제엔터테인먼트에서 8년 동안 있었던 연습생이었는데, 사기준의 입장에선 강세종(곽시양)이 갑자기 들어와서 솔로 데뷔를 하게 된다고 하니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나. 그래서 강세종에 대한 질투가 시작된 거였다. 게다가 기준이 좋아하는 스칼렛(서민지)은 강세종을 좋아하고, 기준의 아버지는 바람이 나 어머니는 기준에게 집착을 하고. 시청자 분들은 사기준을 미워하셨을 수도 있지만, 사기준은 굉장히 가슴 아픈 캐릭터였다. 자기 입장에선 모든 걸 다 뺏겨 버린, 그런 친구. 그런데 내 친구들조차 사기준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말하긴 했다. 하하.

김민재
이번 연기는 10점 만점에 4~5점 정도인 것 같다. 열심히 하긴 했지만, 내 연기를 보면서 잘했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다.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 처음 보여드리는 연기(한-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2014)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였기 때문에 더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상대와 소통하듯 해야 하는데 내 대사만 혼자 치고 온 것 같은 적도 있었다. 모니터를 하다 보면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이건 내가 욕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리더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한다. 같이 연습하는 멤버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린데 리더가 되었다. 어떤 분한테는 힘들다고 얘기를 하긴 하지만, 멤버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리더는 방향키인데 내가 흔들리면 멤버들까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왜 이러지?’ 할 것 같아서. 평소 성격은 좋은 건 좋은 거다 하는 식인데, 리더 입장에 있을 땐 예민해 진다. 일할 때 좋게 좋게 가자 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좀 날카로워지나 보다.

버티면 무언가는 항상 있더라. 연습생 생활을 하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아버지께 전화한 적이 있다. “아버지, 저 정말 힘듭니다. 어떡하죠?” 하니, 아버지께서 “힘들 때마다 포기할 수는 없지 않니”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힘들 때마다 포기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겠구나 싶어졌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힘들 테니깐. 그래서 그런 힘든 상황이 찾아와도 버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걸 풀어야겠다, 라는 게 없다. 그냥 노래하고 춤추고 연습한다. 그렇게 3년 동안 했더니 ‘칠전팔기’에서 연기도 하게 되었다. 버티면 뭔가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계속 버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건 다 주위 사람들 덕분이다. 가족들과 멤버들이 없었다면, 나도 무너지지 않았을까?
김민재

노래, 춤, 연기, 예능, 디제이… 다 해보고 싶다. 연예계 쪽 일을 너무 좋아한다. 인지도도 생기고, 피디님이나 방송국에 나에 대한 신뢰가 쌓여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극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인스타그램(real.be)에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나왔던 어린 이훤(여진구)의 대사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어서 리딩하는 모습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대사(“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아무도 지키지 않으며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순리에 따라 그저 무력하게 무능하게 그렇게 살아가란 말씀이시옵니까”)가 울분을 토해내는 것이라 내 감정들도 그 안에 넣어서 표현해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땐 리딩이라 감정만 살짝 넣어서 했었는데, 가끔 연습할 땐 더 격하게 하게 될 때도 있다. 아… 여진구랑 닮았다고? 하하. 예전에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긴 했는데… 부끄럽다.

최민식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 말이 안 나온다. ‘이건, 말이 안 된다’라는 생각만 든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연기하실 수가 있지? 어제도 ‘올드보이’를 다시 봤는데, 그 배역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셨을 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눈빛하며… 소름이 쫙 돋았다. 정말 멋있으시다. 난 언제쯤 그런 눈빛을 갖게 될까. 아직은 너무 먼 얘기겠지만, 앞으로 더 많이 경험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요즘 조이 배드애스(Joey Bada$$) 음악을 자주 듣는다. 붐뱁 비트를 많이 다루는 힙합 뮤지션인데, 본능적으로 끌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이기도 하다. 노래는 ‘크리스트 컨시어스(Christ Conscious)’를 추천한다. 평소에 사람들이 나한테 소프트하다고 말하는데… 하하. 춤 추거나 랩 할 땐 센 걸 많이 좋아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김민재가 되고 싶다. ‘칠전팔기’를 통해 김민재란 사람을 조금 보여드렸지만 3년 동안 연습한 김민재를 다 보여드리진 못했다.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찾아와서 더 발전했네, 뭔가 바뀌었네 라는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러니 민재야, 지금처럼 초심 잃지 말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자. 네가 원하는 것들 꼭 이루길 바라고, 지금 하는 일들을 재미있게 즐기자. 그리고, 버티자. 하하.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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