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예쁘게 잘 깎아놓은 밤톨 같았다.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짧게 자른 머리는 당찬 기운을 전했다.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낼 것처럼 보이던 스무 살, 김민재. Mnet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이하 칠전팔기)’에서 사기준 역을 맡아 연기 신고식을 치른 그는 극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던 강세종(곽시양)에게 날을 세우며 악역 아닌 악역을 매끄럽게 해냈다. 극중 사기준처럼 8년의 세월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을 연습생으로 보낸 뒤에 얻어낸 값진 성과였다.“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해에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왔어요. 처음부터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고, 중학교 3학년 때 ‘앞으로 내가 뭘 해야 되지’라고 생각을 하다가 음악을 좋아하니, 이걸로 대학을 가자 싶었죠. (웃음) 그렇게 해서 다니게 된 실용음악학원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캐스팅이 되었어요. 그때부터 훈련도 받고 연습도 하면서 ‘이게 내 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꿈을 키워 왔던 거 같아요. 전 원래 작곡을 공부했었어요. 하하.”노래, 춤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용음악을 공부했지만, 작곡 파트라 피아노를 쳤다. 그렇기에 소속사에 들어온 후 트레이너로부터 “네가 춤을 잘 추는 건 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아침부터 내리 연습만 하는 통에 하루에 30분만 잘 때도 있었다. 이런 10대 시절이 꽤나 고단했을 법도 한데, 특유의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에 의젓함을 담뿍 묻혀서는 “그때 나의 신분은 연습생이었고, 연습생이 해야 할 건 연습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모든 걸 쏟아 부었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칠전팔기’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이유를 굳이 듣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열정으로 온 마음을 다해 노력했다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고.
“‘칠전팔기’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이 과제를 많이 내주셨어요. 춤도 하루 만에 완성해 와라, 이런 연기도 준비해 와라, 하셨는데, 3년 동안의 연습생 생활이 도움이 되었나 봐요. 하루라는 시간이 짧긴 했지만 ‘칠전팔기’를 꼭 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다 해갔거든요. 계속해서 미션들을 해오는 걸 보고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했죠.”
김민재
소중한 기회의 장이었던 ‘칠전팔기’에서 그는 다양한 장점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다. 특히, 강세종과 몸싸움을 하던 신(2회)에서 드러난 차분한 대사 처리 능력과 몸을 쓰는 민첩한 감각은 그를 눈여겨 보게 했다. 황제엔터의 사장 황제국(윤다훈)이 “기준이, 뭐 문제 있어?”라고, ‘갑’의 힘을 내세워 그를 누르려 할 때 “아닙니다”라며 순응하는 모습(3회)을 보이던 장면에서도 그러했다. 단 네 글자의 답이었지만, 그가 상황에 완벽하게 몰입했음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강세종과 연습실에서 싸우던 장면은 당일에 무술 팀이 와서 알려준 거였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모니터를 해보니 삼촌이 아이와 놀아주는 느낌이 좀 들더라고요. 하하.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해서인지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사기준 역할에 대한 부연 설명에 ‘잔근육이 득실대는’ 이란 표현이 있어서 PT도 받고 수영도 했었는데, 거의 매번 후드 티만 입고 나와서 아마 잘 모르셨을 거에요. 하하. 3회에서 “아닙니다” 라고 했던 그 대사는 정말 몰입했던 장면인데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굉장히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황제국 사장은 사기준에겐 엄청나게 큰 존재잖아요.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도 많이 해봤고, 대사는 짧았지만 윤다훈 선배님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거라 열심히 했어요.”
김민재
이제 막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 발전하고 싶다”고 했다. “3년 동안 연습한 김민재를 다 보여드리진 못했다”라면서 “나를 좀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그리고는 이야기의 끝에 “초심을 잃지 않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며 원하는 것들을 이루길 바란다”고 의미 깊은 메시지를 자신에게 남겼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그라면 정말 그러할 것처럼 느껴졌다. 겸손하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모습에서 빚어진 신뢰감이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끊임없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찾아올 또 다른 기회 앞에서도 분명 그는 뜨거우리라.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김민재’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킬 날이 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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