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텐아시아=정시우 기자]SBS ‘풍문으로 들었소’ 13회 2015년 4월 6일 월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한정호(유준상)의 카드를 흔쾌히 받아든 형식(장현성)에게 혹여나 큰일이나 터질까 노심초사하던 서봄(고아성)은 결국 정호에게 SOS를 청한다. 친정식구들에게 유능한 전문가를 붙여달라는 제안을 한 것. 그러나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형식뿐이 아니다. 뒤 늦게 ‘돈의 맛’을 맛 본 언니 서누리(공승연)가 상류층 자제와 스캔들에 휘말리며 ‘트러블 메이커’로 등극한다.리뷰
2015년, 대한민국은 평등의 사회인가. 천만의 말씀.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이 사회는 가진 자가 키를 쥐로 흔드는 계급의 사회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코믹하고 통쾌하면서도 뭔가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것은 그러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너무나 정확하게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서민층을 대표한다 할 수 있는 서봄-서누리 자매를 통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흥미로운 것은 얽히고설킨 시선이다. 재벌가로 시집간 서봄의 시점에서 상류층을 허위의식을 풍자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풍문으로 들었소’에는 여러 인물의 시선이 교차한다. 영화는 서봄을 통해 재벌가의 은밀한 곳을 훑는다. 동시에 재벌의 눈에 비친 서봄과 서누리를 통로로 서민층이 ‘돈의 맛’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가도 가늠하고자 한다.

봄은 상류층 시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며,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 본능적으로 친정과도 거리를 뒀다. 서누리는 한 술 더 떴다. 사돈집에서 준 메이크업, 의상 전용 카드를 쓰면서 명품에 눈을 떴고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불태운다. 급기야 상류층 자제와의 스캔들 까지. 이들은 한 번 맛본 ‘돈의 맛’을 쉽게 끊지 못한다.이처럼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자근자근 씹던 드라마 초반의 칼날은 가진 것 없는 이 시대의 많은 ‘우리들’에게 방향을 틀었다. 드라마가 건네는 충격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시청자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되는 이 시대가 결국은 허상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웃음으로 펴 바른 ‘풍문으로 들었소’에 강한 쓴맛을 느낀다면, 이 모든 일이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탄식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서봄-서누리 자매를 욕할 수 있는 자는 얼마나 될까.

수다 포인트
-“돈이 그렇게 우스운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한정호님의 말씀.
-“도련님들 스캔들이 결혼까지 가는 것 봤냐. 애가 생겨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지 않냐” 유호정 비서님의 말씀.
-풍자의 칼날, 상류층 이어 서민들의 욕망으로 향했다
– 2015년 ‘돈의 맛’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SBS ‘풍문으로 들었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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