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
‘그래미 어워드’가 변했다. 예전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신인들이 대거 강세를 보인 것, 그리고 화려함보다 무게감을 중요시한 무대가 전과 달랐다. 변하지 않은 것은 거장에 대한 예우, 신구의 조화를 중시하는 무대 그리고 수상자, 상을 받지 않는 자 모두가 모이는 축제 분위기였다. 가장 부러운 대목이다.보수성에서 탈피
한국시간으로 9일(현지시간 8일) 미국 LA 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드’의 스타는 단연 샘 스미스다. 그는 영국 출신에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미의 본상 4개 부문(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중 3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진정한 그래미의 남자가 됐다. 벡에게 ‘올해의 앨범’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1980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본상 네 개를 모두 휩쓰는 대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그래미는 작년에도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다프트 펑크에게 5개의 상을 주며 자국 중심, 컨트리 중심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어느 정도 씻었다. 한 관계자는 “올해 그래미가 영국 출신의 그것도 동성애자 뮤지션에게 상을 몰아준 것은 그간의 보수적인 모습을 탈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샘 스미스는 “작년에 사랑에 빠졌던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그에게 차여서 이 앨범이 나오게 됐다”라고 재치 있는 수상소감을 밝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샘 스미스 외에도 많은 신인들이 주요 후보에 오른 것이 전과 다른 점이었다. 본상 4개 부문을 보면 샘 스미스 외에 테일러 스위프트, 이기 아젤리아, 시아, 메간 트레이너 등이 대거 후보에 올랐다. 이에 대해서는 “그래미가 변질됐다”는 비난의 시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래미에 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연주해주러 온 존 메이어(왼쪽)과 허비 행콕
신구의 조화는 그래미의 미덕
올해 축하 무대는 거의 거장과 신인의 협연으로 꾸며졌다. 공연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토니 베넷이 우리나이로 아흔 살, 막내뻘인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물두 살이었다. 23개 팀 중 오프닝은 호주 출신의 무적의 록밴드 AC/DC였다. AC/DC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에는 탐 존스와 제시 제이가 듀엣을 했고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제프 린과 에드 시런의 무대에는 허비 행콕, 존 메이어가 연주로 함께 했다.호지어는 애니 레녹스와, 그리고 샘 스미스는 메리 제이 블라이지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듀엣이었지만,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함께 곡 작업을 한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의 무대는 우리에게 아방가르드 패션으로 잘 알려진 레이디 가가의 재즈 보컬 실력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셔가 부르는 ‘이프 잇츠 매직(If It’s Magic)’에 스티비 원더가 하모니카를 살짝 얹는 것도 대단한 감동이었다. 폴 매카트니와 카니에 웨스트, 리아나의 협연도 매끄럽게 잘 이루어졌다. 벡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함께 노래했다.
상을 타는 자, 타니 못하는 자가 모두 공연을 즐기는 것은 가장 부러운 대목이다. AC/DC가 공연을 하는데 허비 행콕이 박수를 치는 장면, 마돈나의 공연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진심으로 열광하는 장면, 스티비 원더가 공연하는데 마돈나와 폴 매카트니가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은 그래미어워즈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왼쪽)과 마돈나
대중음악계 전반을 기린다
늘 그렇듯이, 작년에 세상을 떠난 뮤지션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그래미 측은 작년에 사망한 조 카커, 피트 시거, 잭 브루스, 조니 윈터, 토미 라몬(라몬스), 조 샘플, 바비 워맥, 호레이스 실버, 찰리 헤이든, 제리 고핀, 파코 데 루치아, 팀 하우저 등을 화면에 띄우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외에도 연주자, 프로듀서, 에이전트, 변호사 등 음악산업 전반에 관련된 이들을 추모했다.
매년 수상하는 ‘평생공로상(Lifetime Achievement)’은 비지스, 조지 해리슨, 웨인 쇼터, 버디 가이 등에게 돌아갔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그래미 트러스티 어워드(Trustees Award)’에는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등을 개최한 조지 웨인에게 돌아갔다. 이외에도 그래미는 지난 35년간 그래미 어워즈이 쇼를 감독해온 프로듀서 닐 포트나우, 그리고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리는데 기회를 제공한 토크쇼 ‘데이빗 레터맨 쇼’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오바마의 메시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면을 통해 여성 폭력에 대한 캠페인을 전하며 “이 상황은 아티스트, 그리고 대중들 바꿀 수 있다. 폭력을 멈추겠다고 마음먹으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연설해 감동을 전했다. 이와 함께 실제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이 무대 위로 등장해 캠페인을 이어갔다. 이에 케이티 페리는 신의 은총을 이야기하는 ‘바이 더 그레이스 오브 갓(By The Grace Of The God)’을 노래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그래미어워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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