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 송일국 강봉규PD(왼쪽부터)
“육아예능의 방향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성에 집중하는 자연스러움만은 지키려고 합니다.방송 1년을 넘긴 KBS2 ‘해피선데이 – 일요일이 좋다’가 예능 프로그램 킬러 콘텐츠로 자리하며 육아 예능의 새로운 길을 쓰게 될 지를 처음부터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은 당시 인기리에 방송하던 MBC ‘일밤 – 아빠! 어디가?’의 아류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며 의사소통에도 서투른 어린 아이들이 출연분을 두고 ‘과연 방송이 될까?’란 의구심도 짙었다.1년여가 흐른 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모든 출연진과 아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면서 월요일 아침 전국민의 단골 대화 소재로 등극했다. 급기야 송일국의 세 쌍둥이 아들인 ‘삼둥이’의 사진이 담긴 ‘삼둥이 달력’은 하루 만에 10만부가 판매될 정도였다.
지난 27일 KBS 연예대상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 후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던 연출자 강봉규 PD는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슈퍼맨이 돌아왔다’ 송년회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벌어지는 일상다반사에 대한 공감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는 “사실 방송을 하면서 힘든 과정은 대부분 숨겨져 있다. 아이들이 울고, 씻기고 밥먹이는 모습은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대부분은 편집된다”라며 “그 순간마다 보여지는 엄마 아빠의 고충을 매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촬영하면서 난감한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이 어떤 순간에 돌발 행동을 보일지 몰라 계획했던 방향을 수정하는 일은 다반사였다고. 강 PD는 “갑작스럽게 울거나 아이들의 생리 현상으로 당황했던 순간은 늘상 발생하는 일”이라며 웃음지었다.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준, 서언이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울음을 터뜨려 방송국 국장실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먹인 후 출발했던 사연이나 장시간 준비 끝에 외출하려는 순간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 중 한 명이 실례해 다시 씻기기부터 시작했던 일화는 이제는 일상이 됐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원칙이다. 실제로 종종 제작진이 등장하는 다른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제작진은 철저히 숨겨진 존재다.
강봉규 PD
강 PD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일상성’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때 시청자들의 공감도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느낌은 늘 다르지 않나. 아이들은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매일이 새롭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어디에서 감동의 포인트를 줄 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연출철학을 들려주었다.이같은 자연스러움을 위한 나름의 섭외 전략도 존재한다. 강 PD는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임신한 모든 연예인이 섭외 대상”이라며 “그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항상 리스트 관리하고 있다.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아이들의 월령대를 다변화해보자는 것이 섭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육아예능’의 바람은 이후에도 쭉 지속될까?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육아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가 있는 한 추사랑, 이하루, 쌍둥이, 삼둥이로 이어지는 ‘아이들 사랑’은 일단은 계속될 것 같다.
“육아의 원칙은 따로 없다. 늘 아내와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반성하고 다시 시도한다”는 송일국의 얘기처럼 아이들을 키우면서 훌쩍 성장한 아빠들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는 지점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숨겨진 진면목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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