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없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느 날 문득, 깊이 공감하게 된 어느 드라마의 대사. 이 말을 온전히 흡수한 듯, 차근차근 자신의 속도로 성장의 계단을 오르며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보이는 이가 있다.

배우 박보검. 그는 올 한 해 KBS2 ‘참 좋은 시절’의 어린 동석을 시작으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토란을 건넸던 소년 수봉, ‘내일도 칸타빌레’의 첼리스트 윤후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 비슷한 구석 하나 없어 보이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오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매력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뭐든지 한 번에 손에 쥐려고 하면 그것들이 손에서 다 빠져나간다”는 주변의 말을 깊이 새기며 연기에 임하고 있는 그는 “여태까지 했던 역할들이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땐 내게 있어 다 큰 역할이었다”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에 ‘바른 성품’이 필수 항목은 아닐 테지만, 이렇듯 맑고 곧은 성격은 분명 언젠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게 되었을 때, “슬프고 불안한 느낌이면 좋겠다”는 사진기자의 말에 순식간에 다른 인물로 변신해 주변을 놀라게 했으니, 이 어찌 ‘좋은’ 배우의 발견이 아닐 수 있을까.

Q. 드라마 촬영도 다 끝났는데, 잠은 잘 자고 있나?
박보검 : 요새 여섯 시간 정도는 잔다. ‘내일도 칸타빌레(이하 칸타빌레)’ 촬영할 땐 거의 못 잤다. 한 인물을 맡아 쭉 끌고 가며 연기했던 게 ‘원더풀 마마(2013)’에 이어 ‘칸타빌레’가 두 번째였는데, 미니시리즈는 또 처음이었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미용실에 갔다가 촬영장에 도착해 그 다음 날 아침 열 시에 촬영이 끝나면, 바로 열 한시 촬영으로 넘어갔다. 이런 걸 ‘디졸브’라고 하나 보더라. 처음 경험해 보는 거였는데, (심)은경씨랑 주원이 형은 거의 매번 겪으셨을 테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체력관리를 정말 잘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이동할 때 ‘쪽잠’을 잤는데, 그래도 ‘꿀잠’을 자서 괜찮았다.

Q. ‘칸타빌레’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6회부터였다. 5회 마지막에 윤후가 물에 빠진 유진(주원)을 구했다.
박보검 : 그런데, 다들 날 구급요원으로 알고 있었다! (웃음) 5회 마지막에 3초인가 4초 정도 나왔는데, 나인 걸 모르는 분들은 ‘왜 구조요원을 잡아줬지?’ 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Q. 촬영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난 후에 들어간 거였나?
박보검 : 그랬다. 사실,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난 촬영을 하지 않았던 상태라 ‘에피소드가 없는데 뭘 얘기 드려야 하지?’ 이랬다. 당시엔 첼로만 배우고 있었다. 첫 방송이 10월 13일이었나? 2회 방영까지 다 하고 나서, 10월 17일에 첫 촬영에 들어갔다.

Q. 보통, 드라마가 1, 2회 정도 방영되면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지 않나. 이미 그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간 거라 부담감도 있었겠다.
박보검 : 원작을 보긴 했지만, 난 원작에 없는 인물이니깐. 하… (웃으며 작게 한숨) 다른 분들은 참고할 거라도 없지 않아 있는데, 나는 어떤 걸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놉시스 상엔 그냥 ‘외모, 학벌, 재능, 이 모든 것이 완벽하고, 줄리아드 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라고 나와 있으니 표현하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후에 생각을 바꿨다. 여태까지 이 캐릭터를 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시청률이 많이 안 나오기도 했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데?’ 식으로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던 상황이라 윤후라는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나오면서 좀 더 재미있어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감독님이 우리끼리 즐기면서 하자고 말씀해 주셔서 매일 현장에 가는 게 설레고 즐겁고 재미있었다.

Q. 또래들과 촬영해서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막내가 아니었잖아. (웃음)
박보검 : 맞다! (웃음) 예전에 인터뷰할 때 또래들과 함께 연기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되니 공감대도 형성돼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현장에선 내가 막내였는데, 나한테 “형, 형!” 이런 친구들도 생기고 “오빠!” 이런 친구도 생기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 친구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나도 아직 한창 연기를 배우는 입장이지만, 초반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항상 열심히 하려고 했던 그런 모습을 동생들을 통해 다시 보게 되니깐 ‘아, 그때 그 모습을 잃지 말아야지’ 했다.

Q. 주변에서 이번 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해주던가?
박보검 : 가족과 회사는 (내 연기를) 정말로 객관적으로 봐 준다. 무조건적인 칭찬보단 못한 건 못했다고 말씀해 주시거든. 내가 생각할 땐, 잘했던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것도 없지 않아 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설명을 잘해주셔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건 없었는데, 손가락이 너무 아파 약을 먹던 장면에서 감정이 너무 과했나, 생각한 적은 있다.

Q. 아니다, 그 장면 좋았다. 벽에 기대어 앉아 약봉지를 뜯으며 “오늘만 버티자”라고 말했던 그 신. 눈도 충혈되어 있어서 굉장히 몰입했구나 생각했다.
박보검 : 아, 감사하다.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에겐 손이 정말 귀한 것이지 않나. 그걸 다시는 못 쓴다고 생각하니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손을 떠는 시늉하며) 그런데 너무 떨었던 것 같아서. 흐흐.Q. 에스오케스트라에 입단하기 위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 1007중 제1곡 프렐류드’를 연주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연주하고 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운지법이 실제 연주와 같았던 건가?
박보검 : 바흐도, 내일이와 이중주를 하려 했던 ‘시실리안느’도 다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그 두 곡 모두 어느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다 보니 음계에 익숙했다. 그리고 첼로 선생님이 손가락 번호를 다 알려주셔서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연주를 하긴 했다. 연습을 많이는 못 해서 좀 더 완벽하게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그만큼 한 거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웃음)

Q. ‘맘보’ 연주를 지휘한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박보검 : 그때 지휘 선생님이랑 많이 못 맞춰 봐서 부담감이 컸다. 주원이 형은 (지휘 연기를) 정말 잘하셨는데, 내가 너무 못해 보일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잘 찍어 주시고 편집도 잘해 주셨다. 그렇게 좋은 반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7회의 ‘맘보’ 지휘 장면이 방영된 이후, 박보검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Q. 이번 작품에서 눈빛이 참 좋구나, 라고 느꼈다. 굉장히 밝은 드라마인데, 성장하는 청춘들이 마구마구 등장하는데도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박보검의 눈빛에 임팩트가 있었다. 예를 들면, 내일이 시실리안느가 자신에게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때 윤후는 “뭘?”이라고 되물었다. 정말이지 찰나였는데, ‘헉, 이 슬픔은 뭐지?’ 했다. 눈빛이 좋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나?
박보검 : 최민식 선배님과 김한민 감독님(‘명량’)께서 말씀해주셨다. 이번에 드라마 촬영하면서도 한상우 감독님이나 박성 촬영감독님도 그렇게 얘기해 주셨고. “너, 눈빛이 좋다. 모든 것이 다 담겼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눈을 더 깨끗하게 관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하하.

Q. 하하하. 윤이송 음악제에서 유진이 지휘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때엔 질투, 동경과 같은 다양한 감정이 눈빛에 깃들어 있어서 눈에 띄었다. 해석의 여지를 준다고 생각했다.
박보검 : 감사하다.

Q. 그래서인가, 유독 눈물 연기도 잘하고 말이지.
박보검 : (부끄러워하며) 아유.

Q. ‘원더풀 마마’에서의 영준처럼, 너무나 밝은 캐릭터에서조차도 엄마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땐, 더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인물은 에너지가 너무 과해서 좀 눌러줘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말이다.
박보검 : 그땐 너무 밝았다! 헤헤. 역할 때문에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 톤도… 진짜 힘들었다. 작가님께서 “(집안의) 막내니깐 (목소리를) 높게 해, 더 높게”라고 하셔서 정말 하이톤으로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그 역할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연기에 대해 재미도 많이 느꼈다. 또, 좋은 분들을 만나서 아직까지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어서, 소중한 작품이다.



Q. 얘기를 해보니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연기할 땐 어둡고 슬픈 느낌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태까지 연기한 것 중 자신의 모습이나 경험이 투영된 캐릭터가 있었나?
박보검 : 전체는 아니지만 부분부분 있다. ‘칸타빌레’에서도 어떤 장면인지는 확실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왜?” 하고 말을 툭 내뱉었을 때, ‘어, 이거 난데?’ 하하. 그런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Q. 자신과 캐릭터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다면 성격적인 면을 충분히 활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박보검 : 하하, 그렇긴 하다. 난 처음에 인물을 만들거나 접근할 때 나와의 공통점을 먼저 찾는다. 그렇게 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거나, 아니면 연기하게 될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이 있는 작품을 보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한다.

Q. 그런 과정을 거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가?
박보검 :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무섭다. (웃음) 머릿속으로 상상을 잘하다가도 막상 연기로 보여주려 할 땐 마음에 안 들 때도 있다. 그리고 무서운 상상 같은 것도 많이 해서… 사고가 난다거나 뭐 이런 별의별 것들. 생각만 하는데도, 가끔씩 무서울 때도 있다.

Q. 그럼, 상상을 해보는 질문을 몇 가지 해보자. 극중에서 내일과 유진은 음악적으로 공감을 이루며 커플이 된다. 만약, 현실에서 자신과 그렇게 예술적으로 공감을 하는, 그것도 자신이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 윤후는 결국,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박보검 : 뒤로 물러섰는데 또 다가가고, 그러다 또 차이고! (웃음) 일단은 계속 다가갈 것 같다. 정말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가갔는데도 너무 강하게 거부한다면… (몸을 옆으로 웅크리는 시늉하며) ‘히잉’… 하며 전원이 꺼질 것 같다. 도전은 해본다! 하하.

Q. ‘히잉’이라니! (웃음) 첼리스트였던 윤후에게 손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만약, 연기자에게 있어 첼리스트의 손만큼 중요한 뭔가에 이상이 생긴다면 어떨 것 같나?
박보검 : 허…억… 상상만 해도…

Q.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박보검 : 연기자에겐 그 소중한 것이 목소리일 수도 있고, 눈일 수도 있고, 다리일 수도 있고… 여러 방면으로 사고가 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연기자는 사람들에게 어떤 한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니, 그런 일을 겪는다면 연기는 못하게 되지 않나. 난, 일단은 그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그동안 했던 일들, 감사했던 일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게 될 것 같다. 연기를 지망하는 분들이나 몸이 편찮으신 분들에게 내게 소중했던 일들이나 연기는 뭐고, 내가 이만큼 해서 이렇게 연기를 했고 같은 것들을 말하는 입장이 되지 않을까?

Q. 그럼 힘들거나 시련이 닥칠 때 주로 이겨내는 방법이…
박보검 : 신앙이 있어서인지, 기도를 한다. 가족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 가족들도 다 같이 기도하고.



Q. 손이 아픈 윤후는 첼로를 다시는 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윤후가 아닌 박보검이라면 그 리스트에 뭘 쓰게 될까?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들 세 가지 정도만 말해본다면?
박보검 : 음…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낼 거다. 그리고 감사했던 분들에게 감사했다고 말해야겠다. 나를 사랑하고 좋아해 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했다고 말하는 거, 그런 것들일 거 같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이나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할 거 같다.

Q. 지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
박보검 : 같이 산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 누나가 있고, 집안의 막내다 보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랄 수 있었다. 가족들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을 많이 깨닫게 되고 알게 됐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박보검 : 아버지께서 “늘 진실하게 살아라”고 하셨다. 그리고 “처음 먹은 마음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도 해주셨다. “네가 처음 생각했던 걸 그대로 믿고 가야 후회가 없다”고 말이다. “만약, 그렇게 해서 실패를 하게 된다 해도 그것도 다 경험이고, 성공했다면 추억”이라고도 말씀해 주셨다. 최근에 ‘칸타빌레’ 촬영 중간에 시간이 생겨서 ‘인터스텔라’를 봤는데,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면서 가족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우주에 있을 때 지구에 있는 가족이 꾸준히 보내온 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 ‘그래, 부모님이 계실 때 잘해야지’ 했다. 우리 집 가훈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자’인데, 그걸 잊지 않고 늘 깊이 새기며 살려고 한다.

Q. 매 작품을 거치며 기초를 잘 닦고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에 큰 성과를 얻으려는 성향이 있다면, 이런 과정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이 많은 쪽일까?
박보검 : 인내심이 있는 것 같다. 난, 기초가 탄탄해야 더 높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공사가 튼튼하지 못하면 부실공사가 될 테니깐. 교회에서도, 부모님께서도, 회사에서도 “뭐든지 한 번에 네 손에 쥐려고 하면 그것들이 손에서 다 빠져나간다”고 말씀해 주신다. 감사한 게, 회사 분들 모두 내가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신다. 큰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해 작품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할도 분명히 좋겠지만, 내가 그걸 감당해 내지 못한다면 나에게 기대를 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게 될 거다. 그래서 난 여태까지 했던 모든 역할들이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땐 내게 있어 다 큰 역할이었다. 캐스팅을 해주신 감독님이나 작가님들이 내게 그 역할을 맡겨 주셔서 감사했다. 돌아보면 모든 작품을 통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Q.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올해 연말엔 드라마 연기로 신인상을 받을 것 같다.
박보검 : 내가? 헉… 신인상 후보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다. 상에 연연하지 않고…

Q. 연연한다기 보다, 상이란 건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지만 후에 더 잘하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뜻도 담겨있지 않나. 만약, 신인상을 받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박보검 : (한참을 생각하다) 인생에 있어서, 연기 생활하는데 있어서, 신인상이란 건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건데… 정말, 무조건적인 감사일 것 같다.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신 분들, 늘 기도해주고 응원해준 가족들이나 회사 식구들, 내가 만났던 모든 소중한 인연들,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해준 하나님에게도… 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쁠 것 같다.

Q. 2014년은 ‘참 좋은 시절’로 참 좋게 시작해 영화 ‘명량’으로 엄청난 흥행을 경험했고, 차기작 ‘코인로커걸’도 촬영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칸타빌레’로. 1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이런 자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본다면?
박보검 :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나한테…? 그냥… “넌 참 복 받았다. 고생했다. 아, 고생한 건 없지. 네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참 감사한 줄 알아라. 늘 감사함 잃지 마” 이럴 것 같다. (눈물을 훔치며) “네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마. 널 응원해 준 사람을 잊지 마” 라고.

Q. 2015년의 목표는?
박보검 : 내년엔 연기적으로 좀 더 성숙해져서 후회 없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내가 한 연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좀 더 자신감을 찾았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와… 박보검이 저만큼 성장했구나’ ‘연기가 가면 갈수록 더 느네’ ‘저 작품은 보검이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아’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란 칭찬도 들었으면.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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