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이핑크가 지상파 음악방송 트로피를 휩쓸었다. 에이핑크는 지난 2일 케이블채널 SBS MTV ‘더 쇼 시즌4’에서 첫 1위를 차지한 뒤, 5일 KBS2 ‘뮤직뱅크’, 6일 MBC ‘쇼!음악중심’, 7일 SBS ‘인기가요’까지 12월 첫째 주의 모든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정상급 걸그룹으로 우뚝 섰다. 에이핑크는 이번 ‘러브’로 모든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 올킬을 비롯해 그룹 커리어를 새롭게 쌓아나가면서 대세를 넘어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사실 ‘러브’는 에이핑크가 지난 3월 발표했던 ‘미스터츄(Mr. Chu)’보다 먼저 만들어진 곡이다. 에이핑크는 ‘미스터츄’와 ‘러브’ 중 ‘노노노’ 콘셉트의 연장선인 ‘미스터츄’를 선택했고, 이는 통했다. ‘노노노’로 엿보았던 가능성을 ‘미스터츄’로 이어 대박을 터트린 것. 올해 초 무분별한 섹시 경쟁에 지쳤던 가요계는 에이핑크의 청순돌 콘셉트 뚝심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요정’, ‘청순’, ‘순수’라는 수식어가 에이핑크의 정체성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됐다.
각종 수식어는 에이핑크의 상징이자 족쇄가 됐다. 에이핑크는 변신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고, 스스로도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같은 콘셉트를 이어가기엔 멈춰있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고, 변화를 꾀하기엔 콘셉트의 한계를 고민해야 했다. ‘에이핑크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고심 끝에 에이핑크는 외모의 성숙이 아닌 감성의 성숙을 선택했다. ‘러브’는 에이핑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별에 관한 노래이자 무대 위에서 웃지 않는 노래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마이마이(MyMy)’나 ‘노노노(NoNoNo)’에서 보여준 패턴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감성은 성숙하되, 에이핑크가 지닌 요정의 이미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청순돌이라는 정체성의 테두리 내에서 그만의 성장 방법을 찾은 것, 1위의 비결이다.‘러브’를 통해 성장을 증명한 에이핑크는 기존 상큼발랄한 매력으로 끌어들였던 팬덤과 대중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팬덤을 쌓는 데에 성공했다. 에이핑크 ‘러브’는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에이핑크가 지금까지 세운 기록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에이핑크는 지금도 콘셉트의 진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은지는 최근 텐아시아와 만난 자리에서 “러브’의 경우는 내가 에이핑크가 성숙해져 간다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딱 그 적정선이다”며 에이핑크의 성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은지는 “우리는 과한 노출이나 자극적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 연령대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 다음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청순돌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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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핑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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