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8월 27일 발표된 노래 ‘위아래’가 12월 3일 밤 11시 기준으로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돌풍에 가까운 무서운 역주행이다. 발단은 SNS에 게재된 영상이었다. 멤버 하니의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 영상이 섹시 영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위아래’가 재조명 받은 것. ‘위아래’가 품고 있는 강력한 중독성은 하니의 직캠을 단순히 섹시 영상으로 그치게 하지 않고, 차트 역주행이라는 결과물을 낳게 했다. 단 며칠 새 벌어진 놀라운 현상에 EXID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난 11월 22~23일, 11월 30일에는 홍대, 명동 등에서 깜짝 게릴라 공연을 펼치면서 대중의 성원에 보답했다. 화제가 된지 열흘이 훨씬 지났지만, 순위는 떨어지지 않고,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위아래’ 열풍을 타고 다시 만난 EXID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위아래’는 EXID가 지난 8월 당시 약 1년 10개월의 공백을 깨고 야심차게 발표했던 노래기에 뒤늦은 열풍이 이들에게는 큰 희망이 됐다. 지난 8월 텐아시아와 했던 EXID의 인터뷰에서는 ‘위아래’에 대한 설명과 이들이 갈고닦았던 실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위아래’로 얻은 성과와 멤버들의 매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설렘과 함께 약간의 자신감도 얻은 이들의 얼굴을 보니 함께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EXID는 ‘위아래’로 얻은 인기가 반짝하질 않을 자신도 있다. ‘위아래’는 LE가 신사동호랭이, 범이낭이와 함께 만든 곡인데다 LE는 이미 언더에서 인정받은 실력파 래퍼다. 메인보컬 솔지 역시 보컬그룹 투앤비로 활동해 가창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정화의 연기 경력이 EXID를 풍성하게 만들고, 하니와 혜린은 5일 첫방송될 tvN ‘언제나 칸타레’에 출연한다. 이들은 지금을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말했다. 절호의 찬스,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Q. 정말 대박이다. SNS로 직캠이 화제가 됐을 때만 해도 지금을 예감했나?
하니 :
처음에 순위가 조금 올라왔을 때 곧 차트 아웃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반짝일 줄 알았는데 계속 유지가 돼 정말 놀라고 있다.

Q. 하니의 직캠이었다. 자신의 직캠을 본 적이 있나?
하니 :
그 전에 ‘매일밤’으로 활동할 때도 찍어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직캠을 모니터하듯이 봤었다. 그날 화장이나 라이브, 의상이 어땠는지 체크했다. 당시 영상도 ‘위아래’ 활동 이후 촬영한 영상인데 보고 ‘아 오늘 그냥 괜찮았구나’라고 생각했던 영상이었다. 이렇게 다시 화제가 돼 놀랐다.Q. 엠넷차트에서 ‘위아래’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분이 어땠나?
LE :
실감도 안 나고 확 다가오는 게 없다. 서로 그냥 ‘우리 1위했대’, ‘뭐야 무서워’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냥 기뻐가지고 ‘와~ 신난다!’ 이렇게 하진 않았다.
하니 : 정말.. 실감이 나지 않는다.
LE : 아직도 상위권에 있는 게 신기하다. 그냥 음원 어플에 들어가면 우리가 메인에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우리가 한참 안 뜨다 3년차에 이렇게 되서 진심으로 기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하다.

Q. 처음에는 섹시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렇게까지 음원 성적이 좋다는 건 결국 노래가 좋기 때문인 것 같다.
하니 :
‘위아래’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전에 활동했던 ‘매일밤’, ‘후즈댓걸’ 모두 차트가 300위씩 막 올라갔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실력적인 부분을 인정받은 거 같다.
솔지 : ‘위아래’를 발표할 때부터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사람들이 ‘위아래’를 잘 몰랐다가 SNS를 통해서 노래가 좋고, 한 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들어주시는 것 같다. 진짜 재조명이다. 반짝하지 않고 화제성 뒤에 아무 것도 없는 그룹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릴 수 있게 됐다.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닐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LE : 고생 끝에 낙이 온다.

Q. 게릴라 공연도 펼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반응도 높아졌을 것 같은데.
정화 :
처음 게릴라 공연 때도 많은 분들이 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했다. 지난 11월 30일에 명동에서 했을 때는 아침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호응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공연장 도착했을 때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냥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이 되니 사람이 정말 많아서 감동받았다.Q.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체감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다.
하니 :
아,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EXID’를 검색하신다. 예전에는 검색하면 예전자료만 나왔는데 지금은 볼 게 많이 생겼다고 좋아하셨다. 우리 사진도 그렇고, 리뷰를 써놓은 것도 많아서 뿌듯하고 좋고, 실감이 났다.
정화 : 자주 가던 단골 음식점이 있었는데 최근에 가니 알아보시더라! 갑자기 서비스로 음료수를 주시기에 ‘감사합니다’고 먹고 계산하는데 사인을 해달라고 하셨다. 헤헤.
솔지 : 깜짝 놀랐던 적이 친구랑 카페에 갔는데 “솔지 언니 아니세요?”라며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다른 카페에서는 내가 앉아있는데 내 뒤에서 ‘위아래’를 듣고 있었다. “요새 이게 인기야” 이런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평소에 듣던 음악처럼 ‘위아래’가 흘러나오는데 정말 대중적으로 반응이 있긴 있나보더라.
혜린 : 병원에 갔다 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위아래’를 세 번 연속으로 들었다. 와..

Q.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
하니 :
자신감보다는 앞으로가 걱정되고 두려운 것도 있다. 기대치가 올라갔으니까 그것에 부응해야 하는데 더 좋은 곡으로 나가야 하고, 더 좋은 안무, 무대를 보여드려야 한다.
LE : 그런 것에 너무 신경쓰다보면 더 만족하지 못할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신사동호랭이오빠도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했다. 지금 인기도 우리가 하던 것을 좋아해주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아해 주실 거란 믿음을 가지면 된다. 큰 부담은 없다.
솔지 : 무대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건, 예전에는 ‘우리를 알아주세요’라는 마음으로 무대를 했던 것이 컸다면, 요즘은 다 같이 아는 노래를 ‘같이 즐기자’는 무대가 된 점이다. 무대 위 가수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 할 맛도 나고, 환희도 느껴졌다. 게릴라 공연을 하면서 짜르르 오는 전율이 오는 순간이 있다.

Q. ‘위아래’ 이후 이제 더 보여줘야 할 차례인데 새 앨범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LE :
예전부터 “몇월에 나와요”라고 미리 말하면, 지켜지지 않을 때 실망하는 것 같다. 구체적인 시기는 말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화 : 사실 ‘위아래’ 이후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위아래’가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빨리 컴백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신사동호랭이 오빠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다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흥과 기운에 휩쓸리지 말고 원래 우리가 잡아놨던 계획대로 완벽히 준비해서 나가면 대중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Q. ‘위아래’ 열풍에 대한 인사와 앞으로의 각오를 말해 달라.
정화 :
활동이 끝난지 3개월이 됐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사랑을 주셔서 굉장히 놀랍고, 감사드린다. 사실 ‘위아래’가 이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곡이었는데 지금이라도 수면 위로 올라와 정말 기분이 좋다. ‘위아래’를 발판으로 앞으로 나올 곡들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모습 보여드릴 것이다.

Q. 2015년은 정말 기대되는 해가 될 것 같다. 옆 사람에게 새해 덕담을 해보자.
하니 :
혜린아, 네가 얼마 전에 사주 봤을 때 2015년부터 잘된다고 했지. 지금까지 고생 많이 했고, 앞으로 조금 더 힘내서 더 잘되자.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아. 앞으로 넌 예능으로 빛을 볼 거야. 자신을 다 드러내고, 털털하니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을 거야. 너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야. 너는 내가 장담혀~.
혜린 : 솔지 언니. 내년에 더 예뻐져. 언니가 메인보컬이라 참 행복혀~. 앞으로도 우리 리더로서 참 역할을 잘해주시고. 앞으로도 사랑할게요.
솔지 : LE야, 너도 이제 반오십이다. 같은 언니로서 잘하자. 하하. LE가 있어서 든든해. 내년에는 우리가 힘들어 했던 것을 인정받고, 보상받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어. 하고 싶어 하는 음악 많이 했으면 좋겠고, 너의 곡들이 많은 분들에게 팔려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빨대 꽂을 수 있게. 하하하. 여자끼리 하는 말인데 예쁜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 걸리지 않고 잘. 건강하게 잘 이끌어 나가보자.
LE : 정화야. 4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면서 막내로서 언니들한테 힘도 주고, 자기 역할 잘 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니까 건강 챙기고, 어렸을 때 건강 잘 챙겨야 한다. 라면 그만 먹고, 물도 많이 마셔. 나중에 네가 연기로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인정받게 된다면 언니한테 맛있는 것 좀. 제2의 빨대가 되렴. 내가 진심으로 바라니깐 할 수 있는 말이야.
정화 : 하니 언니, 언니를 어렸을 때부터 봐서 알고 지낸지 햇수로 9년이 됐어. 인생의 반을 같이 했는데 지금까지 그룹 활동하면서 잘 챙겨주고, 팀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 해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까 힘들고 지칠 때도 힘내서 함께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우리 막내라인에 껴줄 테니까 언니라인 넘어가기 전까지 즐기길 바란다. 여러 분야에서 언니의 두각이 드러났으면 좋겠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니까 이번 년도도 잘해봅시다!

‘위아래’ 차트 역주행② 반짝 아닌 롱런의 이유, EXID 스펙 설명서 (인터뷰) 보러 가기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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