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지난 가을 간만에 등장한 감성 멜로 MBC ‘내 생애 봄날’에서 주인공 동하(감우성)와 봄이(수영) 보다 동욱에 더 시선이 머물렀을 수 있다. 두 번이나 사랑하는 여자를 형에게 보내주어야 했던 남자. 그렇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빼앗긴 것이 아니라 그저 보내주었던 남자. 그것이 동욱이다. 사랑하기에 보내준다는 낡은 유행가 가사처럼 식상해져버린 이 말이 동욱 안에서 생명력을 얻게 됐다.

사랑하는 이를 자신과 가까운 이에게 보내주어야만 했던 이 남자의 마음은 그를 연기한 배우 이준혁의 말처럼 어쩌면 이루어진 사랑보다 더 대단한 것 아니었을까.

Q. 착한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면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받게 되나.
이준혁 :
우리 드라마 속 대부분의 인물이 착했던터라, 배우는 것이 있다. 드라마 하면서 7회 쯤 대본을 보고 많이 울었다. 내 역할의 크기는 7회부터 다소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으나, 미리 예상했었다. 봄이를 사랑하지만 놓아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스스로도 공감을 많이 했기에.

Q. 수정에 대한 감정과 봄이에 대한 감정, 그 차이는 과연 뭐였을까.
이준혁 :
명백히 달랐다. 수정이를 좋아하는 것은 수정이를 좋아하는 것이고 봄이를 좋아하는 것은 봄이를 좋아하는 것일 뿐이었다. 동욱 뿐만 아니라 동하 형 역시도 그랬다. 모든 이들이 그랬다고 본다. 심장이 이어져있긴 했지만, 각자와 함께 했던 추억은 모두 기적같고 소중한 것이었다.Q. 두 번이나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지만, 두 번이나 폭발하지 않았던 동욱이 이해가 갔나.
이준혁 :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쁘게 말하면 독하다는 생각도 또 정말 사랑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내 여자를 빼앗겼을 때 질투로 폭발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은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한 감정일 수 있다. 어쩌면 동욱은 여자를 더 생각하고 위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사랑도 대단하지만, 이 남자의 감정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Q. 그런 남자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이준혁 : 동욱이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다. 명확한 한 가지 감정으로 가져갈 수 없었다. 아슬아슬한 선에서 왔다갔다 해야했다. 타인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더 어려웠던 것도 있다. 도리어 분노하거나 오열하거나 였다면 명확한 한 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데 자기 감정보다 주변을 더 생각해야 하는 캐릭터인터라 주변 인물들 때문에 변화가 생기고. 여하튼 미묘했던 것 같다.

Q. 반면, 동욱을 향한 봄이의 감정은 다소 단호했다.
이준혁 :
동욱이에 대한 봄이의 감정은 여러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었다. 흔들릴 수 있고 여지를 남길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야깃거리는 많을 수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봄이가 단호한 것이 오히려 좋았다. 동욱에게는 잔인한 일일 수 있지만 말이다. 물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량이 적어지기는 했으나.Q. 동욱이 감정을 내적으로 쌓아가는 인물인터라, 피로도는 더 컸을 것 같은데 실제 이준혁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
이준혁 :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덜 피로한 작품이었지만, 동욱은 내지르지 않아 쌓이는 것은 많았다. 다음 작품에서 반대로 지르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연기로 쌓이는 것은 내 사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캐릭터와 나는 다르다.

Q. 그런 동욱을 연기하면서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이준혁 :
봄이와 동하 형의 정당성을 위해 동욱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불만을 갖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동의했다. 결국은 내 분량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작품이 좋아지는 것이 참여한 배우로서도 좋은 거니까. 또 동욱이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7회였다. 봄이를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는데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어떤 면에서?
이준혁 :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사랑 때문에 힘들어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생에 전부의 사랑인양 집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동욱이가 봄이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좋았다. 또 동욱이는 소위 말하는 ‘호구’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자기 의지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더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고 더 멋있다고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은 동욱의 엔딩이라는 생각도 했다. 뒤로도 동욱이 등장하겠지만, 봄이를 보내주며 사실상 동욱이 봄이와 함께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라는.Q. 동욱의 분량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해진 것인데, 혹시 초반 설정에서 변화가 있었나.
이준혁 :
달라진 것이 있다. 원래는 동하와 동욱이 상당히 친밀감이 있는 형제로 설정됐다. 때문에 조카들과도 사이가 괜찮았다. 하지만 변경을 가하면서 사연들이 생기고 형제간 연결고리 보다는 둘이 구별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Q. 드라마를 끝낸 현재,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이준혁 :
늘 하는 일을 한다. 드라마 끝나고 몸 관리하는 것. 살도 좀 찌고 그랬으니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개념으로 평소 일과처럼 운동을 한다.

Q. 당신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일정한 부분이 있다. 다소 차가워보인다는 것? 혹시 예능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이준혁 :
다들 내가 묘하게 차가워보인다고 하는데, 생긴 것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변신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분위기를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대신 다른 상황에 놓인 작품들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물을 하게 된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Q. 그러고보면 정통 멜로는 이번에 처음한 것이다.
이준혁 :
그렇다. 정통 멜로는 처음 해봤다. 그래서 어려웠던 점도 있다. 기존에는 캐릭터의 변화가 사건 위주로 갔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세밀하고 디테일했다. 멜로의 감성을 신인같은 마음으로 임한 것이다. 그런데 일 자체를 오랜만에 하는터라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감정에 무뎌져있더라.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는 감정적 고갈을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영화도 보면서 생채기를 내려고 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돌아오더라.

Q.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좋았던, 남아있는 작품은.
이준혁 :
그 때 그 때 다 좋았다. 이번 드라마도 그랬고. 또 성격 자체가 웬만하면 과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과거에 뭘 하고 어떤 것을 했던 이제는 제로가 되니 말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은 한 작품을 잘 해냈다고 해도 기술처럼 그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다음에도 똑같이 그만큼 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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