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가 새로운 도약에 성공했다. 데뷔 11년 차를 맞이한 에픽하이는 늠름한 아빠가 됐고 삶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 문학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희망까지 공감 가득한 메시지를 전달하던 세 힙합 청년은 조금 더 달라진 모습으로 성장했다.

에픽하이는 지난 21일 자정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을 공개했다. 타이틀곡 ‘헤픈엔딩’은 발매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며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앨범 전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명 ‘줄 세우기’도 보였으며 ‘본 헤이터(Born Hater)’는 19금 판정에도 유투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200만 뷰를 돌파하는 등 거센 인기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에픽하이, 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Q. 컴백 소감이 궁금하다.
타블로 : 당황스러울 정도로 행복하다. 여태까지 저희가 11년 동안 앨범을 내면서 계속 혼자 웃게되는 그런 행복함은 몇 번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뭐지’하는 행복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살짝 멘붕이다.

Q. 발매 일주일 째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예상한 결과인가?
타블로 : 진심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에 있는 분들이나 회사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한 곡이 아닌 앨범 수록곡까지 사랑받는 것을 보면 사실 요즘 쉽게 허락되는 일이 아닌데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서 너무 감사한 상황이다. 그래서 멘붕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람들도 “와. 너네 뭐냐”라 묻는다. 그러면 “그러게요. 이게 뭐죠”라고 얼떨떨하게 말한다. 이렇게 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투컷 : 그냥 중간 중간에 너무 좋아서 실없이 웃게 된다. 이렇게 기분이 좋아본지가 너무 오래됐다.

Q. 음원차트를 자주 확인 하는가?
타블로 : 사실 확인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자꾸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사실 어느 순간에는 떨어질 수도 있고 분명 떨어질 것이다. 최대한 안 보려 하는데 멤버 셋 다 그렇게 얘기 해놓고 화장실에 가서 몰래 보곤 한다. 화장실에 갔다가 웃으면서 돌아오면 차트를 보고 온 것이라 예상하면 된다.Q. 이번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되는가?
타블로 : 100% 만족한다. 사실 100% 만족할 때까지 앨범을 내지 말자는 것이 우리 사이의 약속이었다. 그래서 2년 넘게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만족하는 순간에 앨범을 냈다.

Q. 2년 동안 작업했다면 곡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앨범 수록곡으로 선정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타블로 : 워낙 많은 곡을 만들었다 엎었다를 반복했다. 그 기준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자 듣는 사람으로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을 중점적으로 뒀다. 한 시간을 한 앨범에 투자하기에는 워낙 바쁜 세상이다.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이 내어지는 앨범인 만큼 그럴 만한 앨범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록했다. 버린 노래 중에서도 괜찮았던 곡이 많지만 그 곡은 한 시간을 투자해 듣는 앨범에 어울리지 않아 빼기도 했다.

Q. ‘본 헤이터’는 많은 래퍼들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선 공개한 이유가 있는지?
타블로 :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는 재미로 만들었다. 힘을 줘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 즐겁게 작업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기획한 뮤직비디오 치고 너무 잘 나온 것이었다. 하하. 대중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이 뮤직비디오가 너무 재밌다며 먼저 공개하는 것을 제안했다. 너무 좋았다. 또 반응도 좋아서 감사했다. 많은 래퍼들과 피처링을 한 이유도 그런 마음이었다. 사실 반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느낌으로 작업한 것이었다.Q. ‘본 헤이터’에서 위너 송민호, 아이콘 비아이(B.I), 바비 등 어린 후배들과도 함께 작업을 했다.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미쓰라진 : 부럽고 신선했다. 사실 빈지노, 버벌진트와는 작업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 친구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잘 맞았으며 패기가 돋보였다. 특히 비아이의 재능은 정말 부러울 정도다. 후다닥 끝내고 가더라. 뺏고 싶은 재능을 가진 세 명이었다.
타블로 : 사실 세 친구는 아이돌이다. 그래도 비아이와 바비는 Mnet ‘쇼미더머니3’에 출연했기 때문에 센 가사를 한다고 충격을 받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송민호는 아무래도 위너 그룹 자체 이미지가 고급스럽고 젠틀맨의 느낌이기에 이렇게 가도 되나 싶었다. 랩 시작 자체가 어떤지 아시지 않나. 하하. 귀를 강탈한다. 오히려 우리가 걱정이 됐다. 민호에게 “너 진짜 이렇게 해서 잡음이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라 물었는데 자기는 힙합 할 때는 제대로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더라. 굉장히 열심히 했다. 그런 것을 보고 어린 친구들도 표현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기회를 주면 표현할 기회가 생겨서 신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에픽하이의 초창기 설?던 모습이 생각난다. 사실 회사에 물어보지 않고 넣은 것이 민호였다. 민호가 “형 물어보지 않으셔도 돼요?”라 물었지만 “아니. 일단 해”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양사장님도 맘에 드셨던 것 같다.



Q. 앨범 수록곡에는 애잔한 슬픔의 감성이 주로 들어있는 것 같다. 어떤 정서와 느낌, 메시지를 담았는지 궁금하다.
타블로 : 정말 지난 몇 년동안 오만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러면서 담은 것이 많다. 하지만 분노는 없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 분노다. 노래 중에서 사실 분노라는 것을 표출하는 듯한 노래들도 들어보면 이해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해나 해탈, 초월과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앨범에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이란 곡이 있다. 그 곡에서는 행복이 복수라며 웃는 가족의 모습이 적의 피눈물보다 훨씬 더 보기 좋다고 말한다. 그 문구가 앨범 전체를 어느 정도로 포괄해주는 것 같다. ‘헤픈엔딩’이나 ‘스포일러’, ‘또 싸워’에서는 이별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고, 찢어지고 이렇게 된 후에 원망이 생기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즐겁게 웃으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복수라는 것을 담고 있다. ‘본 헤이터’에서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에 대한 분노나 “그래. 너네 이해해. 나는 상관 없어”라며 행복한 것이 좋은 복수의 방법이라 생각해 그를 담았다. 복수심이 생기면 자신에게 투자해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시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가수들은 음악을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앨범에 담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예를 들어 앨범 뒷 표지에는 ‘라이프 이즈 굿’이 ‘복수’를 지우고 써져 있다. 누구나 살면서 억울하고 답답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 우리 앨범을 듣고 ‘그래도 좋은 부분을 생각해보자’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Q. 앨범 타이틀이 ‘신발장’이다. 독특한 것 같은데 어떤 뜻을 담았나?
투컷 : 집에서 나갈 때 가족들과 인사를 하는 공간이 신발장이다. 어쩌면 작은 하나의 이별, 헤어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처음으로 맞이하는 곳도 신발장이며 새로운 만남, 설레임이 있다.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되는 장소가 신발장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담고 싶었다.
타블로 : 안그래도 얼마 전에 신발장을 정리했다. 우리 셋 다 신발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힙합하는 친구들이 운동화나 신발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신발장을 정리하며 예전에 ‘플라이(Fly)’ 활동 당시 투컷이 좋아하던 신발을 줬던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당시가 생각이 나더라. 물론 모든 사람들이 몇 년 전에 신었던 신발까지 보관하진 않겠지만 어떤 신발은 예전에 무언가를 떠올리게 할 것이고 생에 최악, 최고의 날을 생각나게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신발은 옷 중 가장 사려 깊은 물건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고생도 많이 하고 계속 밟히지 않나. 신발장이란 표현이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기 딱 좋은 단어라 생각했다.

Q. 양현석 대표가 에픽하이에게 YG 녹음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타블로 : 녹음실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시더라.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녹음 시간을 잡을 수 없게 하시더라. 항상 녹음이 있다고 하더라. 양사장님이 녹음실에 스케줄이 많아서 불편할 수 있으니 원래 하던 데서 하라고 했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도 녹음실이 있는데 굳이 외부로 간다는 것은 비용도 들고 손해였다. 예전 녹음실로 가라던 말에 의도를 대충 알 수는 있었다. 하하. 예전 녹음실에서 작업했던 것이 좋았고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사장님도 앨범 믹스 단계까지는 듣지 못하셨다. 심지어 화도 내셨다. 올해 초였나… 좀 들려달라고 하셨는데 단호하게 “안됩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굉장히 당황하셨다. 마치 살면서 처음으로 듣는 표현인 것 같았다. 하하. 사실 한 곡씩 들려드리는 것이 싫었다. 대중들도 사장님도 짜임새가 쫙 될 때 들려드리고 싶었다.

Q. 많은 팬들은 이번 앨범에서 에픽하이의 색을 잃지 않길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지난 앨범에서 에픽하이의 색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제기되기도 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투컷 : 오히려 부담감이 덜했다. 저번 앨범은 블로가 처했던 상황과 느낌,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담아냈던 앨범이었다. 이번 앨범은 그냥 우리가 살던 대로, 작업했던 방식대로 많은 것들을 추려서 낸 앨범이기에 부담이 덜 했다. 저번 앨범에 대한 평과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본다.
타블로 : 우리는 저번 앨범을 굉장히 좋아한다. ‘돈 헤이트 미(Don’t Hate me)’가 이제 에픽하이 모든 공연의 엔딩곡이다. 부를 때 관객도 즐거워하고 우리도 즐거우니 그 곡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일동 : 건졌다니 그게 뭐야. 하하.)
투컷 : 음… 나도 가끔 듣는다. 3개월에 한 번? 히히.

에픽하이, 그들이 말하는 고마운 가족과 팬이라는 존재 (인터뷰②) 보러가기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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