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면서도 또렷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이제 만 스무 살이라고 하기엔 남다른 성숙함이 느껴진다. 올해 KBS2 ‘감격시대’에 이어 SBS ‘닥터 이방인’까지 굵직한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을 연달아 꿰차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큼이나 남모를 마음고생을 겪기도 한 진세연에게서는 무거웠을 부담감을 내려놓은 평온함이 감지됐다. 언젠가는 “내 이름을 보고 사람들이 작품을 찾아볼 만한” 배우로 성장하는 게 지금의 목표”라는 그는 수줍음 속에 배짱 두둑한 카리스마를 장전해 둔, 이제 한창 날갯짓에 여념이 없는 한 마리 나비같은 모습이었다.
Q. ‘닥터 이방인’은 앞서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진세연에게 쉽지 않았을 도전이었을 것 같다.
진세연: 1인 2역이라는 캐릭터 소화도 쉽지 않았고,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너무 아쉽더라. ‘촬영하는 동안 왜 힘들어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동안 KBS2 ‘각시탈’ ‘감격시대’ SBS ‘다섯손가락’ 등 대부분 남자 위주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들을 보필해주는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남자주인공을 위해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남달랐다 그런 점이 내겐 모험이고 도전이었는데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Q. 작품 외적으로 방송 전 ‘감격시대’와 ‘닥터 이방인’에 이중 캐스팅됐다는 논란을 겪은 부분은 꽤 마음 고생이 됐겠다. 사실 방송 일정상 이중 캐스팅은 아니었는데.
진세연: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양쪽 모두에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는데 기사가 나가다 보니 오해를 사게 됐던 것 같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들이 내게 미안해하시는 게 오히려 죄송하더라. 그만큼 ‘닥터 이방인’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기대한 만큼은 아닌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Q. 드라마 촬영 전에 부담감이 컸겠다.
진세연: 이전 작품에 비해 부담감이 크긴 했다. ‘나만 잘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다잡고 시작했는데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계기도 된 것 같다.
Q. 극중 송재희와 한승희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도 녹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진세연: 초반 송재희로서는 스토리 자체가 워낙 현란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재미가 있었다면 의사 한승희를 연기할 때는 첩보적인 면이 가미돼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한승희를 연기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게 여리여리한 모습 말고 다른 매력이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달까. 하하
Q.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부분이 기대만큼 잘 된 것 같나?
진세연: 대본을 보면서 한승희의 모습이 무척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간 드라마에서 부각된 적이 거의 없었던 마취과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고. 한승희라는 캐릭터라 훈(이종석)과 시청자 사이를 오가며 다른 감정선을 드러내야 하는 다소 복잡한 캐릭터라 쉽지는 않더라. 영화 ‘쉬리’의 김윤진 선배님의 모습을 참고하면서 준비했다.Q. 얘기를 듣다 보니 이른바 ‘청순가련형’ 캐릭터에서 이제는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진세연: 내가 지닌 그런 이미지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강점이 분명히 있다. 이제는 여기에 좀더 다른 부분을 보여드려도 좋을 때라는 나름의 갈증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Q. 멜로 연기 호흡이 꽤 화제가 됐다. 특히 한승희가 혼란스러워하는 훈을 앞에 두고 ‘사랑하니까’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꽤 회자가 됐는데.
진세연: 어찌 보면 흔해 보일 수 있는 대사인데 시청자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 눈빛을 통해 한승희의 애절한 마음과 한편으로는 스파이 노릇을 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함께 드러내보여야 해서 내공이 많이 필요했었다. 초반의 풋풋한 모습에서 냉철함을 지닌 여성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많이 배운 거 같다.
Q. 상대역 이종석과는 첫 호흡이었는데 멜로 분위기는 초반부터 잘 살릴 수 있었나?
진세연: 나이대도 비슷하고 종석 오빠가 촬영장에서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재밌게 촬영했다. 헝가리 로케이션 때도 워낙 호흡이 좋았고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들어서 몰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한승희로서 신분을 감추며 멜로에 집중해야 하는 지점이 어렵더라.Q. ‘닥터 이방인’은 액션과 멜로 스릴러 등이 결합된 작품이라 당연한 얘기지만 촬영 일정도 무척 빠듯했다고 들었다.
진세연: 수술실 장면을 찍을 때면 끝날 때까지 열 몇시간을 나오지 못했었다. 나중에는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에 한번 들어갈 때면 일주일치 짐을 싸서 촬영장으로 향했었다.
Q. 짧은 기간에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여배우로 꼽힌다. 진세연만이 지닌 급성장의 비결이 있을까?
진세연: 운이 좋았던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타이밍도 잘 맞았고 여러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들이 좋게 봐주신 부분도 감사하는 지점이다.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봐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Q. 반면 ‘급성장의 아쉬운 면’도 있을 것 같다.
진세연: 아직 해야할 것도 많고 나이도 적은데 그만큼 계속 성장해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캐릭터의 감정을 성숙하게 표현하려면 20대 중반은 돼야 깊어진 느낌이 무르익지 않을까란 생각은 든다. 나이와 경험이 연기를 통해 우러나오는 지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내가 좀더 나이가 든다면 그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Q. 나이에 비해 생각이 무척 성숙한 것 같다. 그렇다면 30대쯤의 진세연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진세연: 그런가? 좀 어려져야 하는데. 하하. 30대쯤엔 내 이름을 걸고 연기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어떤 작품에 진세연이 나온다고 하면 ‘와 재밌겠는데’ 하는 반응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Q. 배우가 아닌 일상인 진세연의 모습은 어떤가.
진세연: 누가 끌어내주지 않으면 집에만 있는 스타일이다. 하하. 작품을 마쳐서 이제 학교(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복학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도 마냥 쉬고 있으면 바깥에 전혀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학교라도 다녀야 바깥 공기를 쐴 것 같다. 하하.
Q. 만 스무살의 시선으로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
진세연: 청춘물도 좋고 캠퍼스물도 해보고 싶다. 그동안 대부분 어렵거나, 무거운 소재가 많았는데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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