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카페, 아이돌 팬덤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포털서비스가 생긴 이래로 아이돌뿐만 아니라 스타의 팬들이 팬카페에서 활발하게 교류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SNS가 주요 소통이 장으로 등극한 요즘은 팬덤 활동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SNS가 또 다른 소통 창구로서 역할하고 있고, 팬카페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팬카페,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것일까?

# 요즘 누가 팬카페에 가나요?

팬카페를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팬카페가 팬덤 규모의 척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A 가요 관계자는 “팬카페 회원수가 수만 명이 있어도 실제로 움직이는 숫자가 100명도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팬카페 회원수가 1,000명인데도 500명 이상 활동하면 오히려 더 큰 효과가 있다”며 회원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유령회원과 중복가입도 팬카페 회원수의 허수로 작용한다. 여러 아이디로 가입했거나, 가입하고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실제로 팬카페를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소수다. 58만 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동방신기 팬카페 유애루비의 경우에도 58만 명 모두가 글을 쓰거나 댓글을 읽지 않는다. 28만 명의 회원수인 빅뱅 팬카페의 하루 방문자수는 11일 오후 5시 기준 350명을 겨우 넘었다.엑소의 경우를 살펴보면 실제 체감 인기가 팬카페 회원수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엑소는 지난해 각종 시상식 대상을 휩쓸고, 총 음반판매량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그룹이지만, 엑소 대표 팬카페의 회원수는 14만 명이다. 1집 리패키지의 단일 음반 판매량으로만 따져도 5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기에 회원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B 가요 관계자는 “회원수보다 음반판매량을 기준으로 팬덤 규모를 가늠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음반매장에 가면 아이돌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음반판매량으로 인기를 실감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기획사는 공식 팬카페가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이나 공식 트위터를 개설해 활발한 소통을 펼치고 있다. A 가요 관계자는 “활동기에는 주로 현장에서 빨리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팬카페보다 SNS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손쉽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공식 팬카페가 없다. 유애루비(동방신기), 화수은화(소녀시대) 등 대표 팬카페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카페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홈페이지나 SNS 등 다양한 외부 플랫폼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 팬카페,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다!

팬카페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밝히는 입장도 있다. C 가요 관계자는 “SNS는 오픈된 공간이어서 골수팬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지만, 팬카페의 경우 가입절차가 까다롭고 회원등급 상승을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도 통과해야 해 스타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다”고 전했다. D 가요 관계자도 “SNS에서나 포털 기사의 단순한 댓글과 멘션으로는 팬들 사이의 의견 교류가 어렵다. 팬카페는 팬들의 의견이 모인다. 악플보다는 스타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이 많아 스타들도 편하게 의견을 듣기 위해 팬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사는 팬카페와 SNS를 서로 다르게 관리하고 있었다. 스타와 관련된 공지사항이나 미공개 사진들을 팬카페를 통해 가장 먼저 공개하면서 팬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장소를 만든다. B.A.P의 경우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 ‘B.A.P 어택’을 팬카페에 먼저 게시하고, 이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식으로 팬카페 회원들을 위한 혜택을 제공한다. 큐브엔터테인먼트 또한 특정 기념일이 되면 팬카페를 통해 미공개 사진을 방출한다.팬카페에만 있는 ‘From’ 게시판도 팬카페 회원들을 위한 또 다른 혜택이다. ‘From’ 게시판은 스타가 직접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이다. 최근 들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타들이 많아졌지만, 게시판의 경우 팬들에게 직접 장문의 메시지를 정성 들여 쓴다는 의미가 강하다. 팬카페 채팅방에서 스타와 채팅을 하는 깜짝 이벤트도 종종 벌어진다. 팬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소문난 비스트는 SNS는 물론 팬카페에도 종종 글을 남기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2013년과 2014년의 회원수를 비교하면 팬카페 회원수에도 가요계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경우, 지난해 5월 4만 6,000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했지만, 현재 약 9만 2,000여 명의 회원수를 자랑해 약 2배 가까이 회원수가 늘었다. ‘노노노’와 ‘미스터츄’의 연타석 히트의 성과가 그대로 적용된다. 걸스데이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기대해’, ‘여자대통령’, ‘썸씽’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팬카페 회원수가 3배가 가까이 는 5만 1,000여 명이다. 신드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엑소의 경우, 공식 팬카페가 아니기에 회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어 유입량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시대가 흐르면서 팬카페의 존재 양상도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1세대 아이돌 시절의 팬카페는 팬덤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었다면, 현재는 공식적인 정보와 팬으로서 혜택을 얻는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 SNS가 활발한 대면 접촉을 이루는 공간이라면, 팬카페는 심화된 교류가 발생한다. 그러나 관리 없는 팬카페는 독이다. 한 보이그룹의 팬카페는 현재 성인사이트 광고글로 도배된 상태다.존재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C 가요 관계자는 “팬카페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나 SNS 상의 소통이 발달하지 않는 데뷔 시절 최초의 팬들이 모여 있는 장소다”며 “이제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루 방문자 수를 비롯해 얼마나 규모를 키우고 유지하는지는 중요한 지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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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팬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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