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셰프 코리아’ 요리사, 김경민, 김영준, 윤리, 최석원(왼쪽부터)따뜻한 밥 한 끼의 가치가 더욱 절실해진 시기다.

그래서일까. 그저 음식을 맛있게, 복스럽게 먹기만 하면 ‘먹방 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SNS는 또 어떤가. 온통 ‘먹스타그램’(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으로 가득하다. 타인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감격스럽고, 조명빨(?) 잘 받은 음식의 섹시함에 모두가 열광하는 세상이니,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라는 인간사 고전적 질문의 해답은 이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요리가 인생인 네 남자를 한강에서 만났다. 요리 잘 하는 네 남자와의 한강 피크닉은 더 없이 행복했다. 선선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에 더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요리. 김경민 요리사는 제육볶음을 넣은 김밥을 가져왔고, 김영준 요리사는 디저트 티라미수 케이크를, 윤리 요리사는 자지끼소스를 곁들인 포크 수플라끼, 그리고 최석원 요리사는 아란치니와 헝가리안 굴라쉬를 선보였다. 어떤가. 이 화려한 타이틀을 읽는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지지 않나.

텐아시아의 한강 피크닉에 동참해준 네 요리사는 지난 해 올리브 채널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2(이하 마셰코2)’에 참여한 유명인사들이다. ‘마셰코2′ 출연을 계기로 가까워졌다는 네 남자는 현재 쿠킹스튜디오 인리원을 오픈해 요리로 인해 더 행복해진 삶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요리사, 김경민, 김영준, 윤리, 최석원(왼쪽부터)

Q. 지난해 ‘마셰코2′에 참여했었죠. 시간이 1년 가까이 흘렀는데요, 달라진 점이 있나요.
김경민 : 그럼요. ‘마셰코2′ 나오기 전과 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어요. 출연 전에는 ‘네가 하면 얼마나 하냐’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인정하고 알아봐주시죠.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가장 기뻐요. (Q. 김경민 요리사는 밀양에서 횟집을 운영 중이시잖아요. 혹시 알아보는 분도 있을까요?) 아뇨.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 하하. 오히려 출연을 알게 된 동네 분들한테 욕을 먹었죠. 장사 안하고 엄한 짓 하고 다닌다고요. 하하.
윤리 : 저는 사람들이 알아본 적도 더러 있었어요. 기분 좋죠. 혹시 이게 연예인 병인가요? 하하. 저의 경우, 출연 전에는 요리 생각을 70%정도 했다면, 이젠 거의 90% 가까이 요리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게 가장 큰 차이죠. 요리에 대한 열정도, 배우고 싶은 마음과 자세도 훨씬 더 커졌어요.
최석원 : 글쎄요. 저는 뭐, 그나저나 (김)영준이가 이태원의 황제가 됐다더라고요.
김영준 : 하하, 제가요?Q. 김경민 요리사는 횟집을 하고, 김영준 요리사는 요리를 전공했지만 다른 두 분은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진 않았잖아요.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리 : 상금 타려고요! 누구나 같을 걸요? 처음에는 정말 상금이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요리 고수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힘들겠다고 진작에 포기했었죠. 이후에는 즐겁게 하자가 목표였어요. 스케줄이 워낙에 빡빡해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지만요. 사실 중간에 스트레스도 꽤 받았어요. 탈락하고 나서 도리어 기분이 좋았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방송을 보면서는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했지’ 싶기도 했어요. 하하.
최석원 : 무엇보다 딸 아이가 원했고요. 딸 아이는 아빠가 해주는 요리를 참 좋아하거든요. 와이프가 신청을 하면서 정말 출연하게 됐죠.

Q. 참, 그러고보니 최석원 요리사도 안에서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 같아요. 운 적도 있으신데.
김경민 : 석원이 형, 엄청 울었죠. 안 울었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서 보면 형 어깨가 왔다갔다, 하하.
윤리 : 그런데 저도 원래 안 우는데, 왜 아기들이 한 명이 울면 다 따라 울듯이 방송이 그렇더라고요. 앞치마를 받고나서 최석원이 우는데, 그것을 보면서 14명이 다 울었고, 심지어 PD나 작가들까지도 울었으니까. 이상하게 이 친구(최석원)가 울면 다 같이 울게 됐어요.
김경민 : 묘한 마력이 있지.
최석원 : 집사람은 내가 우는 것을 TV에서 처음 봤다고 해요.
윤리 : 나는 욕하는 것만 찍히고, 에휴. 나도 울었는데 카메라 피해서 울었어요, 하하.
김경민 : 반면, 저는 ‘마셰코2′를 통해 우울증이 해소됐어요. 제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정말이지 그저 출연이 목적이었어요. 13년 동안 밀양에서 죽어라 열심히 살았건만, 뒤를 돌아봐도 해놓은 것이 없더라고요. 번 것도 없고. 그러다보니 우울증 비슷한 것이 찾아왔어요. 가게에 손님이 와도 짜증, 안 와도 짜증이었죠. 집사람과도 많이 다퉜어요. 그러다보니 집사람이 먼저 나가보라고 권유했죠. 나가서 쉬고 오라더라고요. 그래서 참가했는데, 지금은 우울증이 싹 없어졌어요. 밀양에서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데 그렇게 많이 움직이니 밝아졌어요.

Q. 지금 밀양 횟집과 서울 인리원을 오가면서 바삐 생활하고 계시죠. 여기 계신 네 분, 그리고 ‘마세코2′ 우승자 최강록씨까지 총 5분이 인리원이라는 쿠킹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정말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지만, 프로그램 종영 후 출연자들이 함께 무언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더라고요.
윤리 : 맞아요. 처음일 거예요. 저희끼리 프로그램 이후, 식당을 하자고 이야기 했었죠. 그런데 ‘왜 남자끼리만 해?’라는 질문도 요즘 많이 받아요.
김영준 : 형님들이 여자를 안 좋아하잖아요.
윤리 : 그런가? 하하. 두 달 동안 합숙하면서 유독 이렇게 많이 친해졌어요. 김태형도 친해졌는데, 기획사에 소속된 친구라 같이 하기는 좀 힘들었죠. 6명은 같이 밀양도 내려가고 단합도 잘 되어서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 했었죠. 돈을 조금씩 벌더라도 같이 하자고 했어요. 시작은 쿠킹 스튜디오이지만 나중에는 식당도 같이 열 계획이에요. 저희 인리원은 한식 세계화 재단에서 공간을 제공해줬어요. 같이 모여 요리 연구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고 있죠. 석원이가 디자인을 하니 인테리어도 하고, 뭐. 하다보니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네요.Q. 최석원 요리사는 디자인 회사 운영에 운동에 이제 요리까지 업으로 삼게 됐는데, 힘들진 않나요.
최석원 : 버겁죠, 하하. 며칠 전에 운동하다 뇌진탕 증세가 와서 이제는 운동은 안해요. 대신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그동안 머릿속에 기억해둔 레시피를 정리하고 있어요. 문서화 시키는 거죠. 요리가 참 즐거워요. 출연 전에도 음식 만들어주는 것을 참 좋아햇어요. 사람들이 다들 먹어보고 갸우뚱해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며 좋아하실 때 기분 좋죠.

Q. 네 분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윤리 : 어떤 셰프가 그랬어요. 요리란 동물과 인간의 차이라고. 인간은 재료로 요리를 해먹고, 동물은 그냥 먹잖아요.
최석원 :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요. 대신 먹을 수 있는 그림!
김영준 : 저한텐 삶이죠. 언제 어디든 항상 요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깐!
김경민 :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 인생에 평생 함께할 그림자, 혹은 동반자인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죽을 때 까지 함께 해야하니까.

‘마스터 셰프 코리아’ 출연 요리사들이 준비한 요리
Q. 오늘 정말 맛있게 잘 먹었는데요. 왜 이번 피크닉에 이 요리들을 선택한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윤리 : 포크 수플라끼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에서 숯불에 구워서 팔아요. 피크닉이나 야외 캠핑과 잘 어울리는 메뉴죠.
최석원 : 아란치니와 헝가리안 굴라쉬를 준비했어요. 둘다 남는 재료를 사용한 거예요. 볶음밥 남은 걸로는 아란치니, 야채와 고기 남은 걸로는 굴라쉬. 피크닉 간다고 다시 장 볼 필요가 없는 요리입니다. 맛은 어떠세요?
김영준 : 티라미수 케이크를 가져왔는데요, 피크닉은 보통 연인과 가니까요. 손쉽게 만들 수도 있는데다 연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디저트인 것 같아서요.
김경민 : 제육볶음을 넣은 김밥도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많이 남는 재료라서 쉽게 만들 수 있으실 거예요.

Q. 텐아시아와 함께 스타 소울푸드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요리사들의 소울푸드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소울푸드를 말해주신다면.
윤리 : 스웨디시 미트 볼요. 어렸을 때 워낙 잘 살지 못해서 자주 먹지 못했던 메뉴인데요. 이케아 같은 가구점 카페테리아에서 처음 먹었어요. 나중에는 가구를 사러 가는게 아니라 먹으러 갈 정도였어요.
한국에는 먹을 수가 없으니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내가 해먹곤 해요.
최석원 : 아버지가 해주셨던 돼지고기 김치찌개요. 아버지가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셔서 일요일마다 해주셨어요. 돼지고기를 많이 넣어 기름이 둥둥 뜬 김치찌개를 해주셨어요. 사실 맛은 없었는데, 그리워요.
김경민 : 무청 시래기 무침요. 시래기를 삭힌 것인데 어렸을 때는 쓰레기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그 음식이 계속 떠오르네요.
김영준 : 닭볶음탕. 어머니가 특별한 날에 해주신 요리죠. 힘든 일을 말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지쳐있는 나를 보면 어머니가 센스있게 닭을 잡아서 해주셨어요.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음식이었죠.

인터뷰. 배선영 박수정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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