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포크 팝은 여성 뮤지션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각광받는 장르다. 한때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어김없이 ‘홍대 여신’으로 회자되며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처음 음악성과 상큼한 비주얼을 겸비한 의미로 수용되었던 찬사는 언론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난사되며 점점 외모에만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무수한 여신들을 과잉 생산해냈다. 그 결과, ‘홍대여신’은 음악성과 상관없이 예쁜 여가수를 지칭하는 진부한 고정관념으로 각인되면서 대중에게 피로감을 안겼고 비아냥거림에 가까운 수식어로 전락해 버렸다.

최근 정규 1집[Arrival]을 발표한 루키 여성뮤지션 프롬(Fromm)으로 인해 용도폐기 직전의 ‘홍대 여신’ 수사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홍대 여신 2막을 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프롬의 비주얼 매력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새로운 ‘홍대의 대세’로 회자되는 이유는 빈티지한 사운드에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감정을 절제한 창법과 날 것 그대로의 자연스런 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성을 담보했기 때문이다. 시크해 보이는 그녀의 근사한 외모와 중저음의 음색은 새콤달콤한 매력으로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강력하게 어필되고 있다. 아직 완전체는 아니지만 첫 정규앨범에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이르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의 가능성을 선보인 그녀는 자신이 비주얼에만 매몰된 엔터테이너가 아닌 아티스트의 자질까지 담보하고 있음을 증명하며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그녀는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데뷔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그녀는 먼 길을 돌아 뮤지션의 길을 찾았다. 2011년 쇼머스트 옴니버스에 실린 첫 싱글 ‘마중 가는 길’로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알렸고, 2012년 11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에 선정되며 존재가치를 획득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플 ‘밴드 오브 더 데이’에 소개된 프롬은 지산, 그랜드민트, 서울재즈 등 각종 대형 록 페스티발 무대에 오르며 비로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다가오는 2월 15일 홍대 앞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프롬의 첫 단독공연 ‘웨어 아 유 프롬(Where Are You Fromm?)’이 열린다. 입장권은 한 달 전에 매진된 상태다. 공연을 앞두고 그녀와 합정동의 한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 긴 시간동안 진지한 인터뷰를 나눴다. “이렇게 빨리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아요. 첫 단독공연이라 긴장도 되지만 팬들에게 선물 같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프롬) 그녀를 만나보니 생각보다 솔직하고 밝은 성품이 친근감을 느끼게 했고 170㎝가 넘는 훤칠한 키에 걸그룹 SES의 멤버 ‘유진’을 닮은 예쁜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본명은 이유진이다. ‘프롬(Fromm)’이란 독일식 예명은 ‘나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그녀의 음악은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한 자신의 성장기를 기록한 일기장에 가깝다.


정규 1집 ‘도착(Arrival)’은 팬들과 언론,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밴드 포맷에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들을 배치시켜 노래마다 질감을 달리하는 사운드를 창출해 낸 프롬의 음악 내공은 범상치 않다. 중저음의 음색으로 말하듯 힘을 빼고 노래하는 프롬의 창법은 단숨에 청자의 귀를 잡아끄는 강력함보다는 은근한 개성적 색채로 관심을 유도한다. 다양한 악기 배치와 공명을 강조한 풍성한 사운드로 들려주는 새로운 질감의 인디 포크 팝은 의미심장하다. 인디 포크 팝의 생존 가능성과 대안적 모델의 가능성을 일정부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신으로 인해 홍대여신이란 수사가 다시 회자되는 상황에 대한 솔직한 기분이 궁금했다. “당연히 그런 수식은 질리지만 그 표현을 쓰셔야 하는 분들의 사정은 이해해요. 언론에서 말하는 이미지는 제가 만들기 보단 그분들이 저를 보시고 쓰시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대여신이라는 말은 듣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진부한 표현이란 걸 알면서도 일단 나쁜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를 알리기 위한 나름의 배려라는 생각도 들어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앞으로 저에게만 어울리는 수사가 생길 수 있도록 더 좋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생기네요.”(프롬)


사실 그녀는 제대로 된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다. 또한 예쁜 외모와 개성적인 의상을 착용하기에 일견 부산의 부자 집 아이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는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그녀는 무엇이든 잘해 주변의 시선을 잡아 끈 밝은 성품의 아이였지만 자신을 믿지 못하는 무기력으로 인해 숨겨 있는 재능을 오랫동안 방치해야만 했다. “멜로디를 만든 뒤 그에 맞는 코드를 찾아서 곡을 완성하는지라 저와 같이 음악 할 때, 세션 연주자분들이 힘들어 하시더군요. 아직은 미숙하지만 제 본연에 가까운 음악을 찾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프롬) (part2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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