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쪽으로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 있다. ‘변호인’에게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개봉 4일 만에 17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인 ‘변호인’의 관람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 조짐이다. 티켓을 상당부분 예매한 뒤 상영 직전 취소하는 방식으로 일반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2일 한 영화사이트 게시판에 이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토,일 이틀 동안 ‘변호인’의 티켓을 대량 구매하신 고객님들이 상영직전 오셔서 환불하는 건수가 10여 차례 이상 발생했습니다. 1건당 대략 100여장 이상씩 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영화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캡쳐
이어 지난 18(수)에 개봉한 영화에 대해 “‘변호인’은 저희 영화관에서 수~금요일까지 매회차 매진 혹은 관객점율 95% 이상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이런 성적이면 토,일 주말은 전회차 매진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영직전 대량으로 환불해버리시는 고객님들(상영시간 20분전)이 계셔서 토,일 성적이 수직 하락해버렸습니다”라고 안타까워하며 “주말성적이 평일성적보다 낮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강조했다.글 쓴이는 “‘변호인’을 보러 오신 고객님이 자리가 없어 ‘집으로 가는 길’ ‘호빗2’ ‘캐치미’ 등의 티켓을 구매하셨는데 정작 상영직전엔 ‘변호인’의 자리가 텅텅 비어버린… 왜 이런 걸까요? 염려대로 이 영화에 정치적 잣대, 이념을 들이대신 분들이 벌이신 일 때문일까요? 방해세력의 소행?”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변호인’을 향한 방해공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는 누리꾼들로부터 별점테러(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매기는 것)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영화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화 자체로 봐 달라”고 했지만 ‘변호인’은 여지없이 정치적 맥락 안에서 해석됐고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관련 사이트는 쑥대밭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변호인’ 티켓테러가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이 최근 등장한 신종 방해수법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실 별점테러는 ‘부러진 화살’ ‘26년’ ‘남영동1985’ 등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난 방법이고, 관객의 가치판단이 개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티켓테러는 다르다. 이것은 관객의 관람을 직접적으로 막는 행위이자, 정상적인 상영행위를 방해하는 몰상식한 방법이다. 관객은 물론 오랜 시간 영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의 열정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이기도 하다.
‘변호인’ 이전에 티켓테러를 당한바 있는 ‘어떤 시선’
실제로 지난해 10월 개봉한 인권영화 ‘어떤 시선’은 티켓테러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민용근·박정범·이상철·신아가 4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영화는 개인적 신념으로 군 입대를 거부한 청년·지체 장애아의 우정·아동 유괴범으로 몰린 택시기사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영화로 개봉 당시 ‘변호인’과 같은 방식의 티켓테러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별점테러에 이어 티켓테러까지. ‘날로 진화하는 신종사기’라는 표현을 영화를 두고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티켓테러가 별점테러처럼 일반화되지 않으려면 초기에 확실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듯 싶다.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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