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누나’ 속 이승기의 안색이 창백하다

누나들은 할배들과 달랐다? 아니면 이승기는 이서진이 아니었다?

나영석 사단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tvN ‘꽃보다 누나’는 전작 ‘꽃보다 할배’와 완전히 달랐다.짐꾼의 정체를 숨겨, 공항에서 깜짝 몰래카메라를 찍었던 ‘꽃보다 할배’와 달리 처음부터 짐꾼을 공개해 누나들과 화기애애한 서울에서의 첫 만남 후 순조롭게 공항에 도착한 ‘꽃보다 누나’.그러나 여행은 어째 더 힘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늘 고비가 존재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까지 가는 차편을 구하는 것이 큰 고난이었다.

짐꾼으로 누나들의 여정 도우미로 출발한 이승기. 국민남동생에서 국민훈남이 된 이 반듯하고 착한 청년은 그 과정에서 이미 ‘짐꾼’이 아니라 ‘짐’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가까스로 셋째 누나 김희애의 도움으로 밴을 대여해 숙소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기사가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매야 했다. 한시름 놓았던 승기, 다시 뒷자석에서 불안해하는 누나들 사이에서 안절부절한다.

지난 6일 방송에서는 도착한 터키 땅에서 일명 ‘팽이의 저주’로 이름 붙힌 누나들을 잃어버린 소동을 겪으며 식은땀을 흘린다. 화면 속 그의 낯빛이 창백해진 것을 우리 모두 느낄 수 있었다.이날 승기는 “누구를 인솔하고 어렌이지하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생각도 못했다. 선생님들께 그 말을 하고 떠나야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또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이 여행이 대체 뭘까를 생각해봤다. 일반 사람이라면 이 여행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만 들었던 5촌 당숙의 따님 두 분과 동네에서 정말 유명한 외할머니 친구의 친구 두 분과 함께 온 것이다”라며 “이 여행이 왜 이렇게 힘들까를 생각해봤다. 내 마음이 이해가 가나요”라고 말했다.
터키 야경을 배경으로 한 ‘꽃보다 누나’ 일행, 김희애 김자옥 윤여정 이미연 이승기(왼쪽부터)

사실 별다른 걱정없이 출발했던 승기는 여행이란 그렇게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존재하는 여정임을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됐다. 할배들 사이에서 똑같이 불안하고 불편해했던 이서진이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와 여행 경험이 있었던만큼, 또 혼자 유학생활을 했을 정도로 낯선 환경과의 경험이 있었던만큼 척척 잘 해내는 이서진과 달리 이승기는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았던 경험이 거의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데뷔해 연예계 생활을 통해 성인이 된 이승기 아닌가. 앞서 첫 방송에서 이승기는 “내가 뭔가를 하자고 하면 그것이 주변에는 민폐가 되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 고백이 데뷔 이후 10년 가까운 지난 세월을 요약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삶은 사실 이승기가 지금 유럽 한복판에서 사실 그 전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누나들과 마주한 상황들처럼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아마 그의 인생 역시도 큰 시각에서 바라봤다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 모든 상황들에 대처함에 있어 이승기는 자신과 함께해온 주변사람들과 상의하며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더 익숙해져있는터라, 혼자 누군가를 이끌어 나가는 현 상황에서의 예측불허한 현상들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누나들이 말했듯, 이승기는 착하다. 착한 탓에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 싫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지금 그가 처한, 자신이 나서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유독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리한 스타는 과정을 통해 배운 만큼의 결과물을 내놓고 말 것이다.

나영석 PD는 “‘꽃누나’에 이승기라는 인간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열흘간의 여행 중 실수하고, 누나들에게 깨지면서 이승기는 점차 성장을 거듭했다. 성장이라는 코드는 다른 출연진도 마찬가지다. 윤여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김자옥은 중학교 때, 김희애와 이미연도 고등학교 재학 중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항상 누군가의 통제하에 살아왔던 이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본다는 것에는 여행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음은 당연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여자라니까’로 화려한 데뷔한 이승기는 말해 무엇하겠나. 다른 여배우들은 인생의 경험이라도 있지만, 이승기는 그것마저 없다. 처음에는 ‘짐’이었지만, 나중에는 ‘짐’이 아니라는 것. 그 변화 과정을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짐인 이승기, 그러나 서툴어도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어찌 미워보일까. 이 여행을 기점으로 더욱자라날 이승기에게 ‘꽃보다 누나’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성장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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