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에 기대주로 떠오른 김주혁 김희애 이미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예능 천둥벌거숭이들이 통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나영석 사단이 선보인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 ‘꽃보다 누나’가 전작 ‘꽃보다 할배’를 앞서는 기록으로 첫 성적표를 거머쥔 것에 이어, KBS의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도 예상을 웃도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두 작품에서는 앞으로 예능계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예능 천둥벌거숭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는 명품 대접을 받았고 한 때 전성기를 구가했었던 전설의 배우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꽃보다 누나’를 통해 오랜만에 예능에 얼굴을 내민 배우는 김희애와 이미연. 또 ’1박2일’에서는 배우 김주혁이 예능에 도전했다. 이들은 배우라는 견고한 껍질을 벗고 야생이나 다름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여전히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반전과 리얼인가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첫 술부터 배가 불렀던 ‘예능 천둥벌거숭이 TOP3′로 인해 흥미로웠던 지난 주말을 돌이켜보았다.

# TOP1. 김희애, 알고보면 예능 적합형 캐릭터우아하고 매혹적인 여배우의 상징, 배우 김희애가 ‘꽃보다 누나’에 나온다? 의심을 품은 이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그녀와 예능과의 거리는 멀었다. 하지만 김희애의 데뷔 초반을 기억하는 이들은 김희애야말로 예능에 적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다른 끼가 있고, 순발력에 센스까지 겸비한 그녀는 과거 MBC ‘토토즐’의 MC로 활약하며 당시 예능 관계자들 사이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고 한다. 이들은 “‘꽃보다 누나’에서 가장 기대하는 이는 김희애”라며 “그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된 첫 회, 이제 겨우 시작인터라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김희애를 향한 반응는 벌써부터 뜨겁다. 여행을 앞두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과 간혹 드러나는 엉뚱함은 예능에 적합한 모습. 여기에 더해 짐꾼 이승기를 다루는 그녀만의 부드러운 리더십에 대한 찬사까지 쏟아지고 있다.스스로를 “예능 천둥벌거숭이”라 칭하며 “오랜만에 예능해서 떨린다”는 이승기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뜬 김희애였지만, 세월을 입고 깊이까지 겸비한 그녀만의 예능세계는 ‘꽃보다 누나’에거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다.

# TOP2 이미연, 사상 첫 배낭여행에 좌충우돌…승기에겐 엄했지만 사실 “나도 연약한 여자”

이미연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완벽한 여배우의 상징이지만 그래서 대중과의 거리가 멀었다. 그런 이미연, ‘꽃보다 누나’를 통해 처음으로 배낭여행에 도전한다.첫 미션으로 터키 숙소 예약을 할당받은 이미연은 독수리 타법과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미션에는 성공하지만, 나영석 PD로부터 “숙소까지 찾아가는 길은 알아뒀냐”라는 말에 ‘멘붕’이 오고만다. 결국 “왜 나한테 그래?”라며 애교를 부리고, 은근슬쩍 숙소 주소를 이승기에게 내밀어 본다.

마침내 도착한 터키에서 역시 처음으로 배낭여행에 도전해 안절부절하는 이승기에게 단호하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전작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 중 막내 백일섭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 어쩌면 그녀가 이 여행의 결코 밉지 않은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를 품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모습은 완벽한 여배우를 한꺼풀만 벗기면 확인할 수 있는 연약한 속내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확인하는 모습, SNS메신저로 친근하게 말을 해놓고 막상 이승기를 마주하려니 엄습하는 어색함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 그리고 선배 배우들에게는 깍듯하게 대하고 그런 선배들이 혹여나 불편할까 후배에게 단호하게 꾸짖는 장면 등은 우리가 그간 볼 수 없었던 이미연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TOP3 김주혁, 한국의 휴 그랜트에서 강원도 영구로…0표 굴욕에 ‘울분’

두 여배우들이 조금씩 살포시 자신의 속내를 꺼내고 있던 와중에, 충무로가 사랑하던 한국의 휴 그랜트 김주혁은 두고두고 회자될 예능 잔혹사를 경험해야 했다.

’1박2일’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 정규 멤버에 첫 도전한 김주혁, 첫 등장부터 물벼락을 맞고 까나리 액젓을 들이키더니 결국 점심을 먹기 위해 영구 흉내까지 내야했던 것.

자존심과 명예를 다 던지고 임하겠다는 그의 선서는 앞으로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는데, 강원도 인제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행된 일반 시민과의 만남에서 “학생들이 나 몰라”라며 불안해하는 모습, 그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 ’0표 굴욕’을 맞게 된 것이다. 그에게는 괴로웠을 순간이었을 테지만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깔깔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굴욕 와중에 기대를 모으게 되는 대목은 과거의 김주혁이 오락부장을 독점했을만큼 사실은 꽤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 은근히 예고된 것이다. 그러고보니 김주혁은 아주 살짝, 살포시, 아무도 모르게 첫 방송에서도 그만의 예능감을 드러냈다. 물론 아주 집중해서 보아야 알 수 있는 정도였지만.

평소 낯도 많이 가리고 과묵하기로 유명한 김주혁, 까나리카노(까나리+아메리카노)를 10잔 쯤 마시고 나면 포텐이 터져 새로운 예능 대세로 떠오르지 않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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