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1회 방송화면 캡쳐

지난 3일 처음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추석 기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탄 이후 정규 편성의 쾌거를 이뤘다.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이미 파일럿 방송을 통해 ‘뻔한 육아 일기일 것’이라는 편견을 걷어낸 뒤라서 인지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뭔가 조금 어설픈 아빠들’이 그려내는 훈훈한 인간미와 다시 보고 싶었던 아이들에 대한 반가움 일색이다. 정규 편성되며 합류한 새 멤버 타블로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풍성함을 더하며 인기 행진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아빠들이 다시 브라운관을 찾은 이유는 제 각각이었다. 추성훈은 손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랑이(추성훈의 딸)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고, 장현성과 이휘재는 앞서 파일럿 방송 때 증명됐다시피 아이들과 교감을 이어가며 진짜 아빠로 거듭나고 있는 듯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봤다는 아내 강혜정의 추천에 얼떨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타블로도 “하루(타블로의 딸)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갈수록 흥미롭다”는 말로 자녀와의 교감을 출연 결정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최근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아이와 아빠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예측불허한 상황이다.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태 속에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한 마음과 부정(父情)이 빚어내는 훈훈한 감동은 자녀를 둔 시청자에게는 공감을, 각본 있는 예능에 질린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며 ‘육아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들의 육아’를 화면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아빠 어디가’가 최초의 신선한 소재가 전했던 매력이 떨어지며 매회 나름의 방식으로 상황을 설정해나가는 과정과 대조적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꾸밈없는 완전한 육아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가 없는 48시간’이 여행이라는 설정된 상황 속에 특정한 역할을 맡는 ‘아빠 어디가’의 육아 방식과 질감이 다른 이유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함께 놀아주며 자기 일까지 해야 하는 아빠들은 그야말로 ‘슈퍼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슈퍼맨’이 돼야 했던 아빠들의 눈물 나는 육아기는 되레 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애정과 육아의 고됨을 간접 경험하게 하며 엄마 역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슈퍼맨’ 이전에 이미 ‘원더우먼’이 있었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추성훈의 딸 하루,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과 서준, 타블로의 딸 하루, 장현성의 아들 준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육아기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육아 형태에 다양성을 더하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는 여행이라는 소재를 살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비슷한 또래의 자녀들을 섭외해야 한 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의 연령대의 폭이 더 넓다. 생후 36주 된 서언과 서준(이휘재의 쌍둥이 아들)이부터 세 살 된 사랑이, 장현성의 두 아들 준우와 준서, 타블로의 딸 하루까지 연령대가 다르니 육아 방법도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아빠들의 다양한 직업군도 프로그램 한층 더 풍성하게 한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추성훈과 래퍼 타블로, 방송인 이휘재, 배우 장현성은 각기 다른 직업만큼 육아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옛말처럼 부모의 성격과 직업에 따라 관심사나 성향에 차이를 보이는 아이들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이제 첫 방송을 마쳤을 뿐이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향하는 대중의 시선은 불안하지 않다. 이미 파일럿 방송을 통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있겠고,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인 아이들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탓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전에 ‘아빠 어디가’의 윤후 비방 사건을 통해 증명되었듯이, 우리는 아이들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거나 프로그램을 위해 소모되길 원하지 않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정규 편성되며 앞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선 고민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처럼, 예능과 휴먼 드라마의 경계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으면 한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재미를 전하는 데는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함과 ‘슈퍼맨이 될 수는 없는’ 아빠들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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