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스타의 선봉장에 선 김유정
아역 전성시대다. 과거 아역배우들은 성인연기자의 보조기능에 그쳤지만, 여진구, 김유정, 김새론, 김향기, 김소현, 진지희 등 현재 TV와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스타 아역배우들은 성인배우 못잖은 때로는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특히 MBC 사극 ‘해를 품은 달’로 누나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스타로 부상한 여진구의 경우,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서 24세 프로그래머 홍혜성 역을 맡아 23세 성인 연기자 하연수와 멜로 연기를 펼치기도 했으며 10월 개봉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는 김윤석, 조진웅, 김성균 등 굵직한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이런 아역배우들의 달라진 위상은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 제작발표회에서도 드러났다.
‘황금무지개’는 ‘메이퀸’ 손영목 작가와 ‘아이두 아이두’ 강대선 PD가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로, 일곱 남매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제작진은 이날 현장에서 드라마의 강점으로 아역배우를 꼽았는데, 타 드라마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아역 스타들이 극 초반 10회에 해당하는 상당한 분량을 책임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선 PD는 “촬영하다보니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받은 느낌을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황금무지개’의 아역 군단은 화려하다. ‘해를 품은 달’과 영화 ‘동창생’의 김유정을 비롯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서영주, 그리고 모델 출신 송유정과 ‘제빵왕 김타국’, ‘맏이’의 오재무, 드라마 ‘굿닥터’로 주목받은 최로운 등이 출연한다. 아역배우들만 총 12명이다.그중 김유정을 향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다른 아역배우들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유이, 정일우 등 내로라하는 걸그룹 스타와 청춘스타들과 비교했을 때도 그러했다. 김유정이 참석한 라운드 인터뷰에는 유이와 정일우 등도 함께 자리했는데,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다름아닌 김유정이었다. 자꾸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아직 나이가 어린 김유정은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김유정은 “과거 ‘메이퀸’ 때 8회까지 출연했고, 이번 ‘황금무지개’는 10회까지 간다. 아역 중에서는 가장 많은 분량을 연기하게 됐다.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은 짧게 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또 편하기도 했다. 끝까지 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에. 그러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 “아역 동생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열정도 대단하고 에너지도 많아 새벽촬영에도 쉴새없이 말을 하더라. 나는 이제 새벽까지 촬영하면 힘이 든다. 그래서 동생들의 재롱을 때로는 받아주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런데 또 안받아주면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 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유정의 나이는 만 14세다.김유정은 ‘황금무지개’가 더욱 특별한 이유로 자신에게도 드디어 아역이 생겼다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유정이 유이의 아역이기도 하지만, 서사가 긴 이 드라마는 김유정의 아역을 연기하는 더 어린 아역연기자도 있었던 것이다.
김유정은 “나한테도 아역이 생기니까 기분이 좋다. 그만큼 좋은 캐릭터를 맡앗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아역을 연기하게 된 이채미(7세)를 향해 “채미는 굉장히 예쁘고 귀엽다. 많이 만나지는 못 했지만 만날 때마다 사진도 찍었다. 기분이 정말 좋더라”라고 말했다.
김유정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창 인기있는 스타들에게만 던져진다는 이상형 질문까지도 나왔다. 최근에 빅뱅 탑(최승현)과 함께 찍은 영화 ‘동창생’이 개봉한터라, “탑과 정일우 중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배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온 것이다.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성인 배우들과 다른 솔직한 김유정의 대응방식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만난 성인배우 유이와 아역 김유정(왼쪽부터)
김유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굉장히 곤란한 질문이네요”라고 한참을 망설이다 ‘황금무지개’의 제작발표회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정일우 오빠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런 김유정을 안절부절하며 바라보던 정일우가 안심한 듯 “고맙다”라고 말했다.이어 김유정은 탑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과거 김유정이 나를 이상형으로 꼽았다가 이제는 아니라고 해 속상했다”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또 다시 난처한 표정으로 “저는 이상형은 없어요. 과거에 같이 작품을 찍은 분들 중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분을 꼽아달라고 한터라, 저는 빅뱅의 팬이기도 하고 해서 탑 오빠를 꼽은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친 오빠같이 좋은 오빠이지 다른 오해는 안하셨으면 해요. 그리고 일우 오빠랑요? 탑 오빠는 장난꾸러기 친오빠 같다면, 정일우 오빠는 자상하고 매너좋고.. 그렇게 보인다고 해야하나요? 그렇지만 ‘해품달’ 때도 그렇고 아직 (일우 오빠와는) 많이 만난 적이 없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보지 못했어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날 김유정의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에 정일우는 “마치 ‘짝’을 촬영하고 있는 것 같네요”라고 말해 분위기를 다시 부드럽게 바꿨다.이상형과 관련된 질문에는 쩔쩔 매다가도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스스로 즐기면서 정신력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어른스러운 대답을 한 김유정. 그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은 확실히 달라진 아역스타의 위상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또 이날 제작발표회 초반 유이는 “김유정의 팬이라, 김유정의 연기를 이어받게 돼 영광이다”라는 이색적인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아역배우들이 “선배 배우 OO의 아역을 하게돼 영광이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