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카라
걸그룹의 안무는 보이그룹처럼 테크닉이 뛰어나다거나 역동적이진 않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있다. 따라서 보이그룹의 안무를 잡을 때는 풀샷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걸그룹의 안무는 클로즈업의 배치가 중요하다. 특히 이번 카라의 ‘숙녀가 못 돼’ 안무는 디테일 살아 있는 춤이다. 반지를 빼는 동작, 엉덩이에 손등을 대고 손을 두 번 튕기는 동작, 허리와 어깨를 비트는 동작 등은 유연한 섹시 웨이브 대신 절제미가 돋보여야 한다. 카라는 이러한 동작들에 셔츠와 긴 바지, 넥타이로 조화된 수트의상을 함께 입어 카리스마를 더했다. 눈에 들어오는 큰 동작은 없지만, 포인트는 확실한 카라의 춤을 어떤 음악방송이 가장 섬세하게 잡았을까?# 총평 : 인가 > 음중 > 엠카 > 뮤뱅
카라의 포인트 안무는 간단하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잡아내기 쉬운 편이다. 덕분에 네 음악방송 모두 괜찮은 카메라워크를 선보였다. 따라서 한 가지의 포인트를 조금만 아쉽게 잡아도 순위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아쉬운 방송은 KBS2 ‘뮤직뱅크’(이하 뮤뱅)였다. ‘뮤뱅’은 구하라와 강지영이 주고받는 랩 파트에서 강지영을 한 타이밍 늦게 잡는 등 놓친 포인트가 많았다. Mnet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 특유의 시원시원한 카메라워크는 전체적인 무대의 그림을 중시하는 안무에는 돋보이지만, 섬세한 춤 위주의 안무에서는 포인트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MBC ‘쇼! 음악중심’(이하 음중)과 SBS ‘인기가요’(이하 인가)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거의 모든 포인트를 잘 살렸다. ‘음중’은 카메라가 박자와 멜로디를 타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인가’는 포인트 안무의 손동작까지 잘 보일 정도로 전체적으로 섬세한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카메라워크였으나 폭죽을 터트린 ‘인가’를 1위로 선정했다.# 포인트 1) 한승연의 성량 폭발 : 인가 > 음중 > 엠카 > 뮤뱅
한승연은 ‘숙녀가 못 돼’에서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고음 애드리브를 선보인다. 보통 아이돌의 경우, 노래 후반부에 한쪽 끝에 서서 노래에 조미료를 치듯 고음을 선보이지만, 카라는 처음부터 메인 요리를 선보이듯 한승연이 당당히 중간에 서서 소리를 높인다. 그 당당한 고음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 이 부분 카메라워크의 과제다. 한승연의 고음은 세 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예~’하면서 음을 올리는 부분, ‘예이예이예’하면서 바이브레이션을 섞는 부분, 그리고 ‘호우!’. ‘인가’는 ‘예’에서 풀샷을 잡는 동시에 폭죽을 터트리면서 성량 폭발의 효과를 더했다. ‘예이예이예’와 ‘호우’를 모두 잘 잡으면서도 춤을 추는 다른 멤버를 조금씩 비췄다. ‘음중’은 ‘예’ 순간에 한승연의 클로즈업으로 점점 멀어지는 앵글을 잡으면서 음이 올라감에 따라 앵글도 함께 멀어지는 듯한 효과를 자아냈다. 전반적으로 깔끔했지만, 팬들도 함께 외치는 ‘호우’ 부분을 잡지 못했다. ‘엠카’는 무난했다. ‘뮤뱅’은 컴백무대의 세트를 멋있게 마련해 문이 열리고, 한승연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잡혔지만, 제대로 된 클로즈업은 ‘호우’뿐이었다.
# 포인트 2) 반지 빼기 춤 : 인가 > 음중 = 뮤뱅 > 엠카
‘숙녀가 못 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멤버들이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는 듯한 동작이다. 얼핏 보면 다섯 명이 서서 그냥 팔을 이용한 안무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춤은 가사 내용처럼 헤어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반지 빼기 춤이다. 디테일한 동작이 돋보이는 안무를 가장 잘 살린 음악방송은 ‘인가’였다. 인가는 풀샷으로 안무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다가도 반지를 뺄 때가 되면 적절한 클로즈업으로 동작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노래 전체에 걸쳐 모든 멤버의 반지 빼기 동작이 한 번 이상 클로즈업으로 등장해 단순하게 아무나 클로즈업 잡은 게 아닌 것이 느껴졌다. ‘음중’과 ‘뮤뱅’ 또한 반지 빼는 동작을 잘 보여줬지만, ‘음중’은 특유의 사선 앵글이 절제된 순간을 방해했으며, ‘뮤뱅’은 꽉 찬 풀샷이 효과적이었지만, 클로즈업을 반지를 이미 다 뺀 후에 선보여 아쉬웠다. ‘엠카’는 반지를 빼려는데, 먼 곳에서 풀샷을 잡아 아쉬움을 남겼다.
# 포인트 3) 대각선으로 서서 차례로 샤르르 : 인가 = 엠카 ? 음중 > 뮤뱅
1, 2절이 모두 끝나고, 한승연과 박규리가 조용히 무섭게 화가 난 듯 노래를 읊조린다. 박규리가 노래를 부를 때, 나머지 멤버들은 대각선으로 뒤돌아 서있고, 규리의 파트가 끝난 후 멤버들은 노래에 맞춰 ‘샤르르’ 뒤돌아선다. ‘인가’와 ‘엠카’는 정석으로 풀샷을 잡아 효과적으로 안무를 잡았다. ‘음중’도 샤르르 안무를 확실히 이해했으나 카메라 앵글이 차례로 뒤를 도는 멤버를 따라 움직여 호불호가 갈릴 것을 보인다. ‘뮤뱅’은 박규리를 사랑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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