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은 한국 재즈 연주자의 해외 진출을 논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연주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Bluenote)에서 앨범 를 발표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리더 작을 통해서는 비밥의 정수를, 가스펠 앨범을 통해서는 나얼, 김범수 등 한국 최고의 소울 보컬리스트들과 협연해왔다. 2011년 한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그는 차후 협연해보고 싶은 뮤지션으로 팝스타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를 꼽았었다. 그리고 약 2년 뒤 곽윤찬은 실제로 브라이언 맥나이트, 그리고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한 5집 로 돌아왔다.

곽윤찬은 새 앨범 에서 기존에 레코딩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퓨전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 정통 재즈를 연주하던 곽윤찬으로서는 팝과 재즈가 결합된 퓨전 계열의 스무드재즈를 연주하는 모습이 낯설다. 곽윤찬은 8일 소니뮤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퓨전재즈는 어렸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음악”이라며 “보다 많은 대중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재즈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고 말했다.

에는 브라이언 맥나이트를 비롯해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한국인이 만든 노래를 레코딩한 것은 이번이 처음.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곽윤찬이 보내준 악보를 보고 단 하루 만에 앨범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곽윤찬은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보컬리스트임에도 여러 개의 악기를 다루며 재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팝가수”라며 “전에는 그를 직접 알지 못했다. 그런 그가 내 음악을 듣고 참여 의사를 밝혀준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들로 꼽히는 기타리스트 폴 잭슨 주니어, 색소포니스트 에릭 마리엔탈, 드러머 비니 콜라이유타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팝 세션에서 가장 각광받는 연주자들로 특히 퓨전재즈 계열의 최고수들로 꼽힌다. 해외 유명 연주자들도 이들 모두를 한 앨범에 참여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곽윤찬 본인도 “이들의 섭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폴 잭슨 주니어의 경우 곽윤찬이 3년 전부터 러브콜을 해 어렵게 협연이 성사됐다. 곽윤찬은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솔로를 자제하고 밴드 멤버들과의 앙상블에 초점을 맞췄다”며 “에릭 마리엔탈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와 폴 잭슨 주니어의 완벽한 기타 선율, 비니 콜라이유타의 선명한 드럼 소리 등을 모두 들어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곽윤찬은 에서 ‘좋은 사운드’에 역점을 뒀다. 연주자들과의 녹음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으며, 폴 잭슨 주니어는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따로 녹음했다. 곽윤찬 본인이 직접 믹싱에 참여했으며 피아노 녹음은 팻 메시니, 류이치 사카모토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했던 강효민이 맡았다. 곽윤찬은 “곡이 좋아도 사운드가 좋지 않으면 음악 전체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좋은 사운드를 내기 위해 잭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처음으로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곽윤찬은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네 번이나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을 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에너지를 쏟았다고. 곽윤찬은 9개의 수록곡 중 ‘포티 나인(Forty Nine)’을 타이틀곡으로 꼽았다. ‘오프닝 벨(Opening Bell)’이란 곡은 아내의 핸드폰 벨소리를 직접 만들어주다가 완성된 곡이다.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에버 포에버 웬에버(Ever Forever Whenever)’에 참여했다.곽윤찬은 이번 앨범을 통해 해외 활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앨범 녹음 후 함께 한 연주자들로부터 라이브앨범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브라이언 맥나이트 측에서도 함께 투어에 나서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며 “이런 일들이 실제로 진행되기까지는 일단 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곽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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