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이 13일 오전 JTBC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순화동 JTBC 사옥으로 첫 출근했다.

손석희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15분께 주차장에서 2층 로비 쪽을 향해 걸어들어왔고, JTBC 홍보 직원이 동행해 그의 출근 소감을 들었다. 이후 첫 출근을 기다리는 취재진들에 싸여 잠시 사진 촬영을 마친 그는 “이제 됐나요?”라는 짧은 말만 했을 뿐, 별다른 소감을 전하지 않고 조용히 사옥으로 들어섰다. 이미 보도자료와 그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을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JTBC에 따르면, 손석희 사장은 JTBC 간부들과 경영위원회를 갖는 것으로 이날 첫 일정을 시작했으며 보도국의 업무와 관련된 브리핑을 받았다. 점심식사는 국장단과 함께 했다. 오후에는 보도국 기자들과 함께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손 사장은 “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보도국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하며 “사장이라기보다는 보도국 선배로 대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외에도 편성 및 제작, 드라마 파트 현업자들과도 인사를 나눴으며, “잘 부탁한다”면서 겸양의 자세를 보였다. 손 사장의 집무실 역시 “보도국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본인의 뜻을 반영해 보도국 내에 설치됐다. 이날 JTBC 내부는 손석희 사장의 영입으로 축제 분위기. 오병상 JTBC 보도국장은 “손 사장의 영입으로 보도국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면서 “앞으로 JTBC 방송 뉴스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석희 사장의 이번 JTBC 이적은 그러나 지난 9일 알려진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신뢰받는 언론인인 그가 대표적인 보수 언론이자 국내 최대 대기업인 삼성과 연관이 있는 중앙일보 계열 종편인 JTBC로 이적하는 것과 관련,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MBC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지만, ‘김재철 라인’으로 알려진 김종국 신임 사장이 취임하는 시점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이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새 출발을 하게 된 손석희 사장의 덕으로 JTBC 보도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된 것이 사실. 오랜 기간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JTBC는 손석희 교수와 어떤 방식의 공존을 꿈꾸고 있을까. 손석희 사장의 영입으로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JTBC 측은 “오늘이 첫 출근이신데 글쎄요”라며 말을 아꼈다. 또 일각에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손석희 사장이 직접 프로그램 진행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어떤 말보다는 앞으로 손석희라는 사람이 보여줄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만큼의 신뢰를 받는 그가 왜 JTBC를 선택했는지, 또 JTBC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켜보면 된다”라고 말했다.이적과 관련해 손석희 사장의 공식 입장은 첫 출근에 앞서 JTBC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 간 골이 점점 깊어진다는 것인데 언론이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JTBC가 공정하고 균형잡힌 정론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며, 결국 그 길이 저 개인 뿐만 아니라 JTBC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한 것으로 대신한 셈이다. 지난 10일 오전 마지막 방송에서의 말이 끝인사였다. 당시 그는 “제가 30년동안 일해왔던 문화방송이 이제 새 출발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도 이제 문화방송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제가 하고 있는 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점을 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지난 13년 동안 쉼없이 새벽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기도 했습니다”라고 프로그램 하차, 즉, MBC를 떠나는 소감을 말했다. 이적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관해서는 “제 선택에는 많은 반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나름대로 고민해왔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자그마한 여지라도 남겨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게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 번 실천해보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1984년 MBC에 입사해 MBC 앵커, MBC 진행과 MBC 아나운서 국장을 역임한 손석희 사장은 지난 2006년 MBC를 퇴사한 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나 JTBC로 이적을 결정하게 되면서 9일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MBC 퇴사 이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켰던 역시 10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면서 MBC와의 오랜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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