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리에 들어서는 엄정화의 얼굴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쉼 없이 이어지는 홍보일정 속에서도 생생한 눈빛을 반짝이는 건, 시사회 후 흘러나오는 영화 에 대한 심상치 않은 반응 때문이었다. “복병이 나타났다”, “엄정화가 대표작을 만났다” 등의 찬사를 그녀는 넘치지 않는 선에서 기분 좋게 음미하고 있는 듯했다. 데뷔 21년 차 배우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여유 같기도 했다.

의 하경은 딸을 유괴해 간 범인을 잡기 위해 15년의 세월을 고군분투하는 엄마다. 딸을 잃은 외로움과 범인에 대한 분노와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좌절하는 엄마의 얼굴이 엄정화를 통해 스크린에 재현됐다. “처음에는 미혼인 내가 자식 잃은 어미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출연을 고민했어요. 하지만 연기라는 게 꼭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부모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상황에 내가 있다’는 주문을 걸었죠. 전작들에서 경험한 모성애 연기가 이번 에서 감정을 찾는 데 많은 도움도 됐고요.” 물론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참담하게 일그러져가는 하경의 감정 안에서 엄정화 스스로도 외로움과 싸워야 했으니까. 슬픔의 터널을 지나온 자신을 달래주려는 듯, 엄정화는 ‘마음을 춤추게 하는 음악’들을 꺼내 들었다.1. Woodkid의
우드키드(woodkid)는 가수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 뮤직비디오 감독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천후 아티스트다. 리한나(Rihanna), 케이티 페리(Katy Perry), 모비(Moby) 등 해외 유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실력자답게 자신의 음악 영상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음악을 ‘시각적인 시’로 표현하는데 능한 그의 능력은 정규앨범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드키드가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많은 그림이 그려져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재능을 표출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자극하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우리 곁에서 예술이 끊임없이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죠.”

2. 프라이머리(Primary)의
엄정화의 두 번째 추천 앨범은 프라이머리(Primary)와 실력파 뮤지션들의 신선한 조합으로 매번 호평을 받은 프라이머리 시리즈의 3번째 앨범이다. 이 중 타이틀곡 ‘씨스루 (Feat. 개코, Zion.T)’는 자이언티(Zion.T)와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개코가 참여한 곡으로 발표와 동시에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춤추고 싶을 때 꺼내 듣는 음악이에요. 재치 있는 가사와 매력적인 보컬을 듣고 있으면 어깨로 절로 흔들리죠. 프라이머리 피규어를 활용해 촬영한 스톱모션 티져영상도 얼마나 재기 발랄한지 몰라요.” 앨범의 주인공 프라이머리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천재 프로듀서로 칭송받는 뮤지션. 다이나믹 듀오의 ‘Solo (Feat. Alex of Clazziquai)’, ‘죽일 놈 (Guilty)’, 슈프림팀(Supreme Team)의 ‘Step Up’, 리쌍의 ‘TV를 껐네… (Feat. 윤미래, 권정열 of 10cm)’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3. Daft Punk의
프랑스 일렉트로닉 씬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프트 펑크(Daft Punk). ‘댄싱퀸’ 엄정화의 마음을 춤추게 하는 세 번째 앨범은 다프트 펑크가 8년 만에 내놓은 다. 펑키한 리듬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곡으로 공개와 동시에 46개국의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싸이(Psy)의 ‘GENTLEMAN’을 누른바 있다.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명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에요. 이들이 만난 앨범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4. Glen Check의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앨범이에요. 멤버들이 해외파 출신이어서 그런지, 기존에 한국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 세계가 느껴지죠. 국악부터 아프리카 전통 음악, 아프로-큐반, 세네갈 음악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멜로디가 굉장히 신선해요. 이 중 ‘Vogue Boys and Girls’는 화려한 런웨이 쇼를 연상시키는 곡으로, 몸을 들썩이고 싶을 때 볼륨을 크게 해서 듣곤 해요.” 는 글렌체크(Glen Check) 멤버들이 프랑스와 벨기에, 홍대 등으로 거처를 옮기며 작업한 글로벌한 결과물이다. 다양한 음악 실험으로 탄생시킨 독특한 소리, 감성과 비트가 공존하는 풍성한 선율이 돋보인다.

5. Beady Eye의
잘 알려졌다시피 비디 아이(Beady Eye)는 오아시스(Oasis)의 멤버인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팀을 탈퇴한 후 같은 팀멤버이자 동생인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가 오아시스 멤버들과 함께 결성한 록밴드다. 엄정화의 마지막 추천 앨범은 비디 아이가 2년 만에 내놓은 싱글 앨범 . “마음속에 그려보는 희망의 공간. 묘하게 겹쳐지며 이어지는 노래…. 나에게 음악이란 존재가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듣죠.” 에 실린 두 곡의 곡은 6월 10일 발매되는 그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 에도 실릴 예정이다.



배역에 완벽히 녹아드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는 쇼 무대 위에서의 자신과 스크린 안에서의 자신을 완벽하게 분리할 줄 아는 엔터테이너다. 장르에 따라 자유자재로 가면을 바꿔 쓸 줄 아는 배우이기도 하다. 실제로 ,, 에서의 엄정화와 , , 에서의 엄정화는 질감부터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오늘 ‘몸뻬’ 바지를 입고 시장을 전전하다가, 내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남자를 유혹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여배우. 그녀의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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