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데뷔 14년차의 이 배우는 오래도록 ‘단아한’ 혹은 ‘지적이고 똑부러지는’ 이미지로 대중과 만나왔다. 데뷔작인 KBS2 ‘경찰특공대’에서도, MBC ‘상도’ ‘무신’ 등을 통해 ‘사극퀸’이라는 별명을 얻을 때도 정갈면서도 여성스러운 모습은 그대로였다. 그런 그가 JTBC ‘무정도시’의 사업가 이진숙 역으로 무서울만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성숙한 섹시함을 지닌 여성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그런 과감한 변화는 스스로도 놀라울만큼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이끌어냈다.

Q. 작품의 마지막이 쓸쓸한 여운을 남기며 끝냈다.
김유미:
’진숙이는 왜 그렇게 슬픈 인생을 살아야했을까’란 생각이 들어 많이 안타까웠다.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내 맘대로 되지 못해 그런지 아직 떨쳐보내지 못한 것 같다.Q. 이진숙이라는 인물은 카리스마와 섹시함을 겸비했으면서도 의리가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김유미: 나도 처음 본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면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 점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내게 찾아와줘서 무척 행복했고 고맙다. ‘이런 운명을 타고난 여자는 어떨까’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대낮에도 늘 술에 의지할 정도로 매일같이 사건이 터지는 가운데 내면이 참 외로운 인물이었다. 겉으로는 멋있지만, 실은 인생에서 사랑하는 시현(정경호)이라는 끈을 하나 잡고 있던 가련한 여자인 것 같다.

Q.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돌봐 준, 어찌 보면 조카같은 남자인 시현과의 애틋한 멜로 라인이 여타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있었다
김유미: 극중 시현이도, 진숙이도 고아로 등장한다. 진숙이는 ‘너도 나같은 운명을 타고 났구나’란 생각에 황량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그 남자에 대한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 곁에 두고 싶으면서도 나처럼 되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고. 정말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고 가족같기도 한,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으로 시현을 바라봤다. 모든 걸 시현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을 했던 것 같은데, 연기하면서도 실제로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 같다.

김유미
Q. 사랑을 바라보는 데 있어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 점은 새로웠을 것 같다.
김유미: 주로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하거나 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었는데 ‘무정도시’의 멜로는 참 희한했다. 여러 인간관계들이 얽혀서 각자 여러가지 생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여러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는데 나중엔 그저 심플하게 생각하자는 맘으로 바뀌더라. 그래서 시청자들도 낯설어하면서도 좋아하셨던 것 같다.

Q. 10년이 넘도록 단아한 이미지로 어필해왔는데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망설임은 없었나.
김유미: 할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임이 있었다기보다는 10년 넘게 고정된 이미지를 갑자기 바꾸려고 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억지스러워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려주신 것 같다.

Q.화려한 분위기의 스타일링도 큰 화제가 됐다.
김유미: 사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특히 스타일링에 엄청난 시간을 들이면서 헤어, 메이크업에서 여러가지를 시도했었다. 촬영 전에는 미용실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다행히 나와 어울리는 걸 발견한 것 같다. 내 얼굴이 이런 역할도 되는구나, 하는 새로움을 발견했던 기억이 있다.Q. 섹시한 느낌은 따로 연습했나.
김유미: 해보려고 했는데 간지러워서 못하겠더라. 예전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느끼는 대로 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그날 현장 분위기에 맞게 연기가 나오는 게 좋겠단 생각으로 임했다. 특히 진숙은 최대한 날것, 계산되지 않은 살아있는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좀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노출이 없어도 분위기로 섹시해질 수 있다는 걸 많이 배운 작품이기도 하다. 진숙은 카리스마와 결단력도 있고, 뭔가에 많이 연연하지도 않는 면이 ‘아 이런 언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캐릭터다.

Q. 촬영중 지나치게 몰입해 앓아눕기도 했었다고 들었다.
김유미: 극 중반 정도 지났을 때 진숙의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몰려왔는데 나중엔 몸이 아픈 것으로 나타나더라. 진숙의 복잡다단한 감정에 많이 젖어있어서 그런지 몸이 그걸 인지했던 것 같다.

김유미
Q. 스스로 평가할 때도 이번 도전에 만족하나.
김유미: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갖자는 생각이었다. 사실 종편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도 적었고(웃음) 그저 그동안 내가 했었던 연기 톤이나 방법을 바꿔보자란 생각으로 도전했는데 하면서 ‘나도 이런 게 가능하구나’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Q. 실제로도 진숙과 같은 카리스마를 많이 지닌 편인가
김유미: 워낙 어릴 때부터 일해서 그런지 일할 때는 최대한 집중해서 하려고 하지만 평소에는 허당끼가 많은 편이다. 특히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고 철없는 행동도 많이 한다.

Q. 데뷔 초에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이미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친근해진 느낌이다.
김유미: 어릴 때는 그런 면이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그대로 멈춰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웃음)Q. 새로운 도전을 마치고 나니 또다른 ‘산’을 넘어보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나
김유미: 원래 느와르 장르를 좋아했는데 TV 드라마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동참한 것 같아 기분 좋다. 연기자로서 큰 욕심은 없다. 그저 주어진 하나 하나 즐기면서 해야지 하는 생각뿐이다. 다만 ‘무정도시’ 만큼은 시청자들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글,편집.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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