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tvN ‘몬스타’의 하연수(왼쪽부터), 용준형, 강하늘

“MBC ‘나는 가수다’가 그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건만 아직 ‘늪’(조관우의 노래)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텐아시아와의 인터뷰 중 김원석 PD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악을 중심에 둔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 음악사를 재조명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결국 시청자는 그 속에서 ‘음악’보다는 ‘경쟁’을 보았다는 의미다. 김 PD는 “음악은 경쟁의 수단이기 이전에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케이블채널 Mnet·tvN ‘몬스타’는 노래는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심지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몬스타’는 제작 당시만 하더라도 뻔한 한국형 뮤직드라마의 행적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들어야만 했다. 음악을 드라마에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지우는 것과 원곡이 갖는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몬스타’가 풀어야할 숙제였다. ‘몬스타’는 이러한 문제들의 중심에서 절묘하게 균형점을 찾으며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이뤘다.

이러한 ‘몬스타’의 흥행에는 대중음악의 주류가 아이돌 음악이 된 이후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는 대중의 갈증과 음악을 소구하는 방식의 변화한 것이 주효했다. 김원석 PD는 “한국 사람이 좋아한 음악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게 ‘K-POP’인데 타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다보니 오히려 한국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몬스타’의 제작 단계부터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중요한 뮤지션의 노래를 꼭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몬스타’에서 다뤄진 유재하의 ‘지난날’, 김현식의 ‘슬퍼하지 말아요’, 산울림의 ‘너의 의미’, 자우림의 ‘야상곡’,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어떤 날의 ‘출발’,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 등의 곡들이 그 대표적 예다.

‘몬스타’ 방송화면 캡쳐 강의식(왼쪽), 하연수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음악을 드라마와 결합할 수 있었던 데는 김원석 PD가 시도한 ‘현장 녹음’이 한 몫 했다. 김 PD는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과 현장에서 녹음한 것은 감정의 표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덕분에 1994년에 태어난 다희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지난날’, ‘날 울리지마’, ‘흩어진 나날들’, ‘늪’ 등의 곡을 소화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좋은 노래에 덧입힌 애잔한 감정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같은 경쟁 프로그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김 PD는 배우들에게 조금 다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 PD는 “어린 연기자들이 절창하기보다는 좋은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기교를 빼고 부르길 바랐다”며 “편곡은 최대한 심플하게 진행해서 좀 더 노래에 집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몬스타’만의 음악을 탄생시키며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뮤직드라마’라는 장르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김원석 PD는 “공들인 음악신에서 시청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시청률 수치는 그 반대였다”고 전했다. ‘몬스타’에 등장한 음악들은 유튜브에서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그러한 인기가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김 PD는 “‘몬스타’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아직은 음악과 드라마가 함께 보여지는 형식이 대중에게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며 “까다로운 한국인의 취향에 맞추려면 만드는 사람이 그만큼 더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음악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김원석 PD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몬스타’ 속에 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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