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 음악 작업 현장

‘몬스타’ 촬영이 끝나고 2주 정도가 흐른 지난 7월, 김원석 PD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는 분석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음악(노래)도 드라마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음악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더라”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랬다. 우리는 드라마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여기에 음주가무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뮤직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질적인 존재다. 왜 그럴까?의문을 풀지는 못하고 있던 차, 김원석 PD는 또 이런 분석을 들려줬다. “아직까지는 드라마에 음악을 내세우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 또 음악에 드라마를 끼워넣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러면서 김원석 PD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만드는 사람으로선 더 고민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라고 ‘몬스타’를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음악이 절창형 가수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경쟁의 수단이기 이전에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것,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즐길 자격이 있으며 심지어 노래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소박하지만 거창한 꿈이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작가님과 스태프, 연기자들을 만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좋은 음악의 가치는 영원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새롭게 조명되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드라마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말하던 김원석 PD는 2일 오후 종영되는 ‘몬스타’와의 시원하고도 섭섭한 이별을 고했다.

텐아시아는 ‘몬스타’ 종영을 맞아 ‘몬스타’가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음악을 다시 끄짚어 내보았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곡, 1980~90년대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또 그들의 젊은 혈기를 더욱 응원해주던 여러 명곡들 중 김원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2013년 북촌고등학교에서 다시 울려퍼지게 만든 노래들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1. 선곡‘몬스타’에는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딱인 과거의 명곡들이 많이 등장했다. 물론, 오늘날 사랑받는 아이돌 음악들도 있었다. ‘몬스타’를 통해 북촌고등학교 칼라바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들은 선택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김원석 PD를 비롯한, 두 명의 음악 프로듀서들에게 선곡 이유를 물었다.

김원석 PD :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같은 시기에 나온 아이돌의 음악들보다 더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가 아이돌 음악이 되면서 아이돌의 수준과 그 음악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듣는 사람들은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때문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이 이른바 K-POP인데 이제는 세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다보니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우리의 감성을 울리는 멜로디와 가사의 노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세시봉이나, ‘나가수’,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가 있을 수 있었다.

다만 서바이벌 형식의 쇼가 갖는 특성상 절창형 가수의 노래들 위주로 다시 부르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는 드라마라면 이런 노래들 뿐 아니라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 심지어 못 부르는 노래라도 얼마든지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유재하의 ‘지난날’, 김현식의 ‘슬퍼하지 말아요’, 산울림의 ‘너의 의미’, 자우림의 ‘야상곡’,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어떤 날의 ‘출발’,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 같은 경우가 바로 그 예다.

또 요즘 노래 중에도 가사와 멜로디가 좋은 노래는 적극적으로 다루려고 했다. 루시드 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 커피소년의 ‘이게 사랑일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나의 노래’, mot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같은 노래들이 그 예이다.

이 외에도 ‘아틀란티스 소녀’, ‘I’m Your Girl’, ‘Ma Boy’, ‘내가 제일 잘 나가’, ‘트러블 메이커’, ‘유혹의 소나타’ 등 이른바 K-POP을 새롭게 재해석한 음악, ‘말 달리자’ 같은 신나는 록음악, ‘나가거든’,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같은 클래시컬한 창법의 노래, 피아졸라의 ‘Libertango’, 모차르트 심포니 25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등의 오케스트라 연주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다루려고 노력했다.처음 기획할 때부터 유재하, 들국화, 조용필, 산울림, 김현식, 이병우, 조동익, 윤상, 이승철, 동물원, 신승훈, 이문세, 이적 등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중요한 뮤지션의 노래는 꼭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작권 관련 문제로 쓰지 못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나 미처 다루지 못한 다른 한국 대표뮤지션의 음악들은 앞으로 나올 음악 드라마가 다루어주지 않을까…

이동현 프로듀서(제이레빗 제작자, ‘몬스타 음악군단’ TF팀의 일원으로 음악의 선곡과 편곡은 물론, 보컬 및 악기에 대한 가이드 등 음악 신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쳤다) : 모두 훌륭한 곡들이라 감히 재조명해야겠다 생각하기 보단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옛 음악들은 지나치게 색다른 장르로 해석하는 것 보다 2013년의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같은 곡을 연주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접근으로 작업했고 사실 80~90년대 곡들은 드라마의 버전이 훨씬 어쿠스틱한 편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선곡은 스토리와 이야기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가사 위주로 선정하다 보니 정작 원했던 곡은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도 살짝 고백한다.

포스티노(유명 작곡가와 편곡가, 역시 ‘몬스타 음악군단’ TF팀의 일원. 이들 TF팀은 대본이 나오면 모여 음악 신을 정의하기 위한 미팅을 진행하며 심혈을 기울여 전반적인 작업에 힘을 쏟았다) : ‘내가 어릴적에 이 노래를 참 좋아했는데 그래서 다시 해보아야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드라마 컨셉트와 극중 내용에 맞는 곡을 찾는 것이 1순위였고 다행히도 80년대 전후의 가요들 대부분이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 음악적인면에서 선택하는데는 큰 부담이 따르지는 않았다. 드라마(연기)로 단 시간 안에 풀어내기 힘든 장면들이 ‘노래’로는 순식간에 해결되는 힘이 있음으로 상황에 맞는 가사를 담고 있는 곡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였다. 그래도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은근히 녹아들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과 신승훈의’날 울리지마’ 가 기억에 남는다. ‘날 울리지마’의 경우 이미 여러번 리메이크가 되었지만 왠지 극중상황에 칼라바 멤버들 한 명 한 명 그리고 나나의 가창력으로 인한 반전효과를 이곡으로 충분히 줄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 상당히 속도감있게 진행했던 곡이기도 하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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