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만 브로콜리너마저에게서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이 가진 보편적인 감성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 정작 브로콜리너마저는 “위로가 된다니 다행이네요. 그게 우리의 본질과는 크게 상관없지만요”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노래가 줄 수 있는 위로라는 게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해요. 찰나의 위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말 깊은 수준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저희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으셨다고요? 위로를 갈구하고 있는 본인의 상황에 우리 음악이 맞아 떨어진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향기)우리가 위로가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뒤숭숭한 뉴스들은 가히 무서울 정도다. 가십에 키득키득하며 일상의 비루함을 잊는다. 지겹게 술잔을 부딪치지만, 노래 한 곡 제대로 들을 여유가 없다. 그럴 때 브로콜리너마저의 ‘춤’, ‘앵콜요청금지’, ‘졸업’과 같은 노래를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잠시나마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4인방은 어떤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을까?

1. Smashing Pumpkins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류지: “힘들었던 시절에 많이 들었던 앨범이에요. 열아홉, 스무 살 때요. 주변 환경이 여러모로 어려웠어요. 불안정함도 있었고. 그리고 그때 한창 감수성이 최고였던 시기여서 음악이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앨범에서 어떤 곡이 가장 좋았냐고요? 그건 꼽을 수 없죠.”

90년대 찬란했던 그런지 록 시대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송가로 꼽히는 ‘1979’이 수록된 스매싱 펌킨스의 대표작이다. 빌보드앨범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동시에 그래미상을 수상해 스매싱 펌킨스를 당대 최고의 밴드 반열에 올려놨다. 수록곡이 심의에 걸려서 국내에는 안타깝게도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었다.2. David Bowie의 ‘Space Oddity’
잔디: “저는 앨범보다 노래 한 곡을 꼽는다면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요.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그 노래만 수백 번 반복해서 듣곤 해요. 일단 사운드가 너무 좋아요. 각 악기들이 명확하게 분리되는 그 옛날 사운드가 좋고, 특히 데이빗 보위가 카운트를 세는 부분이 참 매력적이에요. 마치 우주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요?”

글램 록의 전설이자 록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인 데이빗 보위의 대표곡. 사이키델릭 포크를 시도했던 보위의 초기 모습이 잘 반영돼 있다. 이 곡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한다. 역시 거대한 예술작품은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법.

3. Gustav Mahler ‘Mahler Symphony No.5, 4th Mvt Adagietto’
향기: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듣고 싶은 음악을 꼽자면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이요. 그 중에서도 특히 4악장 아다지에토. 말러 교향곡 특징이 고저가 커요. 그게 저의 성정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말러가 다른 교향곡에 비해 그렇게 뛰어난 멜로디를 들려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드라마틱한 전개는 참 좋아요. 5번에서 신경질적인 전개를 보이다가 갑자기 4악장이 나오는 순간이 특히요.”후대에 엄청난 영감을 준 ‘관현악의 대가’ 구스타프 말러를 대표하는 악장. 말러의 교향곡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인다. 그는 교향곡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악기가 아닌, 가령 망치와 같은 공구를 이용해 독특한 효과음을 내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완벽주의자 말러의 음악적인 완성도를 위한 것이었다. 말러의 이러한 스타일은 현대음악을 비롯해 최근의 류이치 사카모토와 같은 음악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4. Junior Senior의 ‘Move Your Feet’
덕원: “위로가 되는 노래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노래가 없으니 앨범도 고르기 힘드네요. 원래 일이 아니면 음악을 잘 안 듣는 편이에요. 위로가 되는 곡을 꼭 골라야 하나요? 흠…. 글쎄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말도 안 되는 가사를 비웃으면서 위안을 얻을 때는 있어요. 생각 없이 신나는 음악은 주니어 시니어의 ‘Move Your Feet’이요.

주니어 시니어는 예페 라우르센과 예스퍼 모텐슨 두 명으로 구성된 덴마크의 듀오다. 이 곡은 2003년에 싱글로 발매돼 UK차트 3위까지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디스코 풍의 곡으로 마냥 신나면서 멜로디 또한 출중하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최근 서울과 부산에서 장기공연 ‘이른 열대야’를 성황리에 마쳤다. 3년째 이어오고 있는 공연으로 이제 브로콜리너마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콘서트 브랜드가 됐다. 추억도 많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 여자아이가 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약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맨 앞줄에서 공연을 보던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못 들었다며 울면서 대기실로 온 것이다. 브로콜리너마저는 눈이 퉁퉁 부어있는 아이를 달래려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이와 같은 팬들의 사랑이 브로콜리너마저에게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그나저나 브로콜리너마저는 언제까지 청춘일까? “사무엘 울만이 말한 것처럼 가슴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떠오를 때까지는 청춘이지 않을까요?”(덕원) “청춘은 어느 시점이라고 딱 꼬집어 얘기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젊더라도 감정이 메말라있다면 청춘이 아닐 거고,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뭔가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청춘일 수 있겠죠.”(향기)

글,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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