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 무대에 오른 프리실라 안은 록페스티벌의 열기 속에서 안식의 시간을 마련해줬다. 그녀의 티 없이 맑은 노래와 소녀 같은 웃음소리는 페스티벌의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신중현의 곡 ‘싫어’를 너무나 한국 사람처럼 노래해서 놀랐다.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프리실라 안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한문 ‘안(安)’이 가진 뜻도 좋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녀의 음악은 청자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This Is Where We Are’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하는 등 보다 확장된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안산밸리’ 현장에서 막 공연을 마친 프리실라 안을 만났다. 한국에 오면 외할머니 댁인 부산에 가서 찜질방에 놀러간다는 프리실라 안. 기억나는 한국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그녀는 즉석에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노래하며 크게 웃었다.
Q. 공연 잘 봤다. 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외갓집인 부산에는 다녀왔나?
프리실라 안: 오늘만 한국에 있을 예정이라 이번에는 아쉽게도 부산에 못 간다. 대신 친척들이 오늘 내 공연을 보러 이곳에 왔다. 인터뷰를 마치고 외할머니와 만나게 된다.Q. 좋아한다는 찜질방도 갈 예정인가?
프리실라 안: 아, 무척 가고 싶다!
Q. 최근 새 앨범 ‘This Is Way We Are’를 발표했다. 방금 공연에서도 신곡을 했는데 설?을 것 같다.
프리실라 안: 오늘 공연이 신곡을 선보이는 거의 첫 무대다. 한국에서 신곡을 노래하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 평소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는데 신곡들은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면서 노래해야 해서 조금 긴장이 됐는데 무사히 잘 한 것 같아 다행이다.
Q. 새 앨범을 들어보니 기존의 음악과 상당히 다르다. 안개가 낀 듯 뿌연 질감이 나고, 일렉트로닉 음악도 많이 첨가됐다.
프리실라 안: 최근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비롯해 인디 팝을 열심히 찾아 들었다. 리키 리(Lykke Li)를 비롯해 여러 인디 밴드들의 음악이 참 좋았는데 특히 리키 리와 같이 기본적인 송라이팅에 전자음악을 섞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음악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시도하게 됐다. 또 이번에는 기타 대신에 새로 구입한 신디사이저로 주로 곡을 만들었다. 전에는 내 음악이 꽉 찬 밴드 사운드였다면, 이번에는 보다 공간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Q. 새 앨범을 통해 전과 다른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싶었나보다.
프리실라 안: 이전까지의 앨범이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음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지금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았다.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의 사랑 이야기도 음악에 들어갔다.(웃음)
Q. 얼마 전에 남편 마이클 웨스트와 결혼 3주년 아니었나? 결혼생활은 어떤가?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프리실라 안: 그렇다. 음악을 만드는데 남편이 참 많은 영감을 준다. 결혼 전에는 외롭고 슬프거나 감정적일 때 곡을 썼다. 결혼 후에는 너무 행복해서 기타도 잘 잡지 않게 되고 곡도 잘 안 나오더라. 그런데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음악에 대한 영감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에는 남편과 사막의 외딴 호텔에 함께 갔다가 닷새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곡만 쓴 적도 있다.
Q. 카산드라 윌슨, 니카 코스타 등과 작업했던 프로듀서 키퍼스 시안시아(Keefus Ciancia)와 새롭게 작업했다. 어땠나?
프리실라 안: 최고의 작업이었다. 그가 제안해준 모든 아이디어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또한 그는 내가 하고 시도하고 싶어 하는 음악에 대해서 자유로움을 부여했다.Q. 새 앨범에서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은?
프리실라 안: 음…첫 곡 ‘Diana’는 새 앨범에서 새로워진 내 음악을 소개하기에 좋은 곡이다. ‘Remember How I Broke Your Heart’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기에 자세히 들어주셨으면 한다.
Q. 새 앨범의 음악은 기존의 프리실라 안의 밝고 편안한 느낌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
프리실라 안: 난 여전히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한다. 새 앨범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험한 앨범이다. 정말 힘들게 작업했다. 내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앨범이 됐으면 한다.
Q. 아까 공연에서 신중현의 ‘싫어’를 노래했다. 마치 한국 사람이 부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더라. 그 곡은 어떻게 노래하게 됐나?
프리실라 안: 1~2년 전쯤에 신중현의 곡을 처음 들었는데 너무 멋졌다. 작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신중현과 함께 듀엣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의 노래 ‘햇님’을 함께 노래했다. 그는 74세였지만 놀라운 무대를 보여줬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 노래를 한 곡 하고 싶어서 신중현의 곡 중에 좋아하는 ‘싫어’를 준비해봤다. 오리지널 곡을 부른 가수(이정화)의 노래도 정말 환상적이다.
Q. 밴드 멤버들은 신중현의 곡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새 앨범의 스타일로 편곡을 한 것 같던데 어렵지 않던가?
프리실라 안: 멤버들에게 곡을 들려주니 정말 좋아하더라. 연습시간이 부족했는데도 무척 즐겁게 작업했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가요를 몇 개 언급하기도 했다. 혹시 기억나는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나?
프리실라 안: (잠시 생각을 하다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노래한다)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노래인데… 누가 불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웃음)
글,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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