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에서 이어짐) 김영준, 박혜경 체제로 활동했던 더더의 1, 2집은 주류 음반기획사에서 나왔다. 더더의 두번째 여성보컬로 영입된 한희정은 리더 김영준의 작업실로 출근했다. “하루 연습량을 매일 소화했어요. 오빠가 이 노래 가사를 써보라 과제를 주면 가사를 쓰고 혼자서 노래 연습을 했어요. 그러니까 더더 시절은 내 노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노래를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 보컬리스트였지요.” 당시 한희정은 영국밴드 모과이의 팬클럽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푸른새벽(blue dawn)이란 아이디는 밤잠이 없고 아침잠이 많아 새벽에 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한 별명이다. 1999년 어느 날, 인터넷 모임에서 알게 된 여자아이를 따라 이대 후문에 있는 클럽 빵에 놀러갔다. 밴드 데미안,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 이능룡이 활동한 밴드 틈 등 3개 밴드의 공연을 본 그녀는 인디음악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희정 영입이후 보컬 중심의 듀엣에서 밴드 음악으로 체질개선을 한 더더는 2001년 3집 을 발표했다. 한희정의 데뷔음반인 이 음반은 작사와 보컬 한희정, 작곡, 편곡, 프로듀서 김영준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 더더 활동 중에 한희정은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다. 인디가수로 변신한 한희정은 기타리스트 정상훈과 혼성듀오 밴드 푸른새벽을 결성했다. 2001년 클럽 빵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포크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밴드 이름은 한희정의 인터넷 아이디 blue dawn 즉, 푸른새벽으로 정했다. 세션 드러머와 함께 3인조로 공연을 시작했고 2003년 빵 컴필레이션 2집 음반에 ‘자위’라는 노래가 수록되었다.2003년 인디레이블 카바레 사운드를 통해 푸른새벽 1집이 발표되었다. 일상의 평범한 느낌들을 예쁜 라인과 어쿠스틱한 몽롱한 느낌으로 채색한 노래들은 매력이 넘쳤다. 특히 TV 소리, 전화벨 소리 같은 각종 생활 소음들과 한희정의 맑고 쓸쓸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1분 54초의 ‘April’은 근사했다. “April은 아쉬움을 남겨주려고 짧게 만든 노래인데 성공했네요(웃음). 사실 더더 4집보다 푸른새벽 1집이 먼저 만들어졌어요. 그때 복잡한 회사 계약 조건 때문에 제약을 받을까봐 영준오빠와 친한 이성문대표가 운영하는 카바레 사운드를 통해 음반유통을 했어요.” 모던 록 스타일로 변화한 더더의 4집은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며 완성도와 참신성을 공증 받았다.


“어떤 마인드적 성향이 맞지 않아 더더 음악은 재미가 없어 나왔어요. 4집 때 데모 가이드로 만든 곡을 불렀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빼자고 말해 뺐는데 제가 나간 후 5집에 실려 있더군요. 5집까지 같이하자고 잡았지만 거기까지라 생각했습니다.” 더더 탈퇴 이후 2004년 컴필레이션 기획앨범에 푸른새벽의 ‘빵’을 수록했고 EP와 2집을 발표하며 파스텔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다. 위로와 힐링의 기능이 탁월한 가락을 들려준 2006년 푸른새벽 2집은 지금도 한희정하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은 웰메이드 음반이다. 푸른새벽 2집은 유통개념이었고 한희정은 2008년 파스텔의 전속가수가 되었다.

처음 그녀는 솔로가수로 데뷔할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 무거운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하려 리듬 악기에 센스가 있는 멤버를 찾았다. 멤버를 구하지 못해 고민 끝에 솔로로 데뷔했던 것. “솔로 1집을 준비했을 때 회사에서 제 음악이 너무 ‘아방가르드’하다며 앨범 전체가 이런 식이면 대중성이 없다고 우려하더군요. 그래서 첫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다 타이틀곡을 염두에 두고 옛날 포크시절의 긴 생머리 로망을 떠올리는 여성적인 캐릭터로 가는 것에 동의했어요. 더더를 포함해 푸른새벽까지 밴드활동은 생계를 책임져주지는 못했기에 솔로 독립은 경제적인 부분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노래를 상품으로는 처음 생각해 본 것 같아요.”
더더 4집(2003), 푸른새벽 1집 Bluedawn(2003), 푸른새벽 2집 보옴이 오면(2006), 한희정 EP 끈(2009), 한희정 EP 잔혹한 여행(2010), 한희정 2집 날마다 타인(201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08년 모든 음반 작업을 홀로 진행한 솔로 데뷔음반 ‘너의 다큐멘트’를 발표했다. 음악만 던져주면 난해할까 싶어 청순, 섹시한 느낌을 주는 커버 사진과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적중했다. 타이틀곡 ‘우리 처음 만난 날’이 히트되면서 청순하고 섹시한 이미지는 홍대여신으로 회자시켰다. 이후 어쿠스틱한 구성으로 진행된 그녀의 공연은 매진을 기록하며 홍대 클럽의 흥행보증표로 각광받았다. 2009년 EP ‘끈’에 이어 2010년 발표한 EP ‘잔혹한 여행’은 한희정의 첫 밴드 솔로 앨범이다. 기교를 자제한 사운드와 은유적인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퍼포머도 재미있지만 집에서 혼자 드럼을 찍는다거나 곡을 만들 때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유명한 가수가 되려고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보여주는 대중적 이미지는 솔직히 불편했어요. 이젠 꾸며진 이미지는 너무 재미없습니다.”

2010년 또 변신을 시도했다. 밴드 ‘몽구스’로 데뷔해 솔로 ‘네온스’로 활약한 몬구와 함께 음악적 교감으로 시작한 청춘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음악영화 ‘춤추는 동물원’에 OST 작업과 함께 주연배우로 출연했던 것. “연기는 생각도 못했는데 개인 음악이야기를 녹여내며 시나리오와 음악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겠다 싶어 출연했어요. 영화 찍고 나서 출연제의가 더 들어왔지만 저는 창의력이 없는 배우라 연기자는 안 될 것 같아요.” 몬구와의 열애설에 대해서 슬쩍 물어봤다. “동료 뮤지션이 제가 누굴 만난다는데 사실이냐 그게 누구냐 묻더군요. 얼마 전에 클럽에서 몬구 씨를 만났는데 우리 만난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더니 ‘우리 만났잖아요. 영화에서’라고 말해 한참 웃었습니다.”

2013년 한희정은 솔로 2집을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고 싸이뮤직 이 주의 앨범에 선정되며 음악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흙, 흙’ 거리며 시작되는 인트로에서 ‘뿅, 랄라!’로 끝나는 엔딩까지 디스코 풍의 전위적이고 발랄한 타이틀 곡 ‘흙’은 새롭고 독창적인 한희정을 대변한다. 이 곡은 선물 받은 화분들을 바라보다 죽은 줄 알았던 식물이 물만 줬는데도 되살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에 감흥을 받아 독특한 라임으로 풀어낸 노래다. 다채로운 장르와 악기 구성에 어울리는 다양한 질감의 노래들을 표현하는데 창법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진성으로 내지르는 창법보다 가성을 많이 사용하는 건 절제가 있고 감정의 굴곡을 은근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격하게 노출하는 것에는 거부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일 것이다. “목소리와 악기는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평소에 친구와 이야기할 때 목소리 같은 친근하고 편안한 보컬을 추구합니다.”

한희정의 이번 변신은 설익은 것이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중시하는 고집스런 뮤지션의 태도와 사운드의 완성과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도한 콜라보레이션에 있다. 끊임없는 변신의 원동력과 향후 활동에 대해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음악을 하면서 가끔 지칠 때가 있지만, 최선을 다해왔던 거 같아요. 저는 재미를 우선으로 추구할 뿐, 단 한 번도 음악에 힘을 주려고 의도한 적은 없어요. 푸른새벽과 솔로로 독립한 지금의 제 음악은 모두 저의 일부입니다. 더더 시절은 제가 만든 팀이 아니었고 추구하던 바도 달랐기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잠정 해체 상태지만, 푸른새벽은 계속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솔로 1집은 저를 소개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2집은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앞으로 전혀 새로운 밴드를 결성할 수도 푸른새벽으로 다시 활동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 무얼 할지 솔직히 저도 알 수 없기에 궁금합니다.(웃음)”한희정 프로필

2001년 더더 3집 “The Man In The Street” 데뷔, 혼성 2인조 밴드 푸른새벽 결성 (한희정, 정상훈)
2003년 영화 싱글즈 OST 참여
2004년 더더 4집 “The The Band” 제 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수상
2007년 푸른새벽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O.S.T 참여
2008년 SBS 드라마 ‘식객’ OST ‘비밀’ 참여, 파스텔뮤직 전속 후 솔로 독립
2009년 EBS 라디오 한희정의 아름다운 밤 우리들의 라디오 진행
2010년 영화 춤추는 동물원 출연 O.S.T 참여
2013년 솔로 2집 싸이뮤직 이주의 앨범 선정

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파스텔뮤직, 광주MBC 난장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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