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의 제국’ 5,6회 월,화 밤 10시

다섯 줄 요약
민재(손현주)는 아내 윤희의 사망 소식에 슬퍼하지만, 유진(진서연)과의 결혼식을 강행한다. 다급해진 태주(고수)는 민재의 손을 잡고 조필두(류승수)를 조합장으로 내세워 재건축 사업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 하지만 서윤(이요원)의 반격으로 태주는 위기에 처한다. 민재로부터 그룹을 알게 된 가족들은 반발한다. 민재는 태주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성진 건설’의 주인이 될 것을 제안하고, 분양 계약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던 태주는 민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리뷰
초반, ‘황금의 제국’은 그야말로 철저히 ‘돈’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진 자들과 가지려는 자들의 처절한 싸움이 이어졌고, 가족마저도 한 순간에 적으로 돌변하는 재벌가의 머니 게임은 치열하고 화려했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상관이 없을 이 재벌가의 자리 쟁탈전이나 자기 살 집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부동산을 가지고 진행되는 머니 게임은 드라마 속 신기루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5회와 6회에 이르러 이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삶을 조금씩 채워 넣으면서 캐릭터에 힘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황금의 제국’이 이야기에 캐릭터가 끌려가는 형태였다면, 게임의 판이 완성된 5회부터는 비로소 삶이 충분히 채워진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우선 그 동안 단선적으로만 그려졌던 태주와 민재를 비롯, 최동성(박근형)과 최동진(정한용)을 둘러싼 집안의 모든 캐릭터들의 삶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처절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으로 서로를 위해 헌신했던 최동성-최동진 형제가 결국은 적이 되어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최동성의 곁에 있는 정희(김미숙)의 실체 등이 드러나며 잠재된 갈등을 조금씩 형체를 갖춰갔다. 거기에 콤플렉스에 쌓여 있던 원재(엄효섭)의 모습과 바닥까지 떨어졌던 민재의 아킬레스건까지 드러나며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역사를 빠르고 단단하게 쌓아 올려갔다. 이처럼 그저 공허한 돈의 싸움을 계속하는 듯 탐욕스러웠던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사로 자신의 캐릭터를 다져감에 따라 이들의 행동에는 개연성이 부여됐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이처럼 목을 메는 돈에 대한 욕망 그 아래에는 결국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욕심, 그리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욕구 등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며 이야기는 차츰 일상의 설득력을 얻었다. 표면적으로 이들이 ‘황금의 제국’으로 대변되는 ‘성진 그룹’을 차지하려는 것은 결국 ‘돈’에 대한 열망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오면서 각자가 쌓아왔던 가족과 삶에 대한 콤플렉스였던 셈이다.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전쟁은 결국 자신의 삶을 건 게임이자 오랜 시간 쌓여왔던 사무친 콤플렉스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살풀이’이기도 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겉으로는 아버지와 가족의 터전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었지만, 결국은 돈에 대한 깊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던 태주의 존재다. 가장 먼저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냈던 태주는 이 머니 게임 속에서 가장 숭고한 인물처럼 보였다. 가족과 죽은 아버지를 위해 게임을 시작했고, 필요한 만큼의 돈 이상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통해 삶의 안정을 도모하려던 태주는 오히려 가족이 아니라 돈에 대한 콤플렉스를 드러내며 돈과 ‘황금의 제국’ 자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민재의 손을 잡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국 민재를 이용해 자신의 돈에 대한 욕망을 풀어내는 일련의 결정들은 ‘성진’ 일가의 인물들이 그룹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통해 가족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결하려는 것과 달리 가족들을 명분으로 내세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소하려는 듯 보인다. 시작부터 태주가 ‘성진’ 일가의 인물들과 결코 융화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그토록 탐을 내는 그 ‘제국’이 각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성진’을 쟁취함으로써 이들이 얻는 포만감의 종류는 질적으로 다르며, 때문에 이들에게 이 게임은 결국 서로 다른 콤플렉스로 인해 끊임없이 균열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태주와 민재, 그리고 ‘성진’ 일가의 사람들이 빠르게 설득력을 얻으며 이야기를 질주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가 없는 서윤(이요원)은 비중에 비해 가장 부족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 최동성으로부터 인정 받아왔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을 제치고 최종 후계자로 낙점된 서윤의 인생에 부족함이란 없다. 비록 민재와의 다툼에서 패했던 기록은 있지만,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거나 풀어야 할 출생의 트라우마가 없는 서윤에게는 캐릭터를 질주하게 할 가장 큰 동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삶에 대한 결핍이 게임에서 싸울 수 있는 추동력과 치열함을 준다고 보았을 때, 결핍이 없었던 서윤이 민재나 태주와의 게임에서 지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때문에 서윤은 게임의 판을 정확하게 읽는 가장 객관적인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걸고 싸워서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인생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태주와 민재와 달리, 서윤은 결핍이 없는 만큼 치열함도 없다.문제는 언뜻 한 편인 듯 보여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거울 속의 인물과 같은 태주와 민재 사이를 오가며 이들의 게임을 좌우해야 할 변수인 서윤이 어떻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만들어 나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언제나 올인의 게임을 펼치는 태주와 가장 사랑했던 아내까지 버리고 게임에 발을 담근 민재 사이에서 자칫 서윤의 존재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버지의 죽음이 눈 앞에 있지만, 서윤이 자신의 추동력을 스스로 획득해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되지 못한다면 ‘황금의 제국’은 자칫 맥 빠진 투 톱의 대결로 흐를 수 있다. ‘황금의 제국’의 성패는 이제, 서윤이 얼마나 스스로의 결핍을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윤이 믿어왔던 모두의 뼈 아픈 배신이 기다리는 지금이 ‘황금의 제국’에겐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한 회에만 배신이 몇 개나 있는 겁니까… 5분 화장실 갔다가 머리 터지는 줄…
- 어째 원재와 정윤이 서 있는 모습이 낯익다 하였더니, 김민준 과장님과 조동미 쌤이셨네요!
- 도대체 이 드라마에 ‘한 편’이 있기는 한 겁니까… 드라마 보다 이렇게 피곤하긴 첨이네요.

글. 민경진(TV 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