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수
작은 체구에 큰 눈망울. 웃을 때 눈과 입에선 해맑은 에너지가 쏟아져나올 듯하다.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만 같은 이 신비 소녀는 지난해 영화 ‘연애의 온도’에 이어 8월 초 종영한 tvN 드라마 ‘몬스타’의 여주인공 민세이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실제로 만나보면 어떨까? 며칠 전 인대가 파열되는 갑작스러운 다리 부상으로 매니저에게 업힌 채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밝게 인사를 건네는 그다.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이지만 실제로는 스물 넷. 서울에 홀로 상경해 독립생활을 꾸려온 지 벌써 5년째다.그림이 좋아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15년 동안 줄곧 그림만 그려왔던 그는 스무 살 때 상경, 용돈벌이로 시작한 쇼핑몰 모델 활동 중 현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의 눈에 띄어 데뷔하게 된 행운아다. 하지만 ‘신데렐라’보다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다양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이제 막 첫발을 뗀 연기자로서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몬스타’가 첫 출연 드라마였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끝나고 나니 어떤가
하연수: 엊그제는 혼자 식탁에 앉아 ‘몬스타’에서 불렀던 ‘그것만이 내 세상’ ‘바람이 분다’ 같은 노래를 나도 모르게 부르고 있더라(웃음). 끝나고 나니 사실 우울한 마음이 먼저 든다. 세이와 너무 오랫동안 끈적끈적하게 있어서 그랬나보다. 말투도 느리고, 화도 잘 안 내고 나와는 많이 다른 아이인데 왠지 모르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친구만의 아우라가 있었다. 처음엔 세이와 내가 비슷한 점이 20% 정도 밖에 안 돼서 말투나 행동을 모두 만들어가야 해서 어려웠는데 후반에는 그 친구와 조금씩 동화되면서 표현하기 수월해졌었다. 작품을 하면서 마치 세이는 ‘아픈 손가락’ 같단 생각이었는데 끝나고 보니 그 친구가 내게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잘라내고 싶진 않다.
Q. 실제 성격과 달라서 연기하면서 답답한 면도 있었겠다.
하연수: 세이는 잘 웃지 않고 농담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면은 나와 반대다. 말투도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느리게 하고 충분히 열받을 만한 상황에서도 조용히 있는 모습에서 좀 답답하긴 했다.Q. 드라마 속 멜로 라인이 정확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아쉽진 않았나
하연수: 극중 배틀 결과나 설찬(용준형)이나 세이의 관계 등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인물들의 애정 관계가 주가 되는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지닌 상처같은 부분이 다 풀린 지점이 핵심인 것 같다. 세이같은 경우도 평생 안고 있던 아빠에 대한 기억을 받아들이면서 치유하는 지점이 굉장히 좋았다.
하연수
Q. 촬영장 분위기는 괜찮았나하연수: 그냥 정말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았다. 함께 연기한 다희나 (용)준형오빠가 먼저 말도 걸어주고 엄청 털털해서 다가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다른 배우분들도 뮤지컬을 하다 오신 분들이 많아 연기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도 많이 다독여주셨다.Q. 연기하면서 어떤 고민들이 많았나
하연수: 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데 어색한 건 아닌지,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마음 속 갈등이 있었다. 뒤돌아봐도 세이를 100% 소화하지는 못한 것 같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편하게 잘 할 수 있을 텐데(웃음).
Q. ’몬스타’의 김원석 PD가 캐스팅 당시 ‘기존 연기자들과 굉장히 다른 이미지가 좋았다’고 했었는데.
하연수: 세이는 뉴질랜드에서 온 아이라 너무 한국적으로 생기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왠지 외국에서 온 양치기 소녀 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Q. 노래나 기타를 짧은 시간 안에 마스터해야 해서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하연수: 예전에 하프를 1년 정도 배웠고 기타도 짧은 기간 배운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짧은 기간 안에 소화해야해서 녹록지 않더라. 극중 노래를 연주하기 편하게 쉽게 편곡해주셔서 그나마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Q. 실제 고등학교 땐 어땠나
하연수: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교내에서는 세이만큼이나 굉장히 조용하고 그림만 그렸다.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그림에 열중했었다. 인기는 별로 없었다(웃음)
하연수
Q. 직접 만나보니 고교생같은 감성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것 같다.하연수: 원래 키덜트(kidult,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하는 말) 같은 면이 있다. 혼자 상상도 많이 하고 그림 그릴 때도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작가를 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Q. 데뷔 1년 만에 ‘몬스타’ 주연에 이어 CF도 여러 편 찍는 등 ‘신데렐라’가 됐다
하연수: 음… 갑자기 나타났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몬스타’도 4차 오디션까지 보면서 힘들게 붙은 작품이다.(웃음) 빠른 시간 안에 주목받은 건 맞는데, 그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Q. 그림을 하다 방향 선회를 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하연수: 원래 엄청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거나 하는 꿈은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했던 거고, 그림은 언제든지 다시 그리면 되는 거니까 후회는 없다.
Q. 스무살 때 서울에 올라와 홀로 쇼핑몰 모델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입을 준비하고 생활을 책임졌었다고 들었다. 원래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성격인 것 같다.
하연수: 중학교때부터 그림을 그리느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부모님께 늘 죄송했었다. 그래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서울 올라와 대입을 준비하면서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어 가능한 한 혼자 해결하려고 했었다. 집안이 경상도 쪽이라 힘든 일이 있어도 티 내지 않으려는 성향도 좀 있다.
Q.부산 출신인데 사투리는 전혀 안 쓰는 것 같다.
하연수: 사실 연기자 하기 전까지 못 고쳤었다(웃음). 근데 뭔가 목표가 생기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노력하니까 고쳐지더라.
Q. 현 소속사로부터 처음 연기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망설임의 시간이 좀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하연수: 자신은 여전히 없는데 뭐랄까, 내가 갖고 있는 확신은 있어서 그냥 하는 것 같다. 내가 다른 분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분위기나 연기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보시기에 좋게끔 훈련해서 보여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일단은 다작을 해야할 것 같고(웃음).
Q. 차기작으로 김병욱 PD의 새 작품인 ‘감자별2013QR3′의 진아 역할을 맡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하연수: 진아는 세이와는 전혀 다른 아이다. 억척스럽고 현실주의자인데 훨씬 밝다. 사실 내 실제 성격과도 세이보다는 진아 쪽이 훨씬 가까운데 이번 작품이 끝나면 ‘코믹왕’이라는 수식어를 들었으면 좋겠다. 하하.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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