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극중 캐릭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사의 힘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그렇다. 남녀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박지은 작가 특유의 쉬우면서도 직설적인 대사에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고유한 색깔이 묻어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대사를 모아보니 ‘현실을 긍정하고 순간을 살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얘기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통해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는 이런 지점은 시청자들을 무의식중에 드라마 앞에 끌어당기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모아봤다. 종영을 일주일 앞두고 ‘별에서 온 그대’가 남긴 명대사를 인물별로 풀어내봤다.


#도민준 편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나지지 않겠습니까? 만나지 못하고 간다면 그럴 이유가 없으니 그런 걸 테고. 여기서 긴 세월 살면서 배운 겁니다. : 극 초반 인연에 대한 도민준의 성찰을 담은 대사. 400년간 살아오면서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겪은 도민준표 철학이 드러나는 대사다.

‘병자년 방죽을 부리다’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들!’ : 천송이와의 까칠한 첫 만남에서는 ‘주제넘게 날뛰는 사람’의 모습을 뜻하는 ‘병자년 방죽을 부리다’를, 간장게장을 속아서 산 천송이에게 사기꾼들을 지칭하는 말인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들’이라는 조선욕을 일러주는 도민준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자꾸 돌아봐져요. 그리고 자꾸 후회가 돼요. 한번도 남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보지 못해서. 소소한 아침과 저녁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어떤 사람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아고 한 사람을 좋아하는 진심을 표현해보고 그런 것. 백년도 못 사는 인간들은 다들 하고 사는, 그래서 사소하다고 비웃었던 그런 것들… 그 작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이제 와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 어떻게 하죠? :
천송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도민준. 인간들과는 깊은 인연을 맺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온 그이지만 갑작스럽게 밀려온 사랑의 파고 앞에서는 그 또한 약해지는 마음을 드러내며 홀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 독백이다.

영원히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친 죽음의 순간. 보고 싶지 않고 믿고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무력한 그런 순간. : 조선시대 사랑하는 소녀 이화(김현수)의 죽음을 목격한 도민준은 400년 전 상처를 아직도 마음 속에 남겨두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도민준의 깊은 곳에 숨겨진 속내를 알 수 있었던 대사되시겠다.


#장변호사 편


저야 그 긴 세월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그런 생각은 들대요. 인간은 죽을 걸 알면서도 참 열심히 사는구나, 언젠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할 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을 하는구나. 그렇게 어리석은 게 바로 인간이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괜찮아지겠죠. 없었던 일처럼 될 수도 있겠죠. 근데요, 나중도 중요하지만 지금 역시 중요한 것 아닙니까? 만약 정말로 그분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지금 아무렇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 천송이를 향한 도민준의 마음을 알게 된 장 변호사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 특유의 다정다감한 어투로 조용히 얘기하는 장변호사의 이야기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묘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기자 편

사람들은 팩트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분풀이 할 상대가 필요한거지.누군가 이 불행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 한유라(유인영) 사망 사건에 휘말려 졸지에 추락한 천송이를 취재하기 위해 송이의 집 앞에 온 기자의 말. 스치듯 내뱉은 한 마디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울림이 있다. 대형 사건 사고나 유명인의 스캔들 기사의 댓글에는 과장된 분노와 어느 한 인물을 지목해 몰아가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곤 하는 현실을 빗댄 대사.


#세미 엄마 편


너 인생이 왜 재밌는 줄 아니? 한치 앞을 모르니까. 그래서 재밌어. 모르는 거야, 어떻게 뒤집힐지. : 갑작스럽게 활동을 중단하게 된 천송이의 자리를 꿰찬 유세미(유인나)의 엄마(이일화)가 전하는 ‘인생론’ 그러나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여러 성인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명언. 비록 동료가 빠진 자리를 빼앗으려는 욕심에 찬 대사였지만 세미 엄마가 들려준 ‘인생론’은 정답이라고 할 만하다.


#천송이 편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척.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 낙천적인 천송이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대사. 좋은 일이 꼭 좋을 수만은 없고, 나쁜 일 속에도 단지 나쁜 면만 있지는 않다. 갑작스러운 시련에도 진주알같은 숨은 반전은 있는 법. 인생의 진리를 간파한 천송이의 명언되시겠다.

의존증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땐 늘 치맥을 찾곤 하죠. 그렇다고 닭다리를 보고 설레진 않아요. 근데 이건 설렌다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바짝 타면서 눈앞에 안보이면 불안불안한 게… : 중국에서 ‘치킨 열풍’을 일게 한 문제의 대사. 치킨과 맥주를 사랑하는 천송이의 모습이 담긴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방송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치맥 열풍’이 불고 있다고.



사람 심리가 딱 그렇다더라. 나보다 좋아보이는 곳에 있는 사람을 보면, 아 나도 거기로 가야겠다가 아니라 너도 내가 있는 이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한대. 미안하지만 나는 거기 안 내려가. 니가 사는 그 구렁텅이. 누구를 질투하면서 미워하는 지옥에 빠져사는 짓, 나는 안해. 그러니까 나한테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 같은 거 하지마. : 가면을 쓴 채 자신을 대한 오랜 친구 세미를 앞에 두고 정곡을 찌른 송이의 말. 질투와 미움은 결국 자기파괴적인 감정임을 알고 있는 송이의 혜안이 엿보이는 대사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그 사람이 가라고 아무리 밀어내도 걸음이 안 떨어져요. 싫어지려고 노력해도 싫어지지 않아요. 자꾸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슬픈 꿈을 꿔요. : 때때로 슬픔을 머금은 여인으로 변신하는 천송이의 애틋한 마음이 표현됐다. 저음으로 낮게 흐르는 전지현의 목소리도 꽤 매력적임을 보여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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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 별그대④ 아는 만큼 보인다, 최고의 패러디는?
해부! 별그대⑤ 천송이가 먼저 입어봤어요. 올 봄을 점령할 핑크패션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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