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별그대② 명대사에는 인생의 모습이 담겼다

한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극중 캐릭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사의 힘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그렇다. 남녀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박지은 작가 특유의 쉬우면서도 직설적인 대사에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고유한 색깔이 묻어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대사를 모아보니 ‘현실을 긍정하고 순간을 살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얘기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통해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는 이런 지점은 시청자들을 무의식중에 드라마 앞에 끌어당기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모아봤다. 종영을 일주일 앞두고 ‘별에서 온 그대’가 남긴 명대사를 인물별로 풀어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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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준 편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나지지 않겠습니까? 만나지 못하고 간다면 그럴 이유가 없으니 그런 걸 테고. 여기서 긴 세월 살면서 배운 겁니다. : 극 초반 인연에 대한 도민준의 성찰을 담은 대사. 400년간 살아오면서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겪은 도민준표 철학이 드러나는 대사다.

‘병자년 방죽을 부리다’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들!’ : 천송이와의 까칠한 첫 만남에서는 ‘주제넘게 날뛰는 사람’의 모습을 뜻하는 ‘병자년 방죽을 부리다’를, 간장게장을 속아서 산 천송이에게 사기꾼들을 지칭하는 말인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들’이라는 조선욕을 일러주는 도민준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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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돌아봐져요. 그리고 자꾸 후회가 돼요. 한번도 남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보지 못해서. 소소한 아침과 저녁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어떤 사람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아고 한 사람을 좋아하는 진심을 표현해보고 그런 것. 백년도 못 사는 인간들은 다들 하고 사는, 그래서 사소하다고 비웃었던 그런 것들… 그 작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이제 와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 어떻게 하죠? :
천송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 도민준. 인간들과는 깊은 인연을 맺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온 그이지만 갑작스럽게 밀려온 사랑의 파고 앞에서는 그 또한 약해지는 마음을 드러내며 홀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 독백이다.

영원히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친 죽음의 순간. 보고 싶지 않고 믿고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무력한 그런 순간. : 조선시대 사랑하는 소녀 이화(김현수)의 죽음을 목격한 도민준은 400년 전 상처를 아직도 마음 속에 남겨두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도민준의 깊은 곳에 숨겨진 속내를 알 수 있었던 대사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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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변호사 편

저야 그 긴 세월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그런 생각은 들대요. 인간은 죽을 걸 알면서도 참 열심히 사는구나, 언젠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할 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랑을 하는구나. 그렇게 어리석은 게 바로 인간이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괜찮아지겠죠. 없었던 일처럼 될 수도 있겠죠. 근데요, 나중도 중요하지만 지금 역시 중요한 것 아닙니까? 만약 정말로 그분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지금 아무렇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 천송이를 향한 도민준의 마음을 알게 된 장 변호사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 특유의 다정다감한 어투로 조용히 얘기하는 장변호사의 이야기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묘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기자 편

사람들은 팩트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분풀이 할 상대가 필요한거지.누군가 이 불행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 한유라(유인영) 사망 사건에 휘말려 졸지에 추락한 천송이를 취재하기 위해 송이의 집 앞에 온 기자의 말. 스치듯 내뱉은 한 마디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울림이 있다. 대형 사건 사고나 유명인의 스캔들 기사의 댓글에는 과장된 분노와 어느 한 인물을 지목해 몰아가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곤 하는 현실을 빗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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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 엄마 편

너 인생이 왜 재밌는 줄 아니? 한치 앞을 모르니까. 그래서 재밌어. 모르는 거야, 어떻게 뒤집힐지. : 갑작스럽게 활동을 중단하게 된 천송이의 자리를 꿰찬 유세미(유인나)의 엄마(이일화)가 전하는 ‘인생론’ 그러나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여러 성인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명언. 비록 동료가 빠진 자리를 빼앗으려는 욕심에 찬 대사였지만 세미 엄마가 들려준 ‘인생론’은 정답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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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이 편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척.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 낙천적인 천송이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대사. 좋은 일이 꼭 좋을 수만은 없고, 나쁜 일 속에도 단지 나쁜 면만 있지는 않다. 갑작스러운 시련에도 진주알같은 숨은 반전은 있는 법. 인생의 진리를 간파한 천송이의 명언되시겠다.

의존증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땐 늘 치맥을 찾곤 하죠. 그렇다고 닭다리를 보고 설레진 않아요. 근데 이건 설렌다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바짝 타면서 눈앞에 안보이면 불안불안한 게… : 중국에서 ‘치킨 열풍’을 일게 한 문제의 대사. 치킨과 맥주를 사랑하는 천송이의 모습이 담긴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방송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치맥 열풍’이 불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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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심리가 딱 그렇다더라. 나보다 좋아보이는 곳에 있는 사람을 보면, 아 나도 거기로 가야겠다가 아니라 너도 내가 있는 이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한대. 미안하지만 나는 거기 안 내려가. 니가 사는 그 구렁텅이. 누구를 질투하면서 미워하는 지옥에 빠져사는 짓, 나는 안해. 그러니까 나한테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 같은 거 하지마. : 가면을 쓴 채 자신을 대한 오랜 친구 세미를 앞에 두고 정곡을 찌른 송이의 말. 질투와 미움은 결국 자기파괴적인 감정임을 알고 있는 송이의 혜안이 엿보이는 대사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그 사람이 가라고 아무리 밀어내도 걸음이 안 떨어져요. 싫어지려고 노력해도 싫어지지 않아요. 자꾸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슬픈 꿈을 꿔요. : 때때로 슬픔을 머금은 여인으로 변신하는 천송이의 애틋한 마음이 표현됐다. 저음으로 낮게 흐르는 전지현의 목소리도 꽤 매력적임을 보여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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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