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별그대① 전지현 김수현 vs 천송이 도민준, 그 승자는?

SBS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왼쪽)과 전지현

SBS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왼쪽)과 전지현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뜨겁다.

지난 13일 방송된 17회는 전국시청률 27%(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고, 매회 출연 배우들이 먹고 입는 모든 것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구가함에 따라 그 흥행 요인을 분석하려는 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내조의 여왕’ 시리즈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뿌리깊은 나무’, ‘쩐의 전쟁’ 등을 연출한 장태유 PD의 조합과 전지현-김수현이라는 두 대형 배우의 만남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섣불리 내리기 어렵게 한다.

방송가에서는 흔히 “미니시리즈는 작가보다는 배우와 연출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긴 호흡을 가져가는 일일·주말드라마에 비해 작가의 역량이 드러날 부분이 적다는 이야기다. 헌데 그 작가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주말드라마를 통해 검증된 스타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별그대’를 보며 박지은 작가의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 등 전작의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또 한편으로는 1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전지현과 드라마에 이어 영화판에서까지 독보적인 티켓 파워를 과시해온 김수현 이름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별그대’는 완성도 있는 각본과 연출이 만든 작품일까, 아니면 스타 배우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던 작품일까. 텐아시아에서는 어느덧 3회만을 남겨놓은 ‘별그대’의 흥행 요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파헤쳐봤다.

# 대중은 ‘별그대’의 무엇에 반응했나?

‘별그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무척 까다로운 드라마다. 앞서 ‘별그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장태유 PD는 “전체적으로 로맨스 드라마지만 판타지적 요소나 사극적인 부분, 액션이나 코미디도 가미된 드라마라 ‘로맨틱 코미디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한 작품일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연출을 맡은 PD조차 작품의 장르를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었던 데는, 그만큼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극본 탓이 컸다.

앞서 현실에 기반을 둔 부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박지은 작가는 ‘별그대’의 극본을 맡아 절치부심한 흔적을 역력히 드러냈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과 톱스타의 로맨스’라는 큰 줄기 속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과 추리물, 기존 작품에 대한 패러디, 트렌디한 소재의 접목 등 ‘별그대’는 21부작이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야기의 범주를 광범위하게 확장해 나간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카메오들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카메오들

또 외계남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 또한 극에서 맡은 비중이 작지 않다. 근래에 들어서야 사회학적 현상의 일부로 대중문화 영역에서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한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악역 이재경(신성록)을 통해 형상화하는가 하면,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에서도 이슈가 됐던 카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드라마에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 극에 녹여냈다면 과했을 민준의 과거와 능력, 배우들의 감정선을 별도의 ‘에필로그’를 활용해 그려낸 것도 ‘별그대’만의 재미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대본 만큼 중요한 건 그 내용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가 여부. 이 지점에서 장태유 PD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예컨대 텐아시아가 입수한 ‘별그대’ 대본에 따르면 드라마의 타이틀 영상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서술돼 있을 뿐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 타이틀 영상 화면 캡처

SBS ‘별에서 온 그대’ 타이틀 영상 화면 캡처

“갓 쓰고 도포차림인 민준이 서 있는 논밭 가운데 새로운 길이 사방으로 나고 낮은 건물들이 세워졌다 철거되고 더 높은 현대식 빌딩이 세워지는 과정. 화려한 강남 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현재의 민준 모습까지. 빠른 속도로 CG.”

그뿐만 아니다. 극 중 ‘별그대’ 제작진은 다른 별에서 온 민준은 순간이동, 시간정지 등의 초능력을 고속촬영, CG, CF기법, 매트릭스 촬영기법 등을 활용해 형상화했다.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히어로물’과 같은 느낌이 나지 않게 동화적인 분위기로 그려내고 있는 것도 ‘별그대’가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포섭할 수 있었던 이유로 손꼽힌다. 또 시간의 교차 편집과 함께, ‘휘코난’ 이휘경(박해진)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추리물식 구성도 ‘별그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돋보이는 이유다.

# 만약에, 전지현과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에 천송이와 도민준이 전지현,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별그대’가 이토록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그 대답은 “글쎄…”이다. 물론 완성도 있는 대본과 연출, 배우의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별그대’의 흥행에는 ‘외계인’과 ‘톱스타’라는 독특한 배역을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살아있는 캐릭터로 그려낸 배우들의 공이 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을 맡은 전지현은 다채로운 변신을 펼쳤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을 맡은 전지현은 다채로운 변신을 펼쳤다

어쩌면 처음부터 ‘별그대’ 속 천송이는 전지현이여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이를 증명하듯 ‘별그대’ 속 천송이의 모습에는 전지현이 전작을 통해 구축한 이미지의 영리한 활용법이 담겨있다. 지난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자신감 넘치고 발랄하지만, 마음은 여린 ‘그녀’의 모습은 천송이의 일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또 액션신을 위해 바닥을 구르고, 와이어를 타는 모습에는 영화 ‘도둑들’의 예니콜이, 이루지 못할 사랑의 무게에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영화 ‘베를린’ 속 련정희가 떠오르는 건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다.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의 경우에는 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실제로 7세 나이 차가 나는 전지현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어색한 감이 없고, ‘외계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존재를 연기하면서도 뭔가 히어로물 속 영웅이 아닌, 동화책 속 주인공과 같은 아련한 느낌을 자아낸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의 오열 연기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의 오열 연기

압도적인 팬덤 때문에 다소 과대평가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김수현은 20대 남자 배우 중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드라마 ‘김치 치즈 스마일’, ‘정글 피쉬’, ‘드림하이’ 등의 작품을 거쳐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꽃피운 그의 연기력은 ‘별그대’ 곳곳에서 묻어난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상황에서 튀는 느낌 없이 ‘김수현’보다는 ‘도민준’이 눈에 들어오게 한다는 것. 복잡한 극의 얼개에도 캐릭터에 맞는 톤 조절이 가능하다는 증거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전지현 김수현 vs 천송이 도민준’ 대결의 승자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별그대’의 흥행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게 없는 극본·연출과 대본에 쓰인 지문 이상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력이 공이 컸다는 점. 그래서 유난히 길었던 겨울, 얼어붙은 우리의 가슴에 따뜻한 불씨를 지핀 ‘별그대’가 더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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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