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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땡 큐(Thank You)’를 발표했을 때는 ‘앞으로 음악을 안 할 수도 있겠다. 공연을 하면서도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7년이 지나면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그래서 악보의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인 ‘다 카포’를 제목으로 했어요.”

유희열이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토이로 7년 만의 새 앨범 ‘다 카포(Da Capo)’를 발표하는 유희열은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신보에는 이적, 김동률, 성시경, 선우정아, 다이나믹 듀오, 권진아, 김예림, 빈지노, 이수현(악동뮤지션), 자이언티, 크러쉬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역대 앨범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다. 유희열은 “객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수의 연기력과 음색이다 반드시 이 가수들이 불러야 하는 곡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은 마흔을 넘겼지만, 객원가수들은 오히려 어려졌다. “예전 토이 때도 객원가수들은 대부분 20대였어요. 주변에 뜨거운 분들이 많았죠. 예전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뮤지션들을 만났는데 이제는 ‘스케치북’을 통해 교류의 폭이 넓어졌어요.”

7년 전과 상황이 많이 변했다. 유희열은 인기 셀러브리티가 됐다. “방송 등 음악 외 활동이 음반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없어요. 6집 때에는 내 음악이 세상의 흐름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에는 은연중에 난 아직 현역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존에 무심타법이었다면 이번에는 배트를 강하게 쥐고 흔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미리 들어본 ‘다 카포’는 토이다운 음악이었다. 화려한 객원보컬을 자랑하지만, 가수의 스타성에 기대지 않고 유희열 본인의 작법이 잘 살아있다. 가수의 스타일을 잘만 살려도 음원차트 점령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굳이 그러지 않았다. “만약 제가 아이돌 가수를 기용했다면 아마 어려운 곡을 줬을 거예요. 일종의 악취미와 같은 것인데 가령, 유명 스타가 홍상수 영화에 나오면 어떤 느낌일지 보고 싶은 거지요. 엑소를 초빙해 김동률 노래를 부르게 하면 어떤 느낌일까? 다이나믹듀오의 경우 제가 이들과 트렌디한 힙합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이 친구들이 제 앨범이 아니면 이런 복잡한 트랙에 랩을 얹을 기회가 또 있을까요?”

성시경이 부른 타이틀곡 ‘세 사람’에 대해 유희열은 ‘토이 표 발라드’라고 말했다. “누군가 토이표 발라드를 다시 듣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토이 표 발라드가 뭐냐고 묻자 청춘드라마와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이제는 제가 마흔넷이라서 그런 감성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새는 발라드 작업 제안을 다 거절해요. 그런 곡을 쓸 자신이 없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써지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세 사람’을 만들면서는 기뻤어요. 제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이런 스타일이구나.”

이적, 김동률이 하나의 앨범에 참여하는 것은 카니발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러한 객원가수의 폭은 토이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묘해요. 이적, 김동률과 내가 하나의 앨범에서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인데요. 나이를 먹다보니 뾰족한 부분이 사라지고, 둥글둥글해져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제 우리끼리 잘난 척하거나 약점을 가리는 것이 사라진 나이가 된 거죠.”
토이 유희열
토이 유희열
유희열은 토이 앨범이 ‘민폐’라고 말했다. 너무나 많은 지인들의 손길이 따른다는 말이다. “요새는 콜라보레이션의 시대잖아요. 이게 비즈니스로 이루어지죠. 90년대에는 녹음실에서 만나서 술 마시면서 친해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작업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토이 앨범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토이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90년대 대표적인 가수들이 참 많아요. 고마운 일이죠.”

‘취한 밤’은 신해철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만든 곡이다. “급하게 만든 곡이에요. 얼마 전 해철 형이 세상을 떠났을 때 전 포토그래퍼 분과 앨범재킷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작업을 다 접고 밤새 술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집에 와서 끄적거리다가 만든 곡이에요. 제 직업이 잔인하게 느껴진 것이 해철 형은 세상을 떠났는데 전 그 감정으로 가지고 곡을 쓰고 있더라고요. 해철 형은 제가 무명일 때 라디오 ‘음악도시’ 게스트로 불러줬고, 형의 추천으로 DJ까지 하게 됐어요. 덕분에 대중과 소통의 기회가 생겼죠. 형이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를 가지고 ‘희열아 나 너 때문에 섰어’ 이런 농담을 했던 게 떠오르는데요. 형은 가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곡을 하나 주는구나싶더라고요.”

가요계 트렌드가 많이 변했지만 유희열은 본인의 스타일을 지키려 했다. ‘핫’한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했지만 음악은 ‘핫’하다기보다 깊이가 있다. “예전에는 곡을 만들 때 피아노 앞에서 손으로 악보를 다 그렸어요. 언젠가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데이터를 채워가며 곡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런데 역시 제가 잘하는 것은 피아노 앞에서 악보를 그리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들에게 손악보를 나눠주고 작업을 했죠. 예전의 음악적 치열함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가사부터 연주, 편곡, 사운드에서 총력전을 한 앨범입니다.”

‘다 카포’는 유희열이 마흔을 넘어 처음 발표하는 앨범이다. 나이가 든 만큼 감성도 변했다. “20대 때에는 피아노 앞 앉아서 사흘 밤을 셀 수 있었어요. 열정이 차고 넘쳤죠. 곡을 쓰는 순간에 가슴이 뛰고 ‘오, 신이시여 제가 이런 음악을 만들다니요’ 이런 것들이 점점 사라져요. 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예전만큼 하고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죠. 그래도 이번 앨범은 예전에 하던 만큼의 작업 시간을 채웠어요. 예전에 100시간 했다면 이번에도 100시간 채워야 만족할 수 있어요.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 비로소 제 음악이 좋아지는 거죠.”

유희열이 직접 설명해준 7집 ‘다 카포’의 노래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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