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워맨스' 쏙 뺀 '워맨스가 필요해'
'워맨스가 필요해' 2회/ 사진=SBS 캡처
'워맨스가 필요해' 2회/ 사진=SBS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SBS '워맨스가 필요해'가 2주째 특별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거창한 제목을 내세우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단순히 여성들을 모았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차별점을 찾지 못했다.

'워맨스가 필요해'는 혼자가 아닌 둘 이상 뭉쳤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관찰하는 여자들의 '관계 리얼리티'를 선보이겠다며 지난달 30일 첫 방송됐다.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양궁선수 안산의 첫 고정 예능프로그램이자 배우 오연수와 윤유선, 차예련,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이 출연을 확정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첫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4.3%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시작을 맞았다. 2회에는 3.9%를 기록하며 하락했지만 아직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단계는 아니다.

그보다 문제는 '워맨스'를 보여주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기획 의도를 벗어난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오연수와 윤유선, 이경민은 2주 연속 한 집에 모여 맛있는 걸 해먹고 수다를 떨었다. 막내 차예련이 새롭게 합류했다는 것 외에는 이전 회차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성들이 모여 맛있는 걸 먹으며 웃고 떠드는 게 제작진이 말한 '워맨스'인지 의문이다. 집에서 먹고 떠드는 게 전부인데 어떤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시청자들은 알 길이 없다.

이날 차예련과 윤유선이 친해지는 과정도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를 텄고, 그게 끝이었다. 차예련이 그간 남편 주상욱과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 적이 없었기에 그 자체로는 흥미로웠지만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는 동 떨어졌다. 기혼 여성들이 결혼 생활, 육아 등의 공통 관심사를 가진 건 당연한데, 어떤 새로운 '워맨스'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의문이다.

안산 선수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그는 '워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처음 공개했다. 광주여대의 양궁부 동료이자 룸메이트들이 함께 출연하지만 이들간의 관계성을 관찰하는 것보다 안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워맨스가 필요해' 2회/ 사진=SBS 캡처
'워맨스가 필요해' 2회/ 사진=SBS 캡처
그만큼 '워맨스가 필요해'는 최근 여성들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황급히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획의도를 빗겨가고 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tvN '식스센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여성들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식스센스'는 멤버들간의 티키타카를,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를 향한 진정성을,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댄서들의 카리스마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프로그램 고유의 색깔을 짧은 시간 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일찌감치 시즌제나 스핀오프 프로그램 제작을 확정했다. 하지만 '워맨스가 필요해'는 이에 견줄만한 확실한 무기를 갖지 못한다.

게다가 '워맨스가 필요해'는 관찰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 같은 채널에서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고 있어 기시감이 든다. 장가 못간 자식이나 부부를 여성으로 치환하고, 스튜디오 패널들만 바꿔놓은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동상이몽2'를 연출한 김동욱 PD가 맡았기에 자기복제와 짜깁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무한걸스', '언니들의 슬램덩크'부터 최근에는 MBC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E채널 '노는 언니'까지 여성들만 모아놓은 예능 프로그램은 기존에도 많았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은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앞서 선보인 프로그램 가운데는,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등의 도전을 통해 진정한 '워맨스'를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반해 '워맨스가 필요해'는 단순히 여성들의 모임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아직 2회 밖에 내보내지 않았기에 반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워맨스가 필요하다'면서 워맨스는 쏙 빼놓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뒤집을 방법이 제작진에게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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