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스우파', 댄서들 무대 세우고
조명은 연예인에 비추는 제작진
'스트릿우먼파이터'/ 사진=Mnet 캡처
'스트릿우먼파이터'/ 사진=Mnet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신곡 안무 창작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댄서들을 위한 판을 깔고 이들을 앞세워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돌연 스포트라이트를 딴 곳으로 돌려버리는 실책을 범하면서다.

지난 5일 방송된 '스우파' 6회 말미에는 메가 크루 미션을 통과한 6팀이 경쟁할 세미파이널 미션이 공개됐다. 가수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 소속 가수 제시의 신곡 안무를 만들어 두 사람과 전세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미션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여성 댄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스우파'의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엠넷의 또 다른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로 치면 참가자들에게 다른 가수의 신곡 랩 파트를 짜오라고 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매력은 무시된 채 남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가 수차례 "하고 싶은 거 하자"고 강조한 이유는 방송사가 정한 터무니 없는 기준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앞선 미션에서 그가 댄서로서 자존심을 걸고 "그만하자, 연예인가지고 하는 거"라고 말해왔지만 제작진은 그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선택을 했다.

특정 가수의 안무를 짜게 되면 모든 팀이 해당 곡의 주인인 아티스트 성향과 스타일,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성 넘치는 각 팀의 색깔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진다. '스우파'가 출연진의 개성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에 반하는 미션인 셈이다. 훅의 리더 아이키는 미션이 공개되자 "제시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훅을 잠시 내려놓아야 될까"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탈락한 원트의 엠마가 '스우파' 출연 소감에 대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과도 상반된 미션이다. 엠마는 "다른 가수 백업 활동을 하면 아티스트분을 빛내주러 가는 거다. 어쨌든 (그 무대는)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내 걸 너무 하고 싶었다"며 "하고 싶은 걸 여기('스우파')에서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해 먹먹함을 안겼다. 하지만 그 감동은 연이어 나온 예고편을 통해 산산조각 났다. 댄서들이 하고 싶은 게 아닌 제작진이 정한 노래와 아티스트에 스스로를 맞춰야 하는 미션 때문이다.
'스트릿우먼파이터'/ 사진=Mnet 캡처
'스트릿우먼파이터'/ 사진=Mnet 캡처
'스우파' 최대 수혜자가 댄서들이 아닌 피네이션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앞서 K팝 사대천왕 미션에서도 총 네 명의 가수 중 소속 아티스트는 두 명(현아, 제시)이나 선정됐다. 이번 미션에서는 피네이션의 제시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짜놓은 시안을 고르기만 하면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곡 홍보가 가능하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딴 사람이 받는 격이다.

1등 팀이 추후 제시의 백업 활동을 한다고 해도 엠마가 말했듯 그건 엄연히 제시가 주인공인 무대다. 게다가 나머지 팀은 무대 시안을 만든 것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엠넷과 피네이션이 다른 대기업에서 공모전을 열고 아이디어만 쏙 빼가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댄서들은 '스우파'라는 서바이벌에 참가한 만큼 제작진이 정한 미션을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댄서들에게 '스우파'는 대중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한 실낱 같은 희망이었다. 대형 방송사가 많은 이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큰 무대를 깔아주니 최고 수준의 댄서들이 모여들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그 무대 위 주인공 자리에 정작 다른 사람을 앉히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팬들은 대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앞서 '스우파'는 메가크루 미션에서 일부 연예인이 등장해 '주객전도 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곧바로 신곡 미션을 내놓으면서 시청자들의 의견에 불통을 넘어 역행하는 무리수를 뒀다. '스우파'의 폭발적인 인기는 제작진이 치밀하게 짜놓은 기획의도에 적중한 것이 아니라 운좋게 얻어걸렸다는 걸 입증하고만 꼴이다. '스우파' 흥행에 대한 제작진의 기여도는 댄서들을 한데 불러모은 것에 그치고 말았다.

모처럼 히트작을 내놓은 엠넷이 이 정도의 큰 성공을 예상하지 못 했는지 계속해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 남은 기간 댄서들이 잘 차린 밥상을 유지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셀럽 없어도 된다. 우리가 셀럽이잖아"라는 YGX 리정의 말에 제작진이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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