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넷추리≫


전도연, '인간실격'서 명불허전 존재감
무거운 작품에서 더욱 빛나는 연기력
'밀양', '집으로 가는 길', '생일'
전도연은 어둠에서 더욱 빛난다 [TEN스타필드]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꼭 봐야 할 '띵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주말에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하겠습니다.
"무겁고 어두운 작품은 피하고 싶었는데…"

배우 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기엔 '인간실격'은 최선을 다해 걸어왔지만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겁고 어두운' 작품. 그럼에도 전도연이 '인간실격'을 택한 이유는 "어두운 환경 속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실격'을 본 사람들이라면 여자 주인공 부정 역에 전도연이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전도연은 어두운 상처를 지닌 복잡하고 불안한 심리 상태와 더불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파괴해나가는 불완전한 부정의 내면을 생기 없는 표정과 눈빛만으로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대본을 받고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부정에게 이입됐다는 전도연은 첫 회부터 부정 그 자체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명품 연기'를 보여주는 전도연이지만, 특히 그의 어두움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작품과 캐릭터는 어두울지언정 그를 연기하는 전도연은 그 누구보다 빛나기 때문. 이는 '인간실격'에서 뿐만이 아니다. '칸의 여왕'이 된 영화 '밀양'부터 '마약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까지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어두운 작품은 피하고 싶다는 전도연. 그러나 대중들은 그의 어두움을 원할 수밖에 없다.
'밀양'(2007)
'밀양' 스틸컷./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밀양' 스틸컷./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영화 '밀양'은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온 여자 이신애(전도연 분)의 끝없는 고통과 처절한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유괴 살인으로 아들을 잃고, 종교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되찾지만, 하나님에게 배신을 당하며 지탱하던 버팀목마저 사라진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원수를 용서하려고 했더니 이미 원수는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이후 통제력을 잃어버린 신애는 교회의 장로를 유혹해 불륜 관계를 맺고 자신을 자해한다. 하나님을 보며 비웃기라도 하듯, 어차피 내가 무슨 죄를 지어도 나 역시 구원해 주지 않겠냐는 듯.

이처럼 바닥 끝까지 추락한 여자의 인생을 전도연은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완성했다. 극 초반에는 아이와 장난을 치며 천상 엄마의 모습을 보이다가,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질 때는 넋 나간 표정과 초점 잃은 눈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하나님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며 "똑바로 봐"라고 할 때는 정말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은, 정신을 놓아버린 한 사람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한다.

'밀양'을 통해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 이 영화를 보면 왜 그가 '칸의 여왕'인지 납득할 수밖에 없다. '집으로 가는 길'(2013)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사진제공=CJ ENM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사진제공=CJ ENM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되어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 장미정 씨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내(전도연 부)와 그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고수 분), 이들의 756일간의 여정이 담겼다.

이 작품에서 역시 전도연은 특유의 처연한 분위기로 캐릭터의 아픔과 답답함을 그려낸다. 특히 평범한 주부에서 한 순간에 죄인으로 변하며 그 안에서 점점 쇠약해지는 여성의 모습을 오롯이 그려낸 전도연의 변화는 가히 일품.

여기에 대사관에 미흡한 업무 처리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권을 무시당한 채 무관심으로 영양실조까지 걸리는 장면은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생일'(2019)
'생일' 스틸컷./사진제공=(주)NEW
'생일' 스틸컷./사진제공=(주)NEW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 순남(전도연 분)과 정일(성결구 분)이 수호 없는 수호 생일날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지는 내용이다.

'생일' 속 순남과 '밀양'의 신애는 자식을 잃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전도연은 두 캐릭터의 결을 달리했다. 같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생일'에서는 좀 더 아픔을 억누르며 담담한듯 그러나 심연에 깔린 슬픈 눈빛을 드리운다.

무엇보다 '생일'은 눈물을 억지로 쥐어 짜내게 만드는 형식이 아닌, 유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 더욱 인상적이다. 여기에 마지막 수호의 생일날 참아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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