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일 터지는 올림픽 중계 논란
국가 소개에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
루마니아 자책골에 "고마워요" 조롱 자막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징계
MBC 박성제 사장, 26일 외교적 결례 대국민 사과
MBC 로고(위), '도쿄 올림픽' 개믹식 장면.
MBC 로고(위), '도쿄 올림픽' 개믹식 장면.


이쯤 되면 MBC는 논란을 즐기는 걸까.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부터 부적절한 국가 소개로 물의를 빚은 MBC가 이틀 만에 또다시 조롱 자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지를 넘어 무례하기 짝이 없는 MBC의 행태에 전 세계인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MBC는 지난 23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며 사진과 문구 등을 삽입했다. 문제는 몇몇 나라를 소개할 때 등장한 사진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MBC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띄웠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제4호기 원자로 폭발 사고로, 인류 최악의 인재 중 하나로 남아있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만 3500여 명,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자가 40만 명으로 추정되는 천문학적 피해를 냈던 만큼 해당 국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

아이티 선수들의 입장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국의 대통령이 지난 7일 사저에서 암살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개막식에서 언급한 것이다.
사진=MBC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사진=MBC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여기에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넣기도 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곳이지만,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마셜 군도를 소개할 때는 '1200여 개의 섬들로 구성,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구촌 축제의 장인 올림픽에서 각 나라의 아픈 역사를 보란 듯이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MBC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MBC는 생중계 말미 '일부 국가 소개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MBC는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도 인정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SNS을 통해 중계 화면들이 급속도로 퍼지며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일침을 가했다. 외신 역시 해당 사건을 다루며 "한국의 방송국이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했다"고 주목했다.
논란이 된 MBC 조롱 자막
논란이 된 MBC 조롱 자막
그러나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MBC는 사과한 지 하루 만에 조롱성 자막을 또 내보냈다. 25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였다.

전반전 27분 이동준의 크로스를 막으려 했던 라즈반 마린의 발에 공이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고, 한국은 루마니아의 자책골로 1대 0으로 앞선 상태로 전반전을 마쳤다. 이후 MBC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개인 방송도 아닌 자상파 방송사가 최소한의 스포츠맨십도 지키지 않는 자막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넘어 창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에 MBC는 해당 문제에 대한 사과 없이 방송 3사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뻔뻔함까지 더했다.
사진=MBC '베이징 올림픽' 방송 화면.
사진=MBC '베이징 올림픽' 방송 화면.
MBC의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 당시 참가국을 소개하던 중 차드에 대해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케이맨제도에는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 회피지로 유명', 짐바브웨에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영국령 버진 제도는 '구글 창업자 결혼식 장소', 가나는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행한 곳' 등의 자막을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MBC '뉴스데스크'는 유도 남자 91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의 이름을 '문대남'이라고 잘못 내보냈고, '위대한 탄생' 출신 배수정이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해 논란이 됐다. 축구 4강 진출 소식과 함께 구자철 선수의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 '이범영' 선수의 이름을 적기도 했다.

이에 MBC는 26일 오후 3시 박성제 사장이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MBC의 행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국가적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에서 보인 한 방송사의 무지함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행위로 직결되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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