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소원 조작 방송으로 종영한 '아내의 맛'
이름만 바꾸고 포맷은 그대로?
'와카남', '아내의 맛'의 기시감
'와카남'(위), '아내의 맛'(아래)./사진제공=TV조선
'와카남'(위), '아내의 맛'(아래)./사진제공=TV조선


이름만 바꾸면 조작 꼬리표까지 없어질 거라 생각했을까. 방송 조작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이 시즌2 아닌 시즌2로 돌아온다.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하 '와카남')라는 새 이름으로 말이다.

오는 29일 오후 10시 첫 방송되는 '와카남'은 변화된 시대에 따라 경제력이 높은 아내가 늘어나고 있는 생활 트렌드를 반영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노멀 가족 리얼리티물.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 부부, 여에스더-홍혜걸 부부, 홍현희-제이쓴 부부, 오종혁-박혜수가 출연하며 이휘재, 박명수, 이휘재가 MC를, 장영란이 패널을 맡았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와카남'과 '아내의 맛'은 분명 다른 이름인데, 묘하게 비슷하다. 데자뷔, 도플갱어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유는 공개된 첫 촬영 스틸컷만 봐도 알 수 있다. MC 이휘재, 박명수를 필두로 홍현희 제이쓴 부부, 장영란 모두 '아내의 맛' 종영 당시 "더 재밌고 멋진 분들과 함께 다시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출연자 조합이다.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있는 세트의 구성 역시 '아내의 맛'과 동일하다.

'아내의 맛'이 종영된 결정적 이유는 함소원, 진화 부부의 방송 조작 논란 때문이었다. 진화 엄마가 막냇동생과 통화는 목소리가 함소원과 유사하다며 대역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함소원이 시댁의 별장으로 소개한 중국 하얼빈 건물이 사실은 에어비앤비로 빌린 것, 신혼집이라고 한 중국 광저우의 집이 단기 렌트 하우스라는 의혹 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진화의 과거 신상이 조작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아내의 맛'에 더욱 많은 비난이 쏟아진 이유는 '리얼리티'를 내세운 예능이라는 점에서다. 리얼리티라도 대본이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나 함소원, 진화 부부, 제작진은 도를 넘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들로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에 함소원, 진화 부부는 '아내의 맛'에서 하차했고, 침묵을 유지하던 '아내의 맛' 제작진 역시 함소원이 하차를 선언한지 약 2주 만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다"며 조작을 인정했다.
'와카남' 스틸컷./사진제공=TV조선
'와카남' 스틸컷./사진제공=TV조선
'아내'의 맛이 아닌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로 교묘히 말만 바꾸고 돌아온 제작진은 '와카남'에 대해 "기존에 볼 수 있던 부부, 혹은 가족 예능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또다시 가족 '리얼리티'다. 부부 일상에 '아내 경제권'이라는 키워드만 덧댄 셈이다. 2개월 만에 비슷한 포맷으로 다시 돌아온 '아내의 맛2' 아닌 '와카남'. 새로운 이름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아직은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모양새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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