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감초'들의 유쾌한 반란
유튜브 건너가 왕 됐다
가수 광희(왼쪽부터) 방송인 장영란, 홍진경/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광희(왼쪽부터) 방송인 장영란, 홍진경/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스타 유튜버들

각종 웹 예능에 진출한 방송인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톱스타들의 유튜브 진출로 거둔 성공이 아닌 예능 감초들의 유쾌한 반란이라 더욱 도드라진다.

모델 겸 사업가 홍진경은 카카오TV와 손잡고 만든 웹예능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으로 현재 가장 뜨거운 예능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은 연예인 학생들이 공부 실력으로 정평이 난 일일 선생님들에게 중학교 교과과정을 배워가는 교육 예능이다. 홍진경을 비롯해 개그맨 남창희, 래퍼 그리(김동현) 등 학생들의 지식 대결과 티키타카 케미로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공부왕찐천재' 아이디어는 홍진경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딸 라엘이의 교육을 위해 본인이 과외를 받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교육 콘텐츠의 부족함을 느끼게 됐다. 때마침 TV조선 출신 이석로 PD가 유튜브 콘텐츠를 함께하자며 홍진경을 만났고, 교육 예능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채널은 현재 7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100만 조회수에 육박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정치인부터 오상진, 이혜성 등 연예계를 대표하는 브레인까지 다양한 선생님들이 강의자로 나서는 신선한 그림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연 돋보이는 건 홍진경의 활약상이다. '공부왕찐천재'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에서 처음 주인공이 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부족한 실력임에도 누구보다 학구열을 불태우고 딸 라엘, 이석로 PD와의 티격태격 대화는 큰 웃음을 만들어낸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사진=유튜브 캡처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사진=유튜브 캡처
'공부왕' 이전에는 가수 광희와 방송인 장영란이 웹예능 '네고왕'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네고왕'은 MC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기업에게 직접 전달하는 콘텐츠로, 다양한 기업의 '왕'을 직접 만나 제품 할인을 요청하는 포맷이다. 웹예능 '워크맨'을 성공시킨 고동완 PD의 차기작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군 전역 후 자리를 잡지 못하던 광희를 1대 MC로 내세워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광희는 소비자들을 대변하는 속 시원한 입담과 파격적인 협상으로 '네고왕'의 인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그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네고왕'에서 광희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에 광희가 다양한 기업 광고 모델로 발탁되자 제작진은 '네고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MC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렇게 시즌2는 장영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초 장영란의 출연 소식에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가 단독 MC로 나선 적이 단 한번도 없을 뿐더러 앞서 광희가 워낙 잘했기에 후임 장영란이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네고왕' 시즌2는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장영란 특유의 밝은 텐션과 거침 없는 입담이 반전을 만들어냈다. 특히 주부의 시선으로 기업과 제품을 분석해 공감을 자아냈고 여성 용품도 네고하는 등 구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남다른 협상 실력 또한 구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시즌2는 유튜브 인기 영상 1위는 물론, 참여 기업의 높은 매출, 자사 서버 다운을 이끌며 '네고왕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고왕' 장영란/ 사진=유튜브 캡처
'네고왕' 장영란/ 사진=유튜브 캡처
홍진경과 광희, 장영란은 모두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주인공보다는 감초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물론 광희는 최고의 인기 예능이었던 '무한도전' 고정 출연자로 활약한 바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조연이었던 이들에게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기회를 제공한 결과, 그동안 갈고 닦은 예능감을 뽐내며 훨훨 날았다.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쳤던 것이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또한 이들의 솔직하고 거침 없는 언행을 더욱 친숙하게 전하기에 적합했다. 안정적인 진행과 정돈된 멘트가 없어도 유튜브에서는 친근함을 무기삼아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네고왕'을 통해 데뷔 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장영란은 최종회에서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에 오열했다. 그는 "이렇게 주인공이 된 게 처음"이라며 "'네고왕'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었고 '마흔 네살에도 할 수 있구나'라는 열정을 샘솟게 했다. 너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홍진경은 자신에게 처음 타이틀롤을 맡긴 이석로 PD를 두고 "연예인으로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봐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이들에게 'B급 연예인', '감초'라는 선입견을 씌웠다. 그렇지만 진가를 알아본 이들이 나타나자 이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화려하게 빛났다. 오랜 시간 꾸준히 쌓아온 경험치가 있었기에 이뤄낼 수 있었다. 예능 감초들의 기분 좋은 반란이 계속되길 바라며 열풍을 이어갈 다음 타자를 기대해본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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