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소년 벗은 몸에 '농익은 식스팩' 자막
1년 만에 영상 삭제 "지적 겸허히 수용"
누리꾼, 형식적 사과문에 더 큰 공분
"진정성 있는 사과 아닌 여론 무마용"
SBS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가 미성년자를 성희롱했다는 지적을 받은 자막(위)과 이에 대한 대응/ 사진=유튜브 캡처
SBS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가 미성년자를 성희롱했다는 지적을 받은 자막(위)과 이에 대한 대응/ 사진=유튜브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가 미성년자 성희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성의 없는 사과문에 더 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디오머그는 지난해 5월 '복근 패치 완료+메시한테 인정까지 받은 이란 축구 신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이란 국적의 7세 축구 신동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디오머그는 소년이 상의를 탈의한 사진과 함께 '농익은 식스팩'이라는 자막을 덧붙였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이 "부적절한 자막"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별도의 조치는 없었다. 그러다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 해당 문제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고, 많은 누리꾼의 댓글이 쏟아지자 비디오머그는 문제가 된 부분만 오려냈다.

그런데도 비판이 폭주하자 해당 영상은 결국 삭제됐다. 누리꾼들의 단체 항의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이었다.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여기까지는 너그럽게 납득할 만한 문제 대처 과정이었다. 하지만 안 쓰니만 못 한 사과문이 더 큰 공분을 일으켰다.

비디오머그는 지난 12일 커뮤니티를 통해 "본 영상에서 이란 축구 신동의 근육질 몸을 표현한 수식어에 문제가 있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알렸다. 이후 "사과는 없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곧바로 수정했다.

해당 사과문에서 비디오머그 측은 "7살 아랏 호세이니 군의 근육질 몸을 '농익은 식스팩'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 독자들의 비판이 있었다"며 "부적절한 수식어였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누리꾼들은 "사과문은 왜 이 꼴이냐", "사과문 레전드다", "이게 사과문이냐", "사과문은 농익지 못했다"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아량 넓은 우리가 너희의 그 쓸데없는 불편함에 사과해줄게'라고 들리는 듯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후 많은 누리꾼이 올바른 사과문의 형식과 수정 요구사항을 정리해 퍼 나르고 있다.
비디오머그의 사과문 전문과 댓글 반응/ 사진=유튜브 캡처
비디오머그의 사과문 전문과 댓글 반응/ 사진=유튜브 캡처
문제의 원인인 7세 남아를 성희롱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명백한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지 않고 일부 구독자의 불편함으로 치부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오히려 문제를 지적한 구독자들을 불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과의 대상도 피해 당사자인 아랏 호세이니 군이 아닌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이었다. 이 때문에 잘못에 대한 사과가 아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형식적인 사과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재발 방지 약속이나 책임자의 문책 등 앞으로의 대처도 빠졌다. '사과했으니 그만'이라는 뉘앙스로 들리는 까닭이다.

한 방송인은 과거 중학생에게 "에너지는 어떻게 푸냐", "집에 혼자 있을 때 뭐하냐" 등의 발언으로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개인적인 영역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들어와 희화화한 잘못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잘못의 무게를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7세 소년의 몸을 농익었다고 표현한 SBS는 뻔뻔한 사과문으로 대응했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과 그 뒤를 지키는 공중파 방송사의 대응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똑같은 사안은 아니더라도 최근 논란에 휩싸인 GS리테일, 무신사 등 굴지의 기업들도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하는데 SBS의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디오머그'는 2015년 '보는 것이 믿는 것', '신뢰할 수 있는 재미'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채널을 열었다. 하지만 사과문만 놓고 봤을 때는 신뢰도, 재미도 없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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