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확진자 쏟아지는데…
'미우새' 노마스크로 20km 활보
'불청', 10여 명 모여 댄스파티
25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 사진=SBS 캡처
25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 사진=SBS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방역수칙 준수했다'고 자막 한 줄 나오면 땡인가. 연예인들은 마스크 안 쓰고 떠들면서 돌아다녀도 되는가?"

최근 방송가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많은 누리꾼들은 이같은 비판을 보냈다. 엄격한 방역수칙을 따르고 있는 대다수의 시청자에 비해 유난히 예능 프로그램 촬영장에만 느슨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주 방송가에서는 배우 권혁수, 손준호에 이어 전 골프 감독 박세리까지 연일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손준호와 박세리는 감염되기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야기 나누며 노래를 불렀다. 23일 손준호가 확진 판정을 받자 박세리도 하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누리꾼들은 그동안 방송 제작자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송 프로그램 촬영 때 수십 명의 사람이 모이지만 출연자들은 얼굴이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자막을 통해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문구를 덧붙이지만 실제로 이행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25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 사진=SBS 캡처
25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 사진=SBS 캡처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 '노마스크'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방송인 이상민, 김준호, 가수 박군은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세 사람은 전라북도 남원에서 출발해 경상남도 함양까지 이어지는 20km 코스에 도전했는데, 단 한 차례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마스크 없이 시골길을 돌아다녔고, 걷는 동안 대화도 끊이질 않았다. 방역 당국이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선인 1m 간격은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옹기종기 모여 앉았고, 박군이 싸온 오이 등을 나눠 먹었다.

두 개의 산을 넘어 도착한 식당에서도 세 사람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만 이들에게만큼은 달랐다. 이때도 식당 종업원들만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는 MC들을 포함해 총 7명의 출연진이 한 테이블에 자리했으나, 비말을 차단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MBC '라디오스타' 등 다른 토크쇼가 출연진 사이에 투명 가림판을 설치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27일 방송된 '불타는 청춘'/ 사진=SBS 캡처
27일 방송된 '불타는 청춘'/ 사진=SBS 캡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에서는 10여 명의 출연진이 모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한 공간에서 소리를 치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방송에는 가수 현진영, 박남정, 김정남 등 전설의 춤꾼들이 등장했고, 제작진은 마을회관을 무도회장처럼 꾸며 이들의 무대를 마련했다. 방 안에 모여 있던 청춘들은 추억의 노래가 나오자 떼창을 하는 등 달아오른 분위기에 몸을 맡겼다.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나올 땐 다함께 일어나 춤을 췄다.

현재 수도권에선 노래연습장, 클럽 등은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져 영업을 하지 못하지만 10여 명의 출연자는 마치 클럽을 방불케 하는 공간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마지막 곡이 흘러나오자 떼창 소리는 더욱 커졌다. 노래를 부르던 박남정은 김정남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김정남은 입을 가까이 댄 채 열창했다. 그 마이크는 그대로 박남정이 다시 사용했다.

앞선 사례들은 대다수의 방송국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9월에는 '마스크를 안 쓴 연예인을 방송하지 말아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시됐을 정도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방송 제작 현장 방역관리 강화 방안' 마련했지만 사실상 방송가 '자율 점검'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TV 속 세상은 마치 코로나19가 종식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서 전파될지 모른다. 카메라 밖이든 안이든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다. 방송가의 깊은 성찰과 조치가 없다면 영업 제한 조치를 받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는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연예인에게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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