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뷰티앤더비스트' 기획·연출한 이지원 PD
"동물들과 공존·공생하는 법 담고파"
"황광희·김혜윤, 개린이 유치원 선생님으로 변신"
"옴니버스식 미니 시트콤처럼 연출"
SBS 예능 '뷰티앤더비스트'의 기획·연출을 맡은 이지원 PD. / 사진제공=SBS
SBS 예능 '뷰티앤더비스트'의 기획·연출을 맡은 이지원 PD. / 사진제공=SBS
지친 하루를 끝내고 돌아갔을 때 나를 가장 반겨주는 이, 바로 소중한 반려동물이다. 산책 가자는 말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강아지, 새초롬하지만 은근한 애교로 보호자의 마음을 녹이는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은 아이를 키우는 만큼이나 큰 행복을 안겨준다.

오는 21일과 28일 방영될 SBS 예능 '뷰티앤더비스트'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이지원 PD는 "사람이 동물을 건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사람이 동물로 인해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반려동물과 교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스타들의 반려 생활을 들여다본다. 박수홍, 이초희, 김혜윤, 이영진, 이엘, 황광희, 오마이걸 승희 등이 출연해 반려동물과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공개한다.

2부작으로 짧게 편성됐지만 기획부터 촬영, 방송까지 1년간의 시간을 들였다. 재미뿐만 아니라 진정성까지 챙겼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PD는 "촬영 기간만 반 년 이상이 걸렸는데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리다보니, 코로나도 어쩌면 인간이 자연과 잘 공생하지 못하고 침범하려다보니 자연이 앓는 소리를 낸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방송 전 이 PD를 만나 '뷰티앤더비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SBS '뷰티앤더비스트'가 3월 21일, 28일 밤 11시 5분 방송된다. / 사진제공=SBS
SBS '뷰티앤더비스트'가 3월 21일, 28일 밤 11시 5분 방송된다. / 사진제공=SBS
Q. 이번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재작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산불이 크게 났었죠. 사람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동물들이 피해를 입은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평소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과 관련된 즐겁고 유쾌한 예능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당초 '뷰티앤더비스트'는 반려동물 콘텐츠가 아니라 해외의 야생동물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담는 리얼리티로 기획됐는데 코로나19 이슈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됐어요.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견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반려동물 콘텐츠로 접근 방법을 살짝 바꿔봤어요.

Q.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잘 보여주기 위해 연출할 때 신경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격적 교감이라고 하고 싶네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생명 대 생명으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을 예능으로 유쾌하게 담고자 했어요. 출연자 중 박수홍 씨은 길냥이를 구조해서 키우고 있는데, 반려묘 다홍이에 대해서 "내가 얘를 구조한 게 아니라 얘가 나의 삶을 구원했다"고 하더군요. 프로그램 제목이 '뷰티앤더비스트'인 것도 이런 이유예요. 동화 속 미녀가 저주를 풀어 야수를 왕자로 만들었지만 잘 살펴보면 야수를 만난 후 미녀의 삶도 이전보다 행복하게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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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려동물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데 차별점이 있다면요?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일상 동화'라는 표현을 써요. 현실의 삶은 아름답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는 의미에서요. 솔루션, 코칭, 유기견 구조 등을 다뤘던 기존 프로그램보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서로에게 어떻게 힐링을 주는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편집 과정에서도 신경 썼어요. 기획한 지는 1년이 넘었고 촬영에 돌입한 건 지난해 여름경이니 바뀌는 계절의 시간 속에서 이들을 관찰한 셈이죠.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옴니버스식 미니 시트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출연자들마다 스토리 전개 방식도 달라요. 배우 이영진 씨는 반려견와 장기 연애 커플 같은 느낌이고, 황광희 씨와 김혜윤 씨는 개린이 유치원에 간 초보 선생님들의 좌충우돌 도전기 느낌이에요. 하하.

Q. 시청자들이 기대해도 좋을 출연자나 에피소드를 미리 귀띔해주신다면?
배우 이초희 씨는 반려견 이름도 '요고, 모지'라고 재밌게 붙였더라고요. 초희 씨는 유기견 퐁당이를 임시 보호하다 입양 보내는데요, 저희는 입양 후 임시보호자의 모습도 담아봤어요. 신기하게 요고와 모지도 일종의 후유증을 함께 겪어요. 초희 씨뿐만 아니라 요고와 모지도 그간 함께 임시 보호를 해왔던 거죠. 유쾌함과 뭉클함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수홍 씨의 반려묘 다홍이는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 법한 상위 0.1% 천재묘예요. 진위 여부는 방송에서 확인해주세요. 하하.
이지원 PD는 "특별한 이야기를 억지로 찾아내기보다 동시대를 살고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이번 프로그램의 반려 스토리도 이러한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SBS
이지원 PD는 "특별한 이야기를 억지로 찾아내기보다 동시대를 살고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이번 프로그램의 반려 스토리도 이러한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SBS
Q. PD님도 반려인이신가요?
10년 전에 10년간 고양이를 키웠어요. 지금도 가끔 고양이가 나오는 꿈을 꾸는데 너무 생생해요. 꿈속에서 고양이가 저한테 꾹꾹이 하는 게 느껴져요.

Q. 그렇다면 최근 유명인들의 반려동물 파양이 논란이 된 이유에 더욱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번 프로그램이 올바른 반려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랄 것 같기도 합니다.
동물과의 공생과 공감, 반려문화의 성숙과 같은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기도 하지만 오직 그것이 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예능인만큼 유쾌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시다가 '아, 그렇구나'라고 자연스레 느끼셨으면 해요. 말을 할 수 없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게 어쩌면 사람 육아보다 더 힘들 수도 있어요. 책임감이 중요하죠. 출연자들 중에 수홍 씨나 오마이걸 승희 씨는 둘 다 초보 집사에요. 시행착오를 겪지만 점차 성장해나가요. 대단한 교훈보단 그런 작은 포인트들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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